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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하루새 사망 3배 늘었다, 시진핑 측근의 홍수피해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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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7월 21일 폭우가 내린 중국 허난성 정저우 거리에 침수된 차들이 방치돼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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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으로 꼽히던 허난성 정저우시 책임자를 면직 처리했다. 사망·실종자 380명이 발생한 지난해 7월 수재 당시 시 당국이 피해자 수를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이 조사결과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2일 베이징일보에 따르면 허난성 상무위원회는 최근 정저우시 당 서기 쉬리이(徐立毅)를 면직하고, 안웨이(安偉)를 당 서기에 임명했다. 당국은 쉬리이에 대해 엄중 경고 처분을 내렸고,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는 그에 대해 강등 처분을 내렸다.

쉬리이는 ‘즈장신쥔’(之江新軍)의 일원으로 시진핑 주석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즈장신쥔은 시 주석의 저장성 서기 시절 부하 인맥을 뜻한다.

앞서 전날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정저우 호우 피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 당국이 재해 발생 후 긴급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홍수 피해 당시 사망ㆍ실종자 수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제때 대피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국무원 재해 조사조는 보고서를 통해 “사상자 상황을 매일 보고하지 않고 고의로 숨겼다”며 “집계가 최종적으로 나오기까지 정저우시 차원에서 75명, 현(縣)급에서 49명, 향진(鄕鎭)급에서 15명 등 총 139명의 사망ㆍ실종자를 은폐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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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0일 중국 중부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의 주민들이 폭우로 침수된 차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정저우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지하철에 갇힌 승객 12명이 숨졌으며, 주민 10만 명이 긴급 대피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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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집계 하루 새 3배로 뛰어



정저우에서는 지난해 7월 17일 오후 6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이 617.1㎜에 이르렀다. 사흘간 내린 비가 연간 강수량 평균(640.8㎜)에 근접할 정도였다.

빗물이 밀려들면서 시내 중심부에 있는 길이 1.8km의 터널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 물을 빼낸 터널에선 200대 이상의 차량이 발견됐다. 정저우시 지하철 5호선에선 빗물이 밀려들면서 사람들 어깨까지 물이 찼고, 미처 대피 못 해 숨지는 승객이 이어졌다.

그런데 홍수 직후 정저우시 당국은 사망자가 6명이라고 밝혔다. 9일 뒤엔 97명이 사망·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다음날 시 당국은 사망자와 실종자가 322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다시 이틀 뒤엔 339명이라고 다시 정정했다.

이마저도 제대로 된 수치가 아니었다. 21일 공개된 중국 국무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0일 기준 실제 사망·실종자는 총 380명이다.

중앙 정부는 시 당국이 초기 대응에 실패했을뿐더러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망자 수를 줄이고 은폐했다고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 당국은 지난해 8월 중순 리커창 총리가 현지 시찰을 갔을 때도 12명의 사망자가 추가된 것을 알고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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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0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지하철이 침수되자 승객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면서 승객 12명이 숨지고 500여 명이 구출됐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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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통신에 따르면 최근 허난성 기율 감찰기관은 공무원 89명을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엄중 문책했다. 또한 빗물이 대량 유입돼 사상자가 속출한 지하철 우룽커우(五龍口)역의 설계 책임자 등 기업 관계자 8명이 체포됐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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