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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아프리카의 가난한 섬나라, 축구공 하나로 ‘희망’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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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션스컵 ‘코모로의 기적’

[경향신문]

1인당 GDP 1300달러 세계 최빈국
멸종된 물고기 ‘실러캔스’가 상징
프랑스 6부리그 거친 아브두 감독
유럽 전역에 흩어진 선수들 모아
첫 출전에 강호 가나 격파 ‘파란’

“실러캔스는 결코 죽지 않았다.”

아프리카 빈국 코모로가 지난 19일 가나를 꺾고 처음으로 참가한 아프리카 축구 국가대항전 ‘네이션스컵’에서 16강에 오른 뒤 나온 외신 제목이다. 실러캔스는 4억년 가까이 살다가 지금은 거의 멸종된 고대 물고기다. 최종 서식지가 아프리카 동쪽 섬나라 코모로 근처다. 그래서 코모로 축구 국가대표팀은 A매치를 처음으로 치른 1976년 전후부터 ‘실러캔스’로 불리고 있다.

코모로는 네이션스컵 조별리그에서 2패 후 최종전에서 강호 가나를 3-2로 꺾고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코모로 역사상 처음으로 출전한 네이션스컵에서 거둔 첫 승, 물론 첫 조별리그 통과다. 코모로는 2005년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했고 FIFA 랭킹은 132위다. 외신들은 “코모로가 네이션스컵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코모로는 섬 3개로 이뤄진 소국이다. 총면적은 제주도보다 약간 작지만 인구는 제주도보다 20만명이 많은 85만명이다. 1975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뒤 스무 번 이상 쿠데타가 발생하는 등 정치가 불안한 나라다.

1인당 GDP도 1300여달러로 세계 최고 빈국 중 한 곳이다. 지독한 가난에 부의 불평등까지 더해진 살기 힘든 곳이다. 그런 나라에서 축구가 희망과 용기가 됐다.

축구대표팀 감독은 코모로 조상을 둔 프랑스 국적 아미르 아브두(49)이다. 지도경력은 프랑스 6부 리그가 사실상 전부다. 아브두 감독은 2014년부터 유럽 곳곳을 돌며 대표선수를 모았다. 프랑스 등 외국에서 태어나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5, 6부 리그를 전전하는 평범한 선수들이다. 코모로 선수들은 2016년부터 비슷한 멤버들이 이곳저곳을 옮기면서 어렵게 훈련했다. 아브두 감독은 “축구보다 국가를 더 사랑하는 선수들”이라며 “자신들을 ‘형제’로, ‘진정한 애국자’로 여기고 단결했다”고 전했다.

코모로가 지난해 3월 지역예선을 통과해 사상 처음으로 네이션스컵 출전권을 따낸 순간, 나라는 보름 동안 사실상 마비됐다. 아브두 감독은 “온 국민이 미친 것처럼 폭발했다”며 “마치 우리가 월드컵에서 우승한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24일 개최국 카메룬과 16강 격돌
또 한번 불멸의 드라마 쓸지 주목

코모로는 오는 24일 네이션스컵 16강전을 치른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대회 개최국인 강호 카메룬(FIFA 랭킹 50위)이다. 코모로는 카메룬과 두 번 싸워 1무1패에 그쳤다. 2019년 3월 카메룬에서 0-3으로 대패했다. 코모로 국민은 코로나19로 인해 카메룬에 가지 못한다. 경기장은 카메룬 사람으로 꽉 찰 게 분명하다.

코모로 공격수 사이드 바카리(28)는 “코모로 국민이 우리 뒤에 있다는 생각으로 뛰겠다”며 “국민을 다시 한 번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코모로는 가나전에서 무려 24개 파울로 상대를 괴롭혔다. 첫 경기 가봉전에서도 24개 파울로 전력 열세를 메웠다.

“우리는 강한 상대를 만날수록 더 강해진다. 우리는 무서운 게 아무것도 없고 상대가 강할수록 더 강하게 싸우겠다.”

바다에서 실러캔스는 죽었을지 몰라도, 이들은 축구장에서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한 전사들이다.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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