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이슈 주목받는 블록체인 기술

[인터뷰]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블록체인 게임 지배할 것… 위믹스 인위적 시세 하락 없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7시 23분 게임 개발·서비스 회사인 위메이드가 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 클레바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클레바는 출시 12시간 만에 2800억원의 예치금을 모았다.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서비스 중 2위에 해당한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20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1위인 클레이스왑과는 차이가 있지만 오픈과 동시에 단숨에 2위 사업자로 뛰어 올랐다는 데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라며 “클레바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디파이는 전통적인 금융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가상자산을 서비스에 예치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가로 보상을 받는데, 이를 가리켜 ‘이자 농사(Yield Farm)’라고 부른다.

디파이 서비스는 누가 만들었는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처럼 돼 있다. 하지만 클레바는 전 세계 최초로 상장사가 만든 디파이 서비스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장 대표는 “그만큼 높은 신뢰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라며 “가상화폐도 일반 현금처럼 가지고만 있으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디파이 같은 가상화폐 금융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현재 전 세계 코인 마켓에 존재하는 2000조원 가운데 디파이에 가입돼 있는 가상화폐는 250조원쯤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80%는 그냥 ‘보유’만 하고 있는 가상화폐다. 어떤 수익도 창출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 대표는 “나머지 80%는 그냥 가만히 있는 가치다”라며 “주식, 정기예금, 수시입출금 통장 등에 현금을 넣어두는 것처럼 가상화폐로 여러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디파이의 미래다”라고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위메이드는 카카오 자회사인 그라운드X(엑스)가 개발한 가상화폐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서비스 ‘클레임스왑’에 전략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또 글로벌 2대 디지털자산 은행인 스위스 ‘시그넘’의 시리즈B 펀딩에도 참여했다.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경제를 키워보겠다는 게 장 대표의 의지다.

이처럼 위메이드가 블록체인과 이와 관련한 여러 금융서비스, 가상화폐에 관심을 두는 목적은 게임의 미래가 ‘블록체인’에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장 대표는 “게임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메타버스라면, 이를 완성하는 건 블록체인 기술이 될 것이다”라며 “지금까지의 게임 속 경제는 실현될 수 없는 ‘닫힌 경제’였지만, 블록체인은 이 닫힌 경제를 현실과 연결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만큼 위메이드는 국내 게임사 중에 블록체인에 가장 적극적이다. 또 실제 서비스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곳도 위메이드가 유일하다.

조선비즈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메이드가 블록체인에 주목한 건 2017년 말 가상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의 가치가 1차 폭발을 일으켰던 때다. 장 대표는 “당시 모든 분야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졌고, 많은 회사들이 이 기술을 어떻게 사업으로 연결시킬지를 고민했다”라며 “위메이드는 게임과 블록체인이 찰떡궁합이라는 결론을 지었고, 완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라고 했다.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건 2018년 초부터다. 벌써 4년이라는 업력이 쌓였다. 그간 위메이드는 가상화폐 플랫폼 ‘위믹스’를 선보였고,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을 활용하는 게임 ‘미르4(글로벌 버전)’를 출시했다. 또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최대주주 비덴트에 투자, 간접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클레바 출시는 위메이드가 추진하는 또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장 대표는 “이제 위메이드는 일반적인 게임 개발사를 벗어났다고 본다”라며 “우리는 게임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가 얘기하는 게임 플랫폼은 단순히 다른 회사의 게임을 가져와 홈페이지 등에서 유통(퍼블리싱)하는 형태가 아니다. 게임과 게임 내 경제 시스템 모두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개념이다.

장 대표는 “기존 퍼블리싱 플랫폼은 기껏해야 수십개 정도를 서비스할 수 있는 것이 전부다”라며 “1년에 새롭게 쏟아지는 게임이 5만개 정도인데, 각 게임에 존재하는 경제 시스템이 하나의 블록체인 플랫폼(위메이드의 경우 위믹스)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질적, 양적으로 기존 플랫폼과는 전혀 다르게 된다”라고 했다.

위메이드는 단기적으로 위믹스로 돌아가는 게임을 올해 100개쯤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는데, 조기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장 대표는 “이미 출시된 게임이 5개, 또 위믹스 플랫폼에 관심을 보낸 게임이 100개를 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블록체인 게임을 모두 서비스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다”라며 “다른 경쟁사는 이제 막 시작한 수준이고, 가상화폐 쪽에서 시작하는 블록체인 게임은 결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가장 앞서 있는 우리가 시장 지배적인 사업가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위메이드는 최근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를 인수했고, 엠게임과 NHN을 파트너로 두고 있다. 앞으로 또 다른 중대형 게임사와의 협력도 추진 중이다. 장 대표는 “모든 게임 회사와 얘기하고 있다”라며 “어떤 파트너는 블록체인 게임을 공부하기 위해 우리와 접촉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위메이드 외에도 컴투스그룹이 블록체인 게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장 대표는 “컴투스그룹과도 지난해 10월에 만나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라며 “경쟁이 아닌 이 판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협력하고 방향을 잡을지를 논의했다”고 했다.



세간에서는 게임회사가 가상화폐에 관심을 두는 것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있다. 위메이드는 최근 위믹스를 대량 매도해 기업 인수합병(M&A)에 사용한 것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장 대표는 “(상장 회사의) 주가가 빠지면 주주들이 회사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고, 마찬가지로 가상화폐를 발행한 회사가 가상화폐 시세 하락에 귀책이 있는 건 마땅하다”라며 “하지만 (대량 매도) 논란은 사실관계가 틀렸고, 우리는 장기적으로 회사를 더 좋게 만드는 동시에 블록체인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성장전략 자체가 위믹스의 성장이다”라며 “이를 통해 우리 회사가 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상화폐의 시세 변동성이 워낙 크다는 점에 대해 장 대표는 “불안정한 상태가 주는 단점과 장점이 있을 것이다”라며 “시세가 하루아침에 크게 하락하는 건 단점이지만, 혁신적인 성과가 나타났을 때 시세에 바로 반영되는 건 또 장점이다”라고 했다. 장 대표는 “주식시장에서 거래 가격 제한이 없는 금융 선진국이 적지 않다”라며 “가상화폐나 주식이 비슷하다는 것이고, 불안정성에 대한 시각 차이라고 본다”고 했다.

가상화폐가 주목받자 최근 유력 대선후보들은 이에 대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가상자산 법제화’, ‘가상화폐 공개 허용 검토(ICO)’ ‘증권형 가상자산 발행 및 공개(STO)’ 등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가상화폐 수익 5000만원까지 완전 비과세’ ‘양도 차익 기본공제 상향’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등을 대표 공약으로 소개한다.

장 대표는 “우리는 세계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라며 “이 때문에 한국의 규제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이 크지 않지만 (대선 후보들의) 이런 공약이 나왔다는 건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다”라고 했다.

최근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을 사행성을 이유로 원천봉쇄한 현재 게임법을 개정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도 개선을 통해 정상적인 사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장 대표는 “(제도화는) 어떤 부분을 어떻게 제도로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고, 결국 산업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다”라며 “산업을 진흥시키는 방향으로 제도화를 하는 것이 옳지 않나 싶다”고 했다. 장 대표는 ‘책임 있는 자유방임’을 제도화 핵심으로 꼽고 있다. 그는 “책임을 묻되, 뭘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자유도 줘야 한다”라며 “여기엔 미래지향적인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