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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한국나이 마흔, 6년 만에 친정팀 복귀한 ‘왕조멤버’ 고효준[김배중 기자의 핫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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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을 하고 나오는데, 가슴 한 구석이 뭉클해지더라고요.”

올해로 한국나이 마흔이 된 왼손투수 고효준(39)은 21일 계약서를 쓰던 순간을 생각해보며 이렇게 말했다. 인천 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 SSG 구단 사무실이 있어 나오는 길에 안방인 SSG 랜더스필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SK(현 SSG) 유니폼을 입고 ‘SK왕조’ 시절을 함께 하고 전성기를 보내며 웃고 울던 곳. ‘이제 (집에) 왔구나!’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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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친정팀인 SSG(구 SK)와 21일 계약을 마친 고효준. SS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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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고효준은 한 시즌 동안 몸담았던 LG에서 방출 통보를 받고 ‘구직자’ 신분이 됐다. 2020시즌이 끝나고 롯데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고 약 1년 만이었다. 30대 중반이 훌쩍 넘고 겨울이 유독 차디찼다.

현역 연장을 염두하고 방출 통보를 받은 날에도 2군 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나온 그였지만 마흔을 앞두고 한편으로는 심란했단다. 고효준은 “당연히 뛰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나이 때문에 걱정도 됐다. 플랜B, 플랜C 등 별별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아니면 쇼케이스라도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았다. 3년 전 벽치기를 할 정도로 조악했던 개인훈련 프로그램도 전문 트레이너를 찾아 차근차근 몸을 만들 정도로 나름의 체계도 갖췄다. SSG로부터 테스트 제안을 받던 날(11일)은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들기 위해 제주도로 이동했던 날이기도 했다.

방출 순간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현역을 열망하며 몸을 만들었고 부상도 없었기에 ‘합격점’은 어쩌면 당연했다. SSG 관계자에 따르면 15일부터 시작된 테스트 기간 중 고효준이 던진 공은 최고시속 143km가 찍혔다. ‘100%’가 아닌 상황에서 힘 빼고 던진 공이 이 정도였으니 SSG로서는 최대 2주로 잡았던 테스트 기간을 굳이 다 쓸 필요가 없었다. 이날부터 나흘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고효준은 25일 SSG 스프링캠프가 열릴 제주 서귀포 강창학 야구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다음달 1일 시작되는 SSG의 스프링캠프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며 2022시즌을 맞는다.

2016년 KIA로 트레이드된 뒤 이후 롯데(2018~2020년), LG(2021년)에서 활약한 고효준은 6년 만에 자신이 현역생활 중 가장 오래 몸담은 진짜 친정팀으로 복귀한다.

‘2022시즌에도 현역’인 건 고효준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2002년 롯데에서 데뷔한 뒤 21년째 프로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유니폼을 입은 투수는 KBO리그를 통틀어 송진우 전 한화 코치(1989~2009년), 김원형 SSG 감독(1991~2011년)이 유이하다. 통산 40승 52패 31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5.32를 기록한 평범한(?) 그가 선수생활만큼은 이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고효준은 “어느 순간부터 대단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꿈을 이룰 수 있게 돼 기쁘다.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친정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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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시즌 LG에서 활약한 고효준. 컨디션 난조, 경기 중 당한 불의의 부상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최근 10년 사이 가장 적은 2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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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즌 고효준의 역할은 선발과 구원진을 잇는 롱릴리프 역할이 될 전망이다. 선발이 무너지거나 부진할 때 언제든 팀 분위기가 상대 팀에 넘어가지 않게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사실 프로생활 내내 그가 가장 많이 한 일이기도 하다. 고효준은 “뭐든 자신 있다. 지난해에는 기량을 제대로 못 보여준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마음까지 올해 다 털어낸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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