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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겉만 번지르르한 초고층 건물들…잇따른 붕괴사고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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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머니투데이

(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 2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현장 내부에 데크 플레이트가 무너져 내려 있다. 2022.1.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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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경기도 평택 국제대교 건설현장에서 상판 240m가 연이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조사 결과 설계부터 시공, 사업관리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서 부실이 드러났다.

#2020년 12월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 붕괴로 작업자 3명이 사망했다. 건물이 붕괴한 이유는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은 부실시공때문이었다. 약 1년이 지난 5일 이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인명 수색에 투입된 소방관 3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2022년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현장에서 38층에서 23층까지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근로자 1명이 사망했고 5명은 실종된 상태다. 사고 원인은 조사 중에 있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된 부실시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안전보다는 빨리빨리 속도전·존재감 없는 감리·초고층 신공법 노하우 부족

광주에서 신축 중인 39층 아파트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도된 후 사람들은 불안감을 넘어 공포감을 호소한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너무 불안하다", "고층 건물이 너무 무섭다", "단층 주택을 직접 지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등의 반응이 잇따른다.

게다가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크르서울포레스트'에서 진동이 감지되면서 이런 불안감은 증폭됐다. 외부 전문가의 정밀점검 결과 별다른 이상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언제 또 있을지 모를 진동 가능성에 입주자들은 불안감을 쉽게 떨치기 어렵다.

건축 기술이 발달했지만 체감적으로 느끼는 안전성은 예전보다 못하다. 특히 예전과 달리 최고층 건물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에 걸맞은 안전관리와 시공상의 관리·감독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광주 아파트가 붕괴하기 전 외국인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현장 외국인 근로자 비중 확대가 문제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숙련된 한국인 근로자 보다 업무 자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절대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 겸 경인여대 교수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건설사들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서 건물을 짓는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사 기간을 어떻게든 줄여야 한다"면서 "안전보다는 수익성, 빨리빨리 속도전이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가 조합원 7573명을 대상으로 사고의 근본적 원인에 관해 물어본 결과 10명 중 6명이 넘는 사람이 '빨리빨리 속도전 공기단축'(63.3%)을 꼽았다.

부실 감리도 고질적인 문제에서 빠지지 않는다. 설령 시공사가 설계를 일부 무시하고 공사를 빠르게 진행하더라도 감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부실시공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감리업체는 사업의 승인권자인 지자체가 선정한다. 하지만 실제 계약을 맺고 돈을 받는 곳은 관리·감독을 해야할 대상인 해당 시공사다. 이때문에 감리가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감리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에 지은 건물에 부실시공이 많다고 느껴지는 주된 배경에는 초고층 건물에 대한 노하우 부족이 꼽힌다. 업계에서는 최근 초고속엘리베이터 소음 문제로 이슈가 됐던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 아파트 사건도 비슷한 사례로 판단했다. 이 아파트에선 엘리베이터 바퀴가 레일을 타고 움직일 때 나는 진동소음이 콘크리트 벽을 타고 집안으로 퍼져 논란이 됐고 시공사가 부품을 교체한 바 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초고층 건물을 지을 때 신기술이 엄청나게 도입된다"면서 "공사 적용 전에 개별 기술 확인은 이뤄지지만 다양한 기술이 결합했을 때 어떤 상황을 초래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가령 초고층 건물에 들어가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일반 엘리베이터보다 소리가 크다. 당연히 진동과 소음에 대한 검증을 미리하고 벽체를 더 두껍게 설계하는 등 사전적인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경험 부족으로 이런 점까지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초고층 건물에 새로운 공법이 많이 적용되면 검증이 필요한데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동시다발적으로 건물을 짓고 있다"면서 "겉은 번지르르한데 안전성과 검증면에서는 떨어져 하자, 부실시공 등의 문제가 앞으로 하나씩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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