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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코로나로 요양원 면회 금지…91세 伊 노인, 창문 넘어 탈출하다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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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동한 기자]
머니투데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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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한 노인이 머물던 요양원을 탈출하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1일(현지시간) 더선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주 파포제시에 위치한 요양원에서 마리오 피노티(91)가 지난 17일 오전 6시 3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는 요양원 1층과 2층 사이 외벽에 매달려 있었고 침대보를 엮어 만든 밧줄을 허리에 맨 상태였다.

수사 당국은 피노티가 2층 방에서 밧줄을 통해 창문 밖으로 탈출하다가 발을 헛디뎌 콘크리트 벽에 머리와 가슴을 부딪친 것으로 추정했다. 사건 담당 검사는 "뇌와 폐 손상을 가장 유력한 사망 원인으로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피노티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요양원 관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원장은 "피노티는 그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왔다. 퇴행성 질환도 없었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된 상태였다"며 "지난주에는 조카에게 영상통화로 '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은 평소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던 피노티가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되자 외로움을 느껴 이러한 일을 벌인 것으로 짐작했다.

피노티의 오랜 지인들은 그가 요양원에서 우울감을 느껴왔다고 주장했다. 피노티는 평생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다. 미혼으로 살았으며 고령에도 조카와 친구, 이웃의 도움을 조금씩 받는 정도였다. 하지만 더는 혼자 힘으로 정상적 생활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되자 지난해 3월 요양원에 입소하게 됐다.

삶의 방식이 달라진 피노티는 요양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특히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되면서 고립감이 심해졌다. 전문가들은 그가 주변에 알리지 않았으나 우울증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피엘루이지 모스카 파포제 시장은 "피노티는 일 년에 두 번씩 청사를 찾아 면담 시간을 가질 정도로 활동적인 사람이었다"며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데도 적극적이었고 요양원 생활을 원하지도 않았다"고 떠올렸다.

요양원 관계자는 "피노티가 머물던 자택이 근처에 있다"며 "아마 그곳에 가려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들도 "간병인과 간호사가 가족과 친구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며 "피노티는 사람이 그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한 기자 kdh95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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