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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뉴스톡톡]프리지아 논란, 과연 그녀만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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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머플러·바오바오백…국내 만연한 가품·카피 상품

"패션업계 저작권 의식 개선 계기로 삼아야"

뉴스1

(왼쪽)유튜버 송지아(프리지아)가 공개한 사진과 명품 브랜드 본사의 정품 티셔츠 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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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최근 넷플릭스 솔로지옥에 출연해 화제의 인물로 등극한 유명 유튜버 프리지아가 '가품 착용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여러가지 논란 중에서도 핵심은 프리지아의 부족한 저작권 의식에 있습니다.

사실 패션업계 저작권 및 상표권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영화나 음악 등 콘텐츠와 달리 디자이너 창작물에 대한 규제가 미비해 저작권을 보호받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판매자는 처벌받지만 구매자는 처벌받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패션 기자로서 언젠가 한번은 짚고 넘어 가야할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논란을 보면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과연 이번 논란에서 자유로운 이들이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이었습니다. 때로는 진품을 사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흔해서 잘못됐다는 생각을 못 해서, 명품 카피 상품인지 몰라서 등 다양한 핑계를 빌미로 가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실제 대중들이 특정 브랜드 디자인 카피 상품을 문제의식 없이 구매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하늘길이 막히기 전 인기 여행지인 중국·베트남 등을 방문한 여행객들은 필수 여행 코스로 일명 '짝퉁 시장'을 돌며 가품을 구매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멀리 나갈 필요도 없습니다. 밤 11시 주 2~3회씩 불시에 열리는 동대문 '짝퉁 시장'도 여전히 성업 중입니다. 이들 중 '플렉스 소비'를 즐기는 2030 비율도 상당합니다.

그렇다면 길거리 풍경은 어떨까요? 매년 겨울 버버리의 체크 패턴이 그려진 목도리나 머플러가 길거리를 점령합니다. 이 중 대부분은 '가품'일 것입니다.

이세이미야케의 바오바오 프리즘백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최대 지하상가인 강남역만 가더라도 프리즘백을 카피한 가방이 고작 5만원 안팎에 팔리고 있습니다. 민망할 정도로 비슷하게 베낀 디자인임에도 길거리에서 당당하게 팔리고 있는 것이지요.

과연 이뿐 만일까요?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교 축구팀에서까지 유명 축구팀의 유니폼을 카피하는 일도 흔하디흔합니다. 개인이 티셔츠 제작 업체에 직접 주문 제작을 넣는 방식이지요. 여기에 유명 스포츠 브랜드 'N'사나 'A'사의 로고를 달아 제작하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수 많은 사이트들은 여전히 버젓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패션 디자이너들은 어떨까요? 국내 패션 대기업이라 불리는 곳에서도 명품 브랜드의 인기 디자인을 비슷하게 베껴 신상품을 내놓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예컨대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스피드 러너'가 흥행몰이를 하자 유명 신발 브랜드들이 삭스슬립온 스니커즈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카피 제품을 규정하기 어려우니 디자인 베끼기가 업계 관행처럼 굳어진 셈이지요. 유명 쇼핑몰에서도 디자인 일부만 교묘하게 바꿔 파는 제품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패션계 일부 종사자들 조차 저작권 의식이 결여돼 있다 보니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건강한 의류 소비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영화·음악 불법 다운로드가 당연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국내 저작권 의식이 차츰 개선되면서 국내 콘텐츠 시장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패션업계 디자이너 창작물에 한해서는 저작권 침해와 카피가 만연한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나는 그런 적 없다"며 반박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가품을 사거나 길거리나 온라인상에서 가품을 판매하는 이들을 목격한 경험은 분명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이렇게나 가품이 차고 넘치는데, 한 개인만을 비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프리지아를 옹호하는 게 아닙니다. 핵심은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논란이 우리나라 패션업계 저작권 의식이 한층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며 좋겠습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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