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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아투 유머펀치] 호텔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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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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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모텔, 여관, 여인숙의 차이는 무엇일까. 모두 다 하룻밤 머물다 가는 숙박업소이지만 4곳은 손님을 맞이하는 수준부터 다르다.

호텔은 말쑥한 정장 차림의 종업원이 룸 앞까지 안내하고 문도 열어준다. 그리고 “편히 쉬세요. 불편한 일이 있으면 룸서비스를 불러 주십시오”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모텔은 주인이 방 열쇠와 휴지, 요구르트를 담은 쟁반을 건네주며 건성으로라도 “잘 보내시고 다음에 또 오세용~”이라고 인사를 건넨다. 여관은 조바 아줌마가 수건과 요구르트를 들고 따라와서는 “여기... 숙박계 적어 주시고, 방값은 2만원요~”라고 한다. 여인숙은 아주머니가 주전자와 수건을 쥐어주면서 “저어기... 왼쪽 구석에 있는 방으로 가요”라며 턱끝으로 방위치를 일러준다.

퇴실할 때 투숙한 남녀의 행동양식도 차이가 난다. 호텔은 의젓하고 품위 있게 함께 나와서 체크아웃을 하기 마련이다.모텔은 여자가 먼저 나가고 남자가 뒤따라 나간다. 여관은 여자가 먼저 뒷문으로 나간 다음 멀리 떨어져서 남자를 기다린다. 여인숙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나갈 때도 여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1970년대 미국의 록 그룹 ‘이글스(Eagles)’의 대히트곡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는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의 빛과 어둠을 노래했다. 호텔은 아메리칸 드림과 악몽의 경계에 선 것이었다. 쾌락과 방종에 빠진 천국은 곧 스스로의 지옥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인기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영빈(靈賓) 전용호텔 이야기이다. 이승에서의 한과 미련 때문에 떠도는 귀신들을 잘 보살펴서 저승으로 보내주는 호텔이다. 드라마는 사랑 때문에 아파하지만 사랑으로 구원받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준다.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운명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도 은근히 전한다.

영국의 한 매체가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초고층 건축물로 북한의 류경 호텔을 꼽았다. 1987년 착공한 피라미드 모양의 류경 호텔은 330m 높이로 105층에 달하는데 3000개의 객실이 지금껏 텅 빈 애물단지이기 때문이다. 조선인민공화국 전체를 숙박업소에 비유한다면 어디에 해당할까. 나아가 5000만명이 넘는 내외국인이 머물고 있는 ‘호텔 대한민국’의 품격은 어떠한가. 3월에 새 지배인 선출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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