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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하나… 문답으로 풀어 본 ‘일촉즉발’ 우크라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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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가능성 등 전망 엇갈려

서방 군사 개입 가능성 적어

우크라인 33.3% “무기 들 것”

세계일보

지난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대치 중인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최전방 참호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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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외교적 해법 모색을 위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러시아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포·탱크 등 군사력 배치를 늘리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발트삼국 등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방침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을 종합해 우크라이나 정세 관련 주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 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왜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나.

=푸틴 대통령의 속내는 알 수 없다. 대부분의 외교관과 전문가도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NYT는 “푸틴 대통령의 최고 참모들도 그가 무엇을 달성하려 하는지, 얼마나 진지하게 침공을 고려 중인지 모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옛 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책 노선과 연결 짓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독립은 러시아에 가장 뼈아픈 손실로 꼽힌다. 우크라이나는 소련권 15개국 중 러시아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데다 러시아와 1200마일(약 1931㎞)에 달하는 국경을 접하고 있다. 러시아어가 공용어는 아니지만 널리 사용되는 등 러시아와 사회·문화적 유대 관계도 깊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하나의 국가(one nation)”로 칭하는가 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현 지도부를 “반(反)러시아 프로젝트”라고 비난한 바 있다.

세계일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제네바=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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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며 나토군의 동유럽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동유럽 국가들이 1997년 나토에 가입하기 전의 경계선으로 돌아가는 것, 즉 나토군 전투부대가 폴란드와 발트삼국에서 철수하고 폴란드와 루마니아 같은 나라들에 나토 미사일이 배치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BBC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요구 사항을 나토 30개 회원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우리는 누구도 나토의 개방 정책을 닫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불안해 하는 이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해 성공할 경우 동유럽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또 중국의 대만 침공 등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안보 우려가 고조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가능성이 적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21일 블링컨 장관과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재차 밝혔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말 “서방의 공격적인 노선이 지속될 경우 군사·기술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러시아인들이 전쟁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전쟁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렇다고 전쟁 가능성이 적다고는 할 수 없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멀린다 해링 등 몇몇 분석가들은 전쟁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내심을 잃었다는 것이다. 서방 정보기관들도 올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 등 서방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전투 병력을 파견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BBC는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군사적으로 열세인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을 지원하거나 러시아 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를 국제금융정보통신망(SWIFT)에서 배제하고, 독일과의 천연가스관 사업인 노르트 스트림 2 개통을 막는 방안도 거론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가능성에 대한 양국 국민들의 여론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키예프국제사회연구소(KIIS)가 성인 2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3.3%는 ‘러시아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다른 응답자 21.7%는 ‘시민 저항 운동에 참여해 러시아 공격을 격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러시아 레바다센터가 비슷한 시기에 러시아인 1603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9%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가능성이 높거나 피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응답자 38%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 두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러시아인들보다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서 전쟁 우려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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