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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 증시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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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올들어 미국 증시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KB증권에 따르면 나스닥 종합지수는 지난해 11월1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1만6057.40에서 14% 넘게 하락하며 조정 영역에 진입했다. S&P500 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7% 넘게 하락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꾸준하게 상승하면서 금리 민감도가 높은 성장주가 부진했고 성장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지수가 S&P500에 비해 더 부진했다"면서 "S&P500도 2020년 11월 이후 전고점 대비 최대 하락폭이 5.21%였는데 이를 넘어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먼저 투기성 자금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주식의 신용증거금 잔액은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7월에 급감하면서 시장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이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강한 매수 수요를 보여줬다. 그러나 전년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2월 71.6%를 기록하면서 이미 고점을 형성했다. 김 연구원은 "데이터가 나오는 1997년부터 살펴보면 신용증거금 잔액의 전년 대비 변화율이 50%를 상회한 후 낮아지기 시작하면 뒤이어 시장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면서 "투기성이 강한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될 때는 증시 상승세가 강했던 반면 투기자금이 이탈하면 시장이 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뿐만 아니라 신용증거금은 주가가 급락할 때 마진콜을 받으면서 떠밀리듯 청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는 낙폭을 더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도 매도세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는 지난해 6월에 정점을 형성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은 거대한 자본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대외 수급에 크게 휘둘리지는 않지만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강해질 때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2011년 QE(양적완화)2 종료를 즈음해서 매도세가 나오면서 미국 주요 주가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했고 2015년에도 대규모 매도가 진행됐는데 당시에도 두 차례의 조정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낙폭이 커지는 것은 유동성이 위축되는 증거라는 의견이다. 김 연구원은 "유동성이 위축될 때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변동성이 확대되고 낙폭이 커지는 것"이라며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시장이 하락하면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낙폭을 제한하는 반면 유동성 확장 속도가 느려지거나 위축되면 저가 매수세가 약해지고 '놓칠까 두려워서 급히 매수(FOMO, Fear of Missing Out)'하려는 수요도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단기 바닥도 확인 못한 상태여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최근 독특한 현상 중 하나는 주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S&P500 변동성 지수인 VIX가 급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채권 금리가 오르고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는 등 주식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인식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4분기 실적과 이후 실적 전망을 확인하려는 투자자들도 많은데 다소 후행해도 추세를 가늠할 때 활용하는 수급 지표들을 보면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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