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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성호건의 전지적 토지관점] 예비건축주에게 가장 흔히 발생하는 애로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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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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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리=김자영기자] 필자는 현재 양평에 15세대 전원주택 현장을 개발하고 있다. 이 현장에 모델하우스를 짓고 있는데 거의 완공단계다. 필자는 토지개발 전문가로 주택 시공은 일반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시공사 외주를 준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필자 역시 이번 시공에 애로사항들이 있었다. 모델하우스 시공 중 실제 있었던 일들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건축주가 실제 집 짓는 과정에서 알아야 하는 다양한 내용들을 공유해보겠다.

시공사들이 초반 골조는 고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내 직영팀이 움직여서 빠르게 처리한다. 그러나 추후 내·외장재 작업은 하청을 줘 완성시키는 경우가 있다. 필자의 모델하우스가 딱 그러했다. 필자는 친분이 있는 시공사 대표와 외주계약을 맺었기에 골조가 올라가는 것 까지만 확인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러나 골조가 완성되고 나서부터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처음에는 재촉하지 않았는데 현장 소장이 변경된 후부터 창문 틀과 유리사이즈가 안 맞는 등 사소한 부분에서 공사가 지연됐다. 심지어 처음 계약할 때 좋은 자재 및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했지만 화장실 변기 및 세면대의 브랜드와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필자가 시공사 대표에게 전화해 이런 부분을 지적하자 현장 소장이 잘못 설치한 것 같다며 사과와 함께 변경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방문이나 대문은 브랜드지만 퀄리티가 낮았고 창호는 좋은 시스템 창호를 썼지만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였다. 식탁은 브랜드가 없는 제품이었다.

결국 필자는 시공사 대표와 미팅을 갖고 이 상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시공사 대표는 현장 상황을 보고 “100% 시공사의 잘못”이라고 얘기했다. 사실은 본사 직영팀이 골조와 어려운 메인 창호설치까지는 했는데 그 이후로 다른 시공과 맞물려 내·외장재에 대한 시공은 하청을 주었다는 것이다. 한 번 바뀐 현장 소장도 본사가 아닌 하청 회사의 직원이었다. 시공사 대표는 거듭 사과한 후 처음 약속했던 대로 모두 브랜드의 가구 및 좋은 자재들로 바꿔 놓고 빠르게 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은 완공 날짜보다 이미 3개월이 지난 상태였다.

필자는 처음 계약 당시 계약금 20%, 중도금은 총 2차례로 나눠 전체 금액의 50%로 잡았다. 잔금은 전체 시공 마감 후 30%로 잡았다. 중도금의 경우 1차에는 골조가 완성되면 20%로 지급, 내·외장재가 완성되면 30%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렇게 중도금을 나눠 납입하는 이유는 시공에 있어 속도에 대한 독려도 있지만 시공사가 자금상황이 악화되었을 때 필자의 돈이 다른 곳에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고객들은 본인이 돈을 납입하면 모두 자신의 집을 짓는 데만 사용될 거라 믿지만 자본금이 충분하지 못한 중소 시공사들은 각 현장을 돌려가면서 활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한 현장의 자금 상황이 막히면 줄줄이 현장들이 멈추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흔히 ‘배달사고’라고 한다.

필자의 모델하우스의 경우 내·외장재 완성 전에 시공사 대표가 2차 중도금을 먼저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시공사의 자금상황이 엉킨 것을 어느정도 감지했지만 2차 중도금 중 절반 정도는 먼저 자금을 풀어 시공 속도를 높이고자 했다. 그래도 진척되는 부분이 없어 필자는 위 상황처럼 시공사 대표에게 현 시공상황과 계약 상황을 명확히 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처음 계약서를 쓸 때 ‘이행지체보상금’을 꼭 명시하고 공사가 지연되면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시공사가 자금상황이 좋지 않다고 무조건 자금을 줘서도 안 되고, 무조건 시공사를 닦달하거나 책임을 묻기만 해서도 안 된다. 모델하우스는 사업상의 이유로 공사기한이 길어지면 개인들보다 더 피해가 클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전 경험을 토대로 처음부터 계약 상황보다 시공기간을 여유 있게 잡아 뒀다. 또한 위 상황처럼 하청이 있을 때 자재 퀄리티가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계약할 때부터 명확히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공사의 상황에 따라 공사가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계약서상 자금 지급 시점을 세분화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모델하우스 공기가 좀 길어지긴 했지만 실질적인 큰 피해 없이 진행 중이다. 개인의 경우 이런 현장상황들을 미리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숙지하지 않으면 피해와 손실액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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