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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27년전 '브레이브 하트' 보다 못한 동물학대…KBS 수신료 인상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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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이방원' 말 사망 촬영 행태, 국내외 비판 이어져

정치권까지 비판하며 '수신료 인상'에 새로운 난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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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카라 측이 공개한 태종 이방원 촬영장면을 보면, 제작진은 말의 앞발에 와이어를 묶어놓고 달리게 한 상태에서 와이어를 잡아 당겼다. (카라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의 촬영 과정에서 불거진 동물 학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낙마 장면에 쓰인 말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져 정치권까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KBS의 숙원사업인 수신료 인상 문제로까지 불똥이 튈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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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21일 올라온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은 24일 현재 13만6605명이 동의한 상태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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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말, 일주일만에 사망"…KBS 사과에도 국민청원 4일 만에 13만명

이번 논란은 지난 1일 방영된 '태종 이방원' 7화에서 이성계(김영철 분)가 낙마하는 장면에서 시작됐다. 말이 목이 꺾인채 고꾸라지는 장면이 방영되며 지난 17일 KBS 시청자권익센터에는 말의 상태를 묻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에 KBS는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지만,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 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사과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KBS는 '사고'라고 표현했지만 고의로 말을 넘어뜨린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물자유연대 카라 측이 공개한 해당 장면의 촬영장면을 보면, 제작진은 말의 앞발에 와이어를 묶어놓고 달리게 한 상태에서 와이어를 잡아 당겼다. 머리를 땅에 박은채 앞으로 한바퀴 돈 말은 잠시 발버둥을 치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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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각시탈' 등 다른 KBS 드라마에서도 유사한 낙마 장면 연출이 있었다. KBS 드라마 각시탈의 낙마 장면.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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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 사건, 관행이라는 비판도…27년 전 '브레이브 하트'와 비교돼

이번 사태에 대해 동물애호단체는 물론 시청자들까지 싸늘한 시선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21일 올라온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은 24일 현재 13만6605명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자는 "2022년 공영방송 KBS가 행하는 촬영 현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다"며 "방송을 위해 동물을 '소품'처럼 이용하는 행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사항인데, 국민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동물 안전 보장을 위해 어떤 장치도 마련하지 않아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당 청원에서 이번 사건이 관행이라고 지적한 대로 '정도전', '각시탈' 등 다른 KBS 드라마에서도 유사한 낙마 장면 연출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외에서도 이번 촬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K팝, K드라마 등을 다루는 외신인 올케이팝에서 해당 사건이 보도되자 K콘텐츠 팬들은 "2022년에 그런 촬영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배우와 동물 모두를 위험하게 하지말고 CG를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동물권에 대한 의식이 더 높은 해외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이번 같은 촬영 방식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

지난 1995년 개봉한 영화 '브레이브하트'의 경우, 초원에서 맞붙는 기병과 보병의 전투 장면에서 창에 찔려 넘어지는 말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한 말 모형이 레일위를 달려 넘어지도록 하는 방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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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5년 개봉한 영화 '브레이브하트'의 경우, 초원에서 맞붙는 기병과 보병의 전투 장면에서 창에 찔려 넘어지는 말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한 말 모형이 레일위를 달려 넘어지도록 하는 방식을 썼다. © 뉴스1


◇KBS 수신료 인상, 방만경영에 이어 동물학대라는 새로운 난관

최근 KBS가 수신료 조정안에서 수신료 인상 근거 중 하나로 내세워 부활시킨 대하사극이 국내외에서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인만큼 수신료 인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KBS 수신료 인상안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았던 부분은 인건비를 비롯한 방만경영과 회계 불투명 문제였지만, 또다른 난관을 맞은 셈이다.

앞서 KBS는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하는 수신료 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KBS 이사회는 이번 조정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고, 방통위는 지난 6일 수신료에 대한 의견서와 승인 신청서를 첨부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대선후보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이번 문제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어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국회 논의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과 동물 모두가 안전한 제작 환경을 만드는 것에 공영방송이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지난 23일 "동물은 소품이 아니라 생명이다"라고 꼬집었다.

현재 KBS는 사과문을 통해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겠다"며 "촬영장에서 동물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 조언·협조를 통해 찾겠다"고 밝힌 상태다.

논란이 된 해당 회차의 다시보기 서비스도 중단했으며, 지난 22일과 23일 방송 예정이었던 13, 14회차도 결방하고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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