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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팀장 칼럼] ‘비호감 양강’끼리 TV 토론? 설 票心까지 망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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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김문관 조선비즈 국회팀장




“김건희(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가 대선 후보냐?”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좌지우지할 제20대 대통령선거가 44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공중파와 친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송출되는 김씨의 이른바 ‘녹취록’을 들으면서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도 김씨 녹취록을 둘러싼 공방을 호재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친형인 고(故) 이재선씨 부부에 대해 한 욕설 음성이 지지율을 까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의 목소리도 여기에는 등장한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일면이다.

양강 후보로 꼽히는 이 후보와 윤 후보, 그리고 양측 캠프 관계자들은 매일 네거티브 선거전에 한창이다. 전자는 아내 의혹, 후자는 대장동, 욕설 음성 스캔들에 타격을 집중하고 있다. 대선판인지 스캔들 폭로 판인지 모를 지경이다.

스캔들만이 문제는 아니다. 양강 후보는 너나 할 것 없이 돈 퍼주기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코로나19 추경, 사병 월급 200만원 공약 등이 대표적이다. 대선 레이스 초기에는 이 같은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이들의 공약 물량 공세로 이를 지적할 틈조차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두 사람의 공약은 같은 방향으로 수렴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미리 판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여론조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23일 발표된 2가지 여론조사에서 한 조사는 윤 후보가 10%포인트 차이로 앞섰으나 다른 조사에선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섰다. 이런 일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중요한 건 유권자다. 이처럼 진흙탕 같은 모습이 유권자의 판단에 도움이 될 리 없다.

다행히 여야는 설 연휴 후보들의 국정운영 포부를 공개적으로 보여줄 공중파 3사 TV 토론 일정을 정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번 주 전국을 훑고, 윤 후보의 경우 거대 담론 성격의 공약을 준비하면서 토론 준비에 한창이다.

TV 토론을 기점으로 제대로 된 비전 대결이 나와줘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양강 후보들이 바로 ‘비호감 대선판’을 만든 장본인인 탓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자 토론으로는 비전 대결은커녕 네거티브 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당이 4자 토론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게이트를 겨냥하겠다는 포석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양자 토론으로 굳어지면 설 밥상 앞에서 국민들을 더욱더 피곤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다. 그렇게 된다면 이재명, 윤석열 양강 후보에 대한 피로감만 증폭시키는 이벤트로 전락할 수 있다.

그렇기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의 2자 토론에 그치지 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포괄하는 4자 토론까지 합의를 이뤄 더욱더 풍성한 비전 대결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안 후보와 심 후보는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박병태)는 24일 오후 3시 국민의당이 KBS·MBC·SBS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김태업)는 오는 26일 오후 4시 정의당이 방송 3사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각각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이르면 심문기일 다음날 공개된다. 4자 토론을 통해 더욱 풍성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대로라면 양강 후보들이 앞다퉈 카메라 앞에서 국민 앞에 사과하고 큰절을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선거에서는 승패가 전부라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국민이 설 밥상 앞에서 보고 싶은 것은 미래 대한민국의 비전이다.

[김문관 국회팀장]

김문관 기자(moooonkw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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