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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호빵 인기 여전한데…그 많던 호빵기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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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스토리]시간 흐르며 호빵 먹는 법도 변화 대체재 증가로 호빵기 배치 점포 줄어 1인용 포장 등 제품 인기는 여전해 [비즈니스워치] 이현석 기자 tryo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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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니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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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스토리]는 평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들과 제품, 약(藥) 등의 뒷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음식과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음식과 식품 스토리텔러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겨울마다 생각나는 간식은 누구나 비슷하실 겁니다. 퇴근길에서 한 번쯤은 만날 수 있는 붕어빵이 대표적이죠. 올 겨울도 붕어빵의 인기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붕세권'이라는 용어도 등장했고, 최근에는 붕어빵을 파는 곳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등장했죠. 저도 이 앱 덕분에 붕어빵을 파는 곳을 좀 더 수월하게 찾은 기억이 있습니다. 따뜻한 붕어빵을 먹으며 겨울이 온 것을 실감했죠.

그러던 어느 날 독자의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보기 힘들어진 겨울 간식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메뉴 자체를 만나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진열된 곳을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 이어졌죠. 무슨 메뉴였을까요. 바로 '호빵'입니다. 듣고 보니 그랬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호빵기는 편의점의 상징이었습니다. 어디서든 호빵이 가득찬 호빵기를 만날 수 있었죠. 그런데 메일을 읽고 생각해보니, 요새 호빵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호빵기는 정말로 사라졌을까요. 직접 찾아봤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서울 중구·마포구·용산구의 편의점 50여 곳을 돌아봤죠. 결과는 어느 정도 ‘팩트’였습니다. 제가 돌아본 점포들 중 호빵기가 있는 점포는 총 6곳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이 점포들은 문앞에 '호빵 판매' 등의 문구를 붙여 놓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느새 호빵기를 들여놓은 편의점이 '표준'이라기보다 '특별한 곳'이 되어 버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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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기를 들여놓은 점포는 이제 '특별한 곳'이 됐습니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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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기는 왜 편의점에서 사라졌을까요. 일단 편의점 관계자들은 대체재가 많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과거 호빵은 편의점의 사실상 유일한 겨울 메뉴였습니다. 요즘은 다르죠. 군고구마를 파는 편의점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좀 넓은 점포에서는 치즈스틱, 치킨과 같은 다양한 튀김 메뉴를 팝니다. 게다가 과거보다 냉동 제품이나 편의점 도시락의 품질도 높아졌습니다. 호빵의 입지가 흔들린 것도 당연한 일이죠.

현실적 문제도 있습니다. 호빵기에 들여놓은 호빵의 유통기한은 1~2일에 불과합니다. 반면 군고구마는 고구마를 쌓아뒀다가 그때 그때 구워 팔면 됩니다. 튀김류는 대부분 냉동 제품이라 데워서 진열해 두기만 하면 되고요. 호빵이 '관리'가 더 필요한 메뉴라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호빵기는 크기도 큽니다. 많은 점포들이 공간 확보와 운영 효율성을 위해 호빵기를 철수시킬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아무래도 옛날보다 파는 먹거리가 많아져서 그런지 호빵을 사가는 사람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호빵을 추억으로 기억하는 세대도 많이 줄어들기도 했을 것"이라며 "점주 입장에서는 폐기 부담도 있어 호빵기를 계속 운영하기 어렵다. 호빵기를 들여놓지 않은 지 몇 년 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호빵이 예전보다 잘 안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호빵 시장 80%를 점유하고 있는 SPC삼립의 지난해 호빵 매출은 1200억원 가량입니다. 전년 대비 20% 늘었습니다. 누적 판매량은 60억개를 넘었고요. 매출 비중은 대형마트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약 37%의 호빵이 대형마트에서 팔렸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팔린 곳이 20%를 차지한 편의점이었습니다. 2019년에 비해서도 4%포인트 올랐죠. 호빵기는 없어졌지만 되레 호빵은 더 많이 팔렸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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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찜기를 내놓는 등 호빵의 유통 방식은 '진화'하고 있습니다. /사진=SPC삼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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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호빵이 변신을 계속해 왔기 때문입니다. '근본'인 단팥호빵을 넘어 피자호빵, 야채호빵 등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죠. 이어 생크림호빵이나 매운 맛을 담은 로제호빵도 출시됐습니다. 최근에는 민트초코를 넣은 민초호빵까지 등장했죠. 최근 들어서는 혼밥 문화를 겨냥한 식사대용 호빵까지 판매되고 있고요. 신메뉴의 매출 비중은 꾸준히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30%에 달하는 호빵 매출이 신메뉴에서 나왔습니다.

품질 개선도 있었습니다. SPC삼립은 2016년 호빵을 위한 발효미를 개발해 전 호빵 라인업에 적용했습니다. 50년 동안 쌓은 기술을 적용해 감칠맛과 식감을 살린 품종이었죠.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도 대응했습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1개입 제품을 내놨죠. 지난 2020년에는 1인용 찜기도 출현했습니다. 나아가 전자레인지에만 돌려도 식감이 살아나는 특허포장 '호빵 스팀팩' 기술까지 선보였고요. '호빵기'의 시대가 저물고 있을 뿐, '호빵'의 시대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신라면·초코파이와 같은 '장수 식품'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경쟁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합니다. 트렌드를 겨냥한 사이드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요. 호빵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역사의 반열에 오른 지 오래지만,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해 왔습니다. 덕분에 중·장년층 소비자에게는 추억을,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흥미를 자극하는 제품이 된 것 아닐까요. 앞으로 어떤 색다른 호빵이 우리를 찾아올까요. 따끈한 호빵 한 입 베어 물고 생각에 잠겨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食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픈 콘텐츠입니다. 평소 음식과 식품, 약에 대해 궁금하셨던 내용들을 알려주시면 그중 기사로 채택된 분께는 작은 선물을 드릴 예정입니다. 기사 아래 댓글이나 해당 기자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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