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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위치정보 대신 스마트폰 신호...10분 내 밀접접촉자 구분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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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 '디지털 접촉자 관리시스템(CTS)'개발
공간특성 반영한 RF신호 활용
확진자 나온 전체 층 폐쇄 등 효율성 개선 기대
한국일보

지난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QR코드 인증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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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개인의 위치정보 대신 무선주파수 수신 신호로 신속하게 감염병 밀접접촉자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다중이 모이는 경기장에서 이미 시범 운영이 시작됐다. 기술이 고도화되면 개인정보 침해 논란을 최소화하며 코로나19 방역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공동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이택진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최근 개발한 '디지털 접촉자 관리시스템(Contact Tracing System·CTS)'을 소개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CTS가 '확진자 동선' 위주가 아닌 '확진자와의 접촉 여부'만을 가려 밀접접촉자 파악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방역당국이 사용하는 위치정보시스템(GPS), 방문 장소 폐쇄회로(CC)TV, QR코드 접속 이력, 신용카드 사용 내역 확인 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GPS는 실내 동선 파악이 안 되고 CCTV는 사람이 일일이 영상을 돌려봐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리며, QR코드 접속 이력은 직접 접촉 여부가 아닌 확진자와 같은 매장에 있었다는 점만 알려줘 대형매장에서는 활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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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를 공간 특성을 반영한 신호를 이용해 가려낼 수 있는 'CTS' 개념. K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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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CTS는 RF(Radio Frequency) 수신 신호를 비교해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찾아낸다. 스마트폰 등의 RF 수신 신호 세기가 공간의 특성을 반영하므로 이를 분석하면 확진자와 가까이 있었는지 여부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RF 신호는 공간의 구조나 벽의 재질에 따라 서로 다른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가령 확진자와 거리상 가까워도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면 밀접 접촉자가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GPS 활용이 어렵고 코로나19 전파에는 취약한 3밀(밀접·밀폐·밀집) 공간인 실내에서도 밀접접촉자를 가려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약 30만 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CTS 기술 정확도를 측정한 결과 약 92%의 정확도를 보였다"며 "방역관리자는 접촉자 리스트를 10분 이내에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CTS는 위치와 같은 개인정보 데이터가 아니라 공간상 접촉 가능성을 추정하는 신호 자체를 분석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낮다. 다만 CTS를 가동하려면 RF 신호를 수신한 후 서버에 전달할 수 있는 앱을 개인이 스마트폰에 깔아야 한다.

한국일보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를 RF 신호를 활용해 찾아내는 CTS 개요. 공간의 특성에 따라 신호 패턴이 달라지므로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는지 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K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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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말까지 열리는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주최 'DB그룹 배드민턴코리아리그'는 동의 절차를 거쳐 CTS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경기 참여 선수, 코칭 스태프와 심판, 방송관계자들이 경기장 출입구에서 앱을 깔면 발급된 카드를 출입증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CTS 운영이 본격화되면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전체 층을 폐쇄해 업무에 차질을 빚어온 사업장에서 특히 유용하게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 KIST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현대자동차 양재사옥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도 도입을 협의 중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매주 사람이 모이는 교회도 시범운영을 하도록 접촉 중"이라며 "코로나 확산 우려로 여러 행사 개최에 제약이 있는데 CTS를 활용하면 조건부 허가 등 정부의 방역 대책도 제약이 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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