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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옷로비 수사' 검찰 출신 이종왕 전 삼성전자 고문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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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회' 구성원… 대검 수사기획관 등 역임
정권 실세 사법처리 건의로 상부와 마찰
사직 후 김앤장서 재계 대형 사건 도맡아
이후 삼성으로… 盧 탄핵심판 법률대리
한국일보

이종왕 전 삼성전자 고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래 검찰총장'으로 거론될 정도로 전도유망한 검사였으나, '옷로비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 수뇌부와 충돌해 법복을 벗고 김앤장과 삼성그룹에서 활동한 이종왕 전 삼성전자 법률고문이 22일 오후 4시 9분 별세했다. 향년 73세.

1949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7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율사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육군 법무관 근무 후 1980년 서울지검 동부지청을 시작으로 대검찰청 공보담당관과 법무부 검찰1과장, 서울지검 형사 5·4·1부장을 역임했다. 제주지검 차장검사를 지낸 뒤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 자리에 오르는 등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고인은 1999년 수사기획관 시절 '옷로비 의혹' 수사 핵심 인물로 지목된 박주선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대한 사법처리를 주장하다가 상부와 마찰을 빚었다. 호남 출신인 박 전 비서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실세로 꼽히던 인물이다. 고인은 박순용 검찰총장 등 지휘부가 구속영장 청구를 수용하지 않자 사직서를 냈다.

검찰을 떠난 고인은 잠시 개업했다가 2001년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2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시작으로, 이듬해 대선자금 수사에서 SK·현대·LG그룹 변호를 맡는 등 굵직한 재계 사건을 도맡았다. 대북 송금 의혹 사건에선 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을 변호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재판에서 허태학 전 사장의 변호를 맡으며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2004년 7월 사장급인 삼성 상임법률고문 겸 법무실장으로 전격 영입됐고, 전략기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약했다.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의 폭로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2007년 책임을 지고 삼성을 떠났다.

고인은 故 이건희 전 회장이 2010년 경영에 복귀하자 삼성 법률고문으로 돌아왔지만, 이 전 회장이 쓰러지면서 2015년 재차 물러났다. 노 전 대통령과 각별했던 고인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상명 전 검찰총장, 헌법재판소의 김종대·조대현 전 재판관 및 서상홍 전 사무처장,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원장, 강보현 전 화우 대표변호사 등과 함께 사법연수원 7기 동기모임 '8인회' 구성원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유족은 자녀 석호·유진씨, 며느리 이은형씨, 사위 김덕헌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이며, 발인은 25일 오전 6시 30분이다. 장지는 경기 분당휴추모공원. (02)3410-3151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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