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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중독성 강한 보드와 메달…베이징선 金맛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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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동계올림픽 나는 태극전사다 ◆

매일경제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이상호. [사진 제공 = F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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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을 유독 좋아하던 강원도 정선군 출신 소년은 어린 시절 만난 스노보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정선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타며 자라나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 쾌거를 이룬 '배추 보이' 이상호(27) 이야기다. 한국 설상 종목 최초의 메달을 따내며 동계 스포츠 저변을 넓힌 공로로 경기장 이름까지 '이상호 슬로프'가 됐지만, 이제는 모두 과거의 일. 이상호는 다시 스노보드 바인딩을 조이며 베이징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귀국해 격리 중인 이상호가 매일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중독'이었다. "보드를 타면서 빠르게 내려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시원하고 짜릿한 일인지 안 타보면 모른다"면서 "특히 두 선수가 경쟁하며 내려오는 평행대회전은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보는 사람은 없을 거라 장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메달에 대해서도 "시상대에 올라가는 맛을 한 번 보니 잊을 수 없더라"며 "보드 못지않은 중독성을 느꼈다"고 시원하게 웃었다.

그의 말대로 이상호는 메달에 중독된 듯 올림픽 시즌 여러 차례 포디엄(시상대)에 오르며 순항하고 있다. 홀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고 혼성 경기에서도 정해림과 함께 동메달 1개를 보탰다. 7차례 월드컵을 거치며 종합 1위에 올라 메달 전망도 밝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상호는 "이번 시즌에서 그간 하던 대로 한다면 메달권은 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무엇보다 부상을 조심하고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며 "부담감 기대감 중독감 등 다양한 기분이 섞인 채로 베이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상호는 유쾌하고 긍정적이지만 이 모습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평창에서 은메달을 딴 이후 괴로운 시간이 짧지 않았다. 이상호는 "올림픽 이후에도 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며 은메달이 운이 아닌 실력이었음을 입증하고 싶었는데 습관성 탈구로 이어질 수 있는 어깨 부상을 당해 수술을 했고, 재활과 함께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전지훈련도 가지 못했다"며 힘든 시기를 돌아봤다. 분명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김연아, 박태환의 심리 상담 멘토였던 조수경 박사와 꾸준히 상담하고, 독서하는 습관도 갖추며 버텨냈다. 이상호는 "독서가 취미라기보다는 그것도 어느 정도는 노력의 결과"라고 웃으며 "최근에도 '명상록'이라는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선수로서 모험에 가까운 변화도 줬다. 바로 보드 길이를 185㎝에서 189㎝로 늘린 것이다. "별것 아니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선수에게 4㎝ 차이는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대형 버스로 갈아탄 셈"이라고 단언한 이상호는 "오랜만에 유럽에 나가니 기문 간격도 길어지고 대세가 긴 보드로 바뀌었길래 시도해 봤는데 잘 맞는 옷 같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대회보다 전체적인 메달 수 예측은 박해졌지만 그만큼 이상호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졌다. 이상호가 마지막으로 꺼낸 얘기는 다름 아닌 2020 도쿄올림픽이었다. 이상호는 대학 동기로 절친한 사이인 근대 5종 전웅태의 동메달이 행복한 자극을 주었다고 밝혔다. 이상호는 "서로의 종목에서 한국 최초 메달을 따고 아이콘이 되어간다는 점에서 우리는 비슷하고 마음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또한 오래도록 세계 정상을 지키는 양궁 역시 그의 마음을 울렸던 종목이다. 그는 "시즌 랭킹 1위를 지키고 경쟁하면서 올림픽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금메달을 못 따면 실패한 것으로 취급받는 상황에서도 실력을 유지하는 양궁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그는 "내게 올림픽 은메달이 있기에 사람들이 이번에는 금메달을 기대하는 것을 안다"며 "올 시즌에 그간 해온 대로 정말 잘해서 올림픽을 마치고, 금메달리스트로 오랜만에 집에 가서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을 먹으면서 쉬고 싶다"고 웃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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