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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소비회복 안되는데…‘제로코로나’ 덫에 걸린 중국 [중국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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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판매 둔화 과소평가해선 안돼"

12월 1.7% 증가 그쳐…'회색코뿔소' 되나

中정부, 춘제 연휴 바우처 지급 소비 촉진

시진핑 3연임 앞두고 방역 정책 유지할듯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에서 직장을 다니는 우(吳) 모 씨는 춘제(春節·춘절·중국 설 연휴) 명절을 앞두고 10일간 휴가를 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때문에 고향을 가지 못해 올해는 꼭 갈 생각이었다. 지난 20일 들뜬 마음으로 열차에 오른 우 씨는 고향인 광시성으로부터 ‘확진자가 나온 지역 인근 주민은 귀향 후 집중격리 7일+자가격리 7일을 해야한다’는 청천벽력같은 문자 한 통을 받았다. 격리 비용은 하루 300위안(약 5만6000원). 고민 끝에 우 씨는 다시 선전으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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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방역 작업중인 산시성 시안의 한 상점. (사진=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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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31일~2월6일)가 일주일 앞으로 돌아왔지만 중국에서는 특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베이징, 선전, 시안 등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을 보름 앞두고 각 지방정부가 더욱 방역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소매판매 둔화, 과소평가 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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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위험도를 저·중·고로 나누고 이동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방 정부는 더욱 보수적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만약 해당 지역에서 확산을 막지 못하면 공산당 간부가 무더기 문책을 당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것이다.

확진자 한 명이 나왔다고 해당 아파트 단지 전원을 14일간 격리시키고, 관광지 문을 닫고, 해외 택배를 받았다는 이유로 핵산검사를 요구하고 있다. ‘칭링’(淸零·제로 코로나)이라 불리는 강력한 방역 정책은 초기에는 중국의 빠른 생산 회복을 도왔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소비 회복이 느려지면 경제 성장 자체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지난 17일 중국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작년 중국 GDP 성장률은 8%로 집계됐다. 특히 소매판매는 12.5%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2020년과 대비한 기저효과 덕이 컸다. 중국 GDP는 2020년 2.3% 성장했지만 소매판매는 마이너스(-) 3.9%로 추락한 바 있다.

소매판매 추세는 하반기 들어 급격히 꺾였다. 작년 1~3월 소매판매는 30% 넘게 증가했지만 4월 10%대로 떨어졌고, 8월에는 2.5%에 불과했다. 이후 다시 회복하나 싶었지만 12월에는 1.7% 증가하는데 그쳐 예상치(3.7%)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12월 생산과 고정자산투자(누적 기준)이 각각 4.3%, 4.9%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기저효과를 고려하기 위해 2년 평균을 내도 생산(5.8%), 투자(3.9%)에 비해 소매판매는 3.1%에 그쳤다.

둥베이(東北)증권은 “12월 소매판매의 급격한 둔화는 코로나19가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코로나19가 올해 1분기 중국 경제의 회색코뿔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부진 장기화에도 제로코로나 고집할듯

중국 내에서는 생산 및 투자 개선세가 약한데다 소비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화타이(華泰)증권은 “코로나19 확산, 주민소득 및 고용 개선 지연,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마이너스 부의 효과 등으로 1분기 소비회복이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 각 지방정부는 춘제 기간 지역 내 소비 촉진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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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날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는 춘제 연휴에 귀향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 총 5억위안(940억)의 예산을 마련했다. 제조업 주요 거점인 둥관시는 디지털 바우처인 ‘홍바오’(紅包)를 통해 미귀향객 1인당 500위안(약 9만4000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대상에는 외국인도 포함된다.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시도 미귀향객들에게 1인당 500위안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경제수장인 리커창 총리는 지난 10일 한 회의에서 “중국경제가 언덕을 넘는 고비에 있다”고 평가하면서 1분기 및 상반기에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내수확대 전략을 확고히 실행하고 14ㆍ5계획에서 확정한 중대 프로젝트 등을 신속히 추진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단기적인 정책이 소비 촉진을 유도할지는 미지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2월4~20일)을 앞두고 중국 여러 지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지역봉쇄, 이동제한 등 방역 강도 및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고, 이로 인해 생산·운송차질,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중국 내에서도 ‘칭링’ 정책을 다소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견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4억명의 인구 대국인 중국은 전염병이 퍼질 경우 의료 체제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중국의 강력한 방역 정책은 전 세계에도 리스크다. 유라시아그룹은 최근 보고서에 “올해 집권 3기를 앞둔 시점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역 노선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중국의 초강도 방역 정책 시행은 전 세계 공급망 혼란 가중을 의미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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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가통계국, 한국은행 베이징 사무소
*1)누계기준, 2)기저효과를 감안한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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