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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내가 甲” 급잠수 타는 직원 속출…‘ghosting’ 직원에 골치 앓는 美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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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 병원에서 연구진으로 일하는 재미교포 A씨. 최근 기자와 만난 그는 “병원의 최대 고민은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라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인력 고스팅(ghosting)”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 화두인 ‘고스팅’은 직원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일종의 ‘잠수 타기’다. A씨는 “일부 계층은 주급을 받아 주말 동안 술을 잔뜩 마시고 월요일에 출근을 안 하고 연락 두절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원래 고스팅은 이런 부류의 사람을 뜻하는 용어였지만 이제는 고스팅 현상이 인종, 나이 할 것 없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잠시 잠수를 타다 일터로 복귀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스팅 직원 대부분은 별 이유 없이 출근을 하지 않는다. 재택근무를 하던 직원은 고스팅에 들어가도 즉시 알아차리기 어렵다. 일부는 이직을 하기도 하고, 갑자기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휴가 신청 같은 상식적인 절차도 거치지 않는 ‘잠수 타기’는 팬데믹 이후 더욱 빈번해졌다.

미국에서 사업 중인 B씨는 “전날 멀쩡하게 퇴근한 직원이 다음 날에는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연락이 되지 않다가 한참이 지나 회사를 떠나겠다고 통보해오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고소득 직종에서도 이런 현상은 흔해졌다. 워낙 구인난이 심하다 보니 연봉을 높여 이직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후임자에게 기본적인 인수인계를 하지 않고 퇴직하는 바람에 업무에 큰 차질을 빚기도 한다. 한국 대기업의 뉴욕법인장인 C씨는 “전임자가 업무를 인수인계하지 않고 사라졌는데 미신고에 따른 과태료 고지서를 받아들고서야 업무 공백을 뒤늦게 알아차린 경우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매경이코노미

뉴욕 맨해튼 전자제품 유통 체인 ‘베스트바이’ 입구에 설치된 구인 공고. 취직하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논의해보자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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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지역 단순직도 시간당 30달러

근로자 우위 현상에 무통보 퇴직 줄줄

미국이야 원래도 이직이 빈번한 사회지만 팬데믹 이후 고용주보다 근로자 지위가 우월해지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용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 중이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대량 퇴직(The Great Resignation)’으로 불리는 현상이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실제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 퇴직자 수는 453만명, 퇴직률은 3%를 기록했다. 퇴직자 수는 전월보다 8.9% 증가했는데 2000년 12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률이다. 퇴직률도 역대 최고 기록과 같은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근로자가 힘들고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매일 100만명 안팎 확진자가 나오며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한 서비스업은 최악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기자가 사는 뉴저지 지역의 경우 단순 노무직에도 시간당 30달러를 주겠다는 구인 공고가 널려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저시급을 15달러로 올리겠다고 공약했지만 관련 규정을 고칠 필요도 없이 이미 실제 임금은 이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일손이 가장 부족한 항공업계에서는 단순 업무에도 시간당 36달러를 주겠다는 구인 공고를 볼 수 있다. 가장 단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포장 작업 시급이 15달러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MZ세대나 조기 은퇴를 꿈꾸는 사람들은 ‘The Great Resig nation’을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용감한 선택’이라는 뉘앙스에서 ‘위대한 퇴직’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선택을 한 사람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일자리 시장에서 이런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3호 (2022.01.19~2022.0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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