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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짓지도 않았는데…강남 디에이치자이에 '자이' 들어간 꿍꿍이 [뉴스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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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디에이치자이개포'아파트. 아파트 벽면에 자이 브랜드 로고가 보인다. 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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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중앙일보가 보도한 '[단독]"기찻길 옆 오막살이" 강남 디에이치자이 입주민 한탄, 왜'라는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100만명이 넘는 독자가 읽었고, 댓글도 1200개 넘게 달렸습니다.

서울 강남에 새로 들어선(디에이치자이개포, 2021년 7월 입주) 고가의 아파트인데, 그곳에 사는 입주민 중 상당수는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엘리베이터 굉음' 때문에 기차 소리가 요란한 기찻길 옆에 사는 것과 다름없다는 기사 내용이 독자들의 눈길을 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아파트를 잘 짓는 회사라고 주장하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각각 자신들의 '명품 아파트 브랜드'라고 홍보하는 '디에이치'와 '자이'를 내걸고 분양한 아파트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관심은 더 컸을 겁니다.

엘리베이터 굉음의 원인은 철골 구조로 지어지는 초고층 건물(50층 이상)에 넣는 고속 엘리베이터를 콘크리트 건물인 일반 아파트에 처음 설치하면서, 엘리베이터와 집 내부와의 간격을 불과 30cm로 붙여지었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 굉음 원인은 무리한 설계



건설사가 이런 소음이 날지 몰랐을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요. 많은 전문가는 건설사가 자신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한 설계'를 했다고 분석합니다.

공무원임대아파트였던 옛 개포주공 8단지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이렇게 3개 건설사가 국가로부터 땅을 사들여 지은 '자체사업'입니다. 재건축 조합원이 사업주체이고, 그들에 의해 설계 등이 영향을 받는 일반 재건축 단지와 상황이 아주 다릅니다.



자체사업 수익 높이려 온갖 인센티브 챙겨



재건축 사업에서는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총건축물의 면적 비율)과 건폐율(땅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사업 수익이 커지는데, 이 단지는 국내 재건축 단지 중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용적률과 건폐율이 높습니다. 개포지구 내 다른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이 250% 안팎인데 이곳은 336%나 되고 건폐율의 경우 다른 단지들이 18~20%인데 이곳은 28%입니다.

이렇게 특별히 이 단지의 용적률과 건폐율이 높은 건 건설사가 단지 안에 임대아파트를 많이 짓고, 인근 주민들에 개방하는 기부채납시설도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특별건축구역, 특별계획구역 등으로도 지정받았습니다. '용적률 인센티브' 등 각종 인센티브를 최대한 많이 받아 챙기기 위해서입니다.



높은 건폐율 때문에 '앞집 조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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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이치자이개포 단지 내 한 집의 방안에서 내다 본 창 밖 모습. 앞 동이 훤히 보인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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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높은 용적률과 건폐율 때문에 입주민은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최대한 아파트를 슬림하게 지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집과 바로 붙여 지었고, 소음을 줄일 이중벽조차 못 만든 겁니다. 또 아파트 동과 동 사이의 거리가 짧은 곳은 25m에 불과해 앞 동의 집 안이 바로 보입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지은 아파트의 동간 간격의 반 정도입니다. 특히 판상형과 타워형 아파트를 섞어 지었기 때문에 앞에 동이 더 잘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앞집 조망권'이냐는 비아냥도 나옵니다.

306가구의 임대아파트는 출입구 게이트 위에 걸쳐 지어 임대아파트가 '바람막이'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한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단지 한 구석에 낸 31계단을 통해 외부와 드나들게 설계했습니다. 노약자나 장애인은 계단에서 100m가량 떨어진 엘리베이터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집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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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이치자이개포 단지 한쪽에 설치한 31계단. 임대아파트 입구와 연결돼 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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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지는 용적률 등을 많이 받는 대신 실내농구장,라켓볼코트,영어도서관,어린이 실내 놀이터 등을 단지 안에 만들어 강남구에 기부채납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입주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이런 시설은 모두 공사 중입니다.



짓지도 않았으면서 '자이'브랜드는 왜



이 아파트 공사는 전적으로 현대건설이 했습니다. 그런데 GS건설의 자이 브랜드가 아파트 단지명에 들어간 것도 이상합니다. GS건설이 짓지 않은 아파트인데 브랜드만 걸쳐 놓았기 때문입니다. GS건설은 지분 투자만 했을 뿐입니다. 만약 자이 브랜드가 좋아서, 자이 브랜드를 믿고 이 아파트를 선택한 소비자가 있다면 배신일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굉음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입주민까지 있는데 현대건설이나 GS건설은 "법률상 하자는 아니기 때문에 해결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명품 아파트 브랜드라는 '디에이치'와 '자이'가 무색합니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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