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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탈레반, 인정받을 수 있을까…서방국가 첫 방문, "곧 여학생 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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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이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처음으로 서방 국가를 공식 방문했다. 국제사회로부터 아프간 합법 정부로 인정받기 위한 탈레반의 외교전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여성인권 억압 비판을 받는 탈레반은 여학생이 등교할 수 있게 하겠다는 선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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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부 장관이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은 23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호텔에서 아프간 여성 운동가, 언론인 등과 만나 인권과 인도주의적 지원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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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부 장관이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은 23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호텔에서 아프간 여성 운동가, 언론인 등과 만나 인권과 인도주의적 지원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탈레반은 이를 시작으로 24일 미국, 프랑스, 영국, 25일 노르웨이 등 서구권 국가와 릴레이 회담을 가진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에 미국 측에 동결된 자국 자산 100억 달러(약 11조9000억원)에 대한 동결 해제 등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서방 국가들은 아프간 여성 인권 보장을 최우선 의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또 탈레반이 아프간 소수민족들과 권력을 분점할 것을 요구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첫날 일정을 마친 탈레반은 곧바로 이번 방문을 통해 이뤄질 회담이 국제사회가 탈레반을 아프간 정부로 '인정'하는 과정이라고 자평했다. 탈레반 대표단의 샤피울라 아잠 외교부 경제협력담당관은 AP에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로서 공식 인정받는 절차"라며 "이런 초청, 소통 등을 통해 아프간 정부에 대한 유럽·미국의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탈레반을 초청한 노르웨이 정부는 탈레반의 합법 인정은 별개라고 했다. 이날 노르웨이 외무부 밖에서는 시위자 200여 명이 모여 외교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탈레반과의 공식 회담을 추진한 노르웨이 정부를 비판했다. 아프간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포함된 시위대는 탈레반을 "테러리스트"로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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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권을 존중하라고 탈레반에 요구하는 시위 중인 아프간 여성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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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소녀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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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집권 후 아프간은 물가 상승과 실업, 기근 등으로 인해 경제 체계가 붕괴 중이다. 유엔은 100만 명에 달하는 아프간 어린이들이 아사할 위험에 처했으며 인구 90% 이상이 빈곤선 아래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에서는 여성에 대한 교육, 외출, 취업 억압이 만연하다.

이런 상황을 의식했는지 이날 탈레반은 3월 말부터 중·고등 여학생이 학교에 갈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 체제에서 배제됐던 7학년 이상 중·고등 여학생도 등교할 수 있게 된다.

탈레반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미국의 토머스 웨스트 아프간특사가 최근 BBC와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여학생에게 학교를 개방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는 교사들의 급료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지 며칠 뒤 나왔다.

탈레반 교육부는 이번 결정이 국제사회의 압박과는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아지즈 아흐마드 레얀 교육부 공보국장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교사 급료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정부는 오는 봄에 학교를 개방할 것"이라며 "이 결정은 미국 등의 요구와는 관련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여성의 외출, 취업, 교육 등을 억압했다. 최근 재집권 후 국제사회에 인정받기 위해 포용적 정부 구성, 인권 존중 등 여러 유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아프간 34개 주 중 10개 주를 제외한 곳에선 중·고등 여학생이 공립학교에 다닐 수 없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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