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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신규확진 7천명’인데…오미크론 대응 준비 안 된 ‘호흡기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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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틀 7000명대…방역 전환 시급

검사 기관 적고 일해본 경험 부족

시민들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라


한겨레

국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7천명대 중반을 나타낸 23일, 서울 은평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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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정부가 제시한 오미크론 대응 체계 전환 기준인 7000명을 이틀 연속 넘어섰다. 오미크론 대확산으로 설연휴 이후 1만 가량의 확진자 발생이 예고된 상황이지만, 이를 감당할 호흡기전담클리닉 등 지역 의료기관의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630명(국내 7343명, 국외유입 287명)이라고 밝혔다. 4차 대유행의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2월15일 7848명 이후 39일 만에 최다 규모다. 전날 7008명에 이어 이틀째 7천명대다. 앞서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이 50%를 넘어 우세종이 되는 기준점으로 하루 확진자 7000명을 제시했는데, 그 기준점을 넘어섰다. 확진자가 7천명을 넘어서면 기존 ‘3T’(검사·추적·치료) 전략은 고위험군 중심 오미크론 대응 방역·의료체계로 전환된다. 정부는 앞서 오미크론 검출률이 높은 광주·전남·평택·안성 등 4개 지역에 대해 26일부터 오미크론 대응체계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오미크론 대응 전환 체계의 핵심은 ‘호흡기전담클리닉’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코로나19 유행상황에서 호흡기 환자들이 동선분리를 통해 안전하게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게 2020년부터 운영됐다. 오미크론 대응체계에서 이들 기관에 신속항원검사 수행이라는 추가 기능을 부여했다. 발열,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이들은 클리닉을 방문해 의사의 진료를 받고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게 된다. 양성이면 추가로 유전자증폭검사(PCR)를 받는다. 코로나19에 확진된 환자를 대면 혹은 비대면 모니터링하는 것도 클리닉의 역할이다. 현재 과부하된 검사와 치료기능을 호흡기전담클리닉이 분담해 덜어주는 셈이다. 지난 20일 기준 전국 호흡기전담클리닉은 579개 기관에 설치돼 654곳이 운영되고 있다. 개방형은(보건소) 148개, 의료기관형은 431곳(의원급 115곳, 병원급 150곳, 종합병원 166곳)이다.

문제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지정돼 있지만, 구체적인 역할을 수행해본 경험이 적다는 것이다. 클리닉과 정부의 소통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오는 26일부터 오미크론 대응을 해야하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운영하는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방역당국으로부터 공문을 받았을 뿐 사전협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참여할 기관들의 대비도 부족한 상태로 평가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클리닉은 그동안 지정만 해두고 역할을 부여해본 적이 별로 없다. 다시 역할을 부여하면서 지역별 배치도 적절한지 살펴봐야한다”면서 “전국에 600여개라고 해도 지자체로 보면 2개정 도밖에 안된다. 정부가 예측한대로 확진자가 2만∼3만명 나오면 감당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교실)는 “동선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도 많다. 또 지정 받는다하더라도 해당 의사들이 코로나19 환자는 본적없어서, 어떤 치료를 해야하는지 공부 해야하는 부분이 있다. 지역의사회 등에서 주기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환자의 검체채취는 하지 않는 곳도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21일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공개된 호흡기전담클리닉 운영현황을 분석해보니, 검체채취를 하지 않는 클리닉이 116곳에 달했다. 전체 클리닉 다섯 곳 중 한 곳은 코로나19 검체채취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클리닉에서 항원검사로 양성을 받은 환자가 검체를 채취하지 못하는 경우, 환자는 다시 피시알 검사를 위해 검사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먹는 치료제 투약이 필요한 이에게는 시간이 지체될 수 있고, 환자가 검사를 받으러 가면서 추가 감염 확산의 우려도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의원급인 경우에는 공간에 제약이 있어서 검체채취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병원급도 광범위하게 호흡기 클리닉에 참여하게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했다.

방역당국은 이제 증상이 발현되면 호흡기전담클리닉에 가야한다고 설명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어디로 가야하는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의 위치, 운영 시간 등에 대한 정보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누리집에는 게시돼 있지만, 이런 내용을 아는 시민은 거의 없다. 방역당국은 네이버·카카오 지도 등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정확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실제 경기도 안성시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안성성모병원, 푸른이비인후과의원이 호흡기전담클리닉이라고 밝혔지만,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지도에서 검색하면 엉뚱한 기관이 검색되는 상황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호흡기 클리닉이 아닌) 선별진료소나 응급실에 찾아가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도 “시군구에서 전담 클리닉을 알리는 알림 문자를 보내는 등 방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규확진자가 7천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오미크론 대응 체제 전환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교수는 “확진자가 증가할 게 거의 100% 확실하기 때문에 대응체계를 지금 바꾸기 시작해야한다”며 “그래야 실제 확진자가 폭증했을 때 시행착오 없이 문제를 극복하거나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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