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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언론에 첫 공개된 광주 붕괴사고 현장···“폭탄맞은 듯 처참한 잔해 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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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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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이 언론사 풀 취재단에 공개됐다. 연합뉴스 제공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근 잔해, 구부러진 파이프, 부서진 콘크리트 파편…’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의 내부가 22일 언론에 공개됐다. 지난 11일 사고가 발생한 이후 언론인들에게 사고현장 내부가 상세히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재기자 2명과 사진기자 1명, 영상기자 1명 등 풀 기자단 5명이 현장을 둘러봤다.

현장은 폭탄을 맞은 것처럼 ‘참혹’했다. 2022년 새해 벽두, 아직까지도 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의 민낯이 그곳에 있었다.

취재진의 현장 진입은 소방당국의 철저한 안내와 통제속에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중앙계단을 통해 상층부로 향하는 길은 미로를 방불케 했다. 두 사람이 겨우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계단에는 세로로 펼쳐진 그물망 하나가 안전 펜스를 대신하고 있었다.

언제 잔해물이 낙하할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에는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구조대원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불빛으로 안내하는 ‘라이트 라인’이 설치돼 있었다. 구조대원들이 이 ‘생명줄’에 의지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연상됐다.

상층부로 올라가면서 살펴보니 붕괴 충격이 미치지 않은 아래층의 모습은 평범한 아파트 공사 현장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윗층으로 올라갈수록 처참한 흔적이 강도를 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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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공개된 처참한 붕괴아파트 내부 모습. 연합뉴스 제공


천장은 언제 무너질 듯 모르게 부풀어 내려와 있었다. 바닥은 온전해 보였지만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바닥이 후들거렸다.

조심조심 계단을 올라 20층에 다다르자 구조대원들의 전진 지휘소가 보였다. 붕괴하지 않은 뒤편 공간을 활용해 한쪽은 장비를 두고, 한쪽은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말이 전진지휘소지 깨진 창틀을 비닐로 막아놓고, 단열재로 쓰이는 자재를 깔개 삼아 놓아둔 것이 고작이었다.

23층에 오르자 붕괴를 실감할 수 있는 현장들이 나타났다. 깨지고 휘어진 잔해물이 가득 쌓여있었다. 거미줄처럼 치렁치렁 늘어진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들은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연상시켰다. 16개층이 내려앉은 구조 잔해물들은 겹겹히 쌓여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것인지 난감해 보였다. 한 발이라도 잘못 내딛으면 추락하는 아찔한 상황에서 잔해물의 낙하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었다. 왜 수색작업이 속 시원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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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사고 현장 내부 모습. 연합뉴스 제공



낭떠러지처럼 끊겨버린 붕괴 지점 주변은 구조대원들이 특수 갈고리를 이용해 정리한 뒤 접근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정해 노란 안전선을 그어둔 곳도 있었다. 당장이라도 겹겹히 쌓인 잔해물들을 치우고 실종된 노동자들을 찾아 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한 발도 내디딜 수 없었다. 구조대원들의 ‘속이 타 들어간다’는 독백을 이해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동행한 소방관계자는 “39층까지 16개 층을 오르면서 확인했듯이 건물은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며 구조 활동도 그만큼 애를 먹고 있다”면서 “타워크레인을 해체하고 구조대원의 안전이 확보되는 즉시 보다 적극적인 인명구조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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