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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4년전 메달 따고도 울었다… 이번엔 웃으며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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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올림픽 D-10]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왕따 주행 논란·코로나 등으로 빙판서 훈련한 시간 짧았지만

대신 스케이트 소중함 알게 돼… 아쉬움·후회 남지 않게 달릴 것”

조선일보

생애 세 번째 올림픽, 그러나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선다는 마음가짐으로 스케이트화 끈을 조여 맸다. 한국 빙속 간판 김보름(29·강원도청)이 그동안의 아픔을 딛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 김보름은 이번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 동료 박지우(24·강원도청)와 함께 나설 예정이다.

출국을 앞두고 태릉에서 훈련 중인 김보름은 최근 본지 통화에서 “베이징이 첫 올림픽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외국 선수들이 순간 속도를 내는 것이 많이 좋아져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름은 2021-20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종합 8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시상대에는 한 번도 서지 못했다. 3차 대회 6위가 최고 성적이었고 4차 대회에선 레이스 도중 넘어졌다. 김보름은 “지난 시즌 (코로나 사태로) 출전하지 못해 영상으로 볼 때도 ‘훨씬 빨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경기해 보니 상대들이 생각보다 더 강해졌다고 느꼈다”며 “월드컵에서의 아쉬움을 올림픽 때 잘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김보름은 ‘평창 대회 때를 떠올리기 싫은 마음도 있느냐’는 물음에 “반반”이라고 답했다. 4년 전 평창올림픽은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는 당시 팀추월 8강전에서 한체대 선배 노선영(33·은퇴)을 의도적으로 따돌렸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김보름이 경기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해명하고 사과했으나 노선영은 방송에 출연해 이를 반박했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관중석을 향해 사죄의 큰절을 하고 눈물을 흘렸다.

김보름은 올림픽 한 달 뒤 불안 증세로 입원했다. 문체부가 그해 10월 감사 보고서에서 ‘왕따 주행’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김보름은 정신적·경제적 타격을 입은 뒤였다. 그는 결국 재작년 11월 노선영을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했고, 아직도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김보름은 “그때 생각이 안 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선 “결국 혼자만의 싸움이고, 내가 (스스로) 이기고 극복해 나가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가 상처를 딛고 설 수 있게 된 데에는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어머니는 그에게 “단 한 명이라도 너를 응원하면 달려야 해. 엄마가 응원해줄게”라며 다독였다고 한다.

애써 스케이트화를 신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그를 다시 가로막았다. 실내 체육 시설인 스케이트장이 문을 닫으며 얼음 위 훈련을 한동안 하지 못했다. 그는 “그때 스케이트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했다.

“날마다 이어지는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스케이트가 싫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못 타는 상황이 오니 타고 싶더라고요. ‘아, 내가 스케이트를 좋아하긴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베이징 대회에 대해 김보름은 “올림픽 무대라 몸싸움이 더 치열할 테고, 그만큼 변수가 있을 것”이라며 “경기 당일 몸 상태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메달보다는 ‘후회 없는 레이스’를 이번 대회 목표로 삼았다.

“메달을 따고도 아쉬운 적이 있었고, 메달을 못 땄는데 ‘오늘 잘했다’ 생각이 든 적도 있어요. 베이징에선 경기를 마치고 나서 아쉬움이나 후회가 남지 않고 마음이 후련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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