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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월 가계대출 10조 늘었다…누르면 커지는 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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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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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은행 가계대출이 새해 20일 만에 9조4978억원 늘었다. 지난 12월보다 약 26배나 증가한 수치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대출을 무리하게 억제한 데 따른 풍선효과라고 지적된다.

2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합계는 20일 기준 718조5507억원으로 지난해 말(709조529억원)보다 9조원 이상 늘어났다. 올해 5대 은행이 가계에 공급할 총 대출 규모는 31조5000억원(추산치)인데 약 30%가 14영업일 만에 동이 난 셈이다.

일각에선 공모주 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청약으로 마이너스통장 사용액이 늘어난 영향이 지목된다. 하지만 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 실행 가능성이 높은 연초에 수요가 몰린 측면이란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 이대로라면 은행권 대출 제한 조치가 조만간 다시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6조1537억원 늘었는데,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공모주 청약 이틀(18~19일) 동안에만 약 7조원 늘었다. 여기에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507조7026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조2980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은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4~5%로 관리할 방침이다. 지난해 연간 증가율(5.84%)과 비교해 증가율을 1~2%포인트 낮출 부담이 있다. 연초라 은행들이 대출 문을 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출받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1월은 이사철이 아니라서 대출이 덜 한데 올해는 대출을 미리 받아두는 고객이 훨씬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3단계 시행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7월부터 3단계가 적용되면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는 사람도 DSR 40% 규제를 받는다.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 이하가 돼야 하므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행 DSR 2단계 적용 대상은 총 대출액 2억원 이상인 사람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단계 시행(올 1월 시행)을 앞둔 지난해 12월 만큼은 아니지만 3단계 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연초 대출 수요 쏠림 현상은 '역대급' 적격대출 한도 조기 소진 사태로도 확인된다. 우리은행은 지난 3일 하루 만에 1월 적격대출 한도를 모두 소진했고, 농협은행은 지난 4일 영업 이틀 만에 1분기 물량 접수를 마감했다. 적격대출은 무주택자나 곧 주택을 처분하는 1주택자가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해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소득 조건이 없어 원래 인기가 많은 편이지만 올해 소진 속도는 이례적이다.

은행권은 지난해보다 더 빨리 대출 제한 조치들이 실시될 수도 있다고 본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1월에 가계대출을 열어둔 이유는 시장 수요를 파악하고 향후 계획을 정교화하기 위해서"라며 "예상보다 대출이 많이 늘어난 은행은 다음달부터 제한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분기별로 총량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3월과 7월이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운용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COVID-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3월 종료되는데, 부실 정도에 따라 가계대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사업자대출과 함께 가계대출을 함께 받기 때문이다. 올 7월은 임대차법 도입 후 2년이 지난 시점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물량이 시장에 나오는데, 여기엔 전월세상한제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아 가격이 뛸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레 전세대출이 늘게 되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고위 관계자는 "지난 21일 LG엔솔 증거금이 환불되면서 신용대출 부문은 다시 안정화되긴 했다"면서도 "올해도 부동산 가격이 결국에는 올라간다는 전망이 많아 대출 수요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DSR 규제가 3단계로 격상돼도 전체 대출이 확 줄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7월 전세 이슈도 있어 면밀하게 대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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