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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K-팝의 광야' SM엔터 사옥 흔든 유력 용의자…'공진 현상'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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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점검 결과, "건물 내 특정 활동에 의한 진동"

각 물체에 있는 고유진동수 맞춰 외력 가하면 '크게 진동'

뉴스1

서울 포레스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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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지난 20일 케이팝(K-pop) 팬들에게 걱정스러운 소식이 들려왔다. 걸그룹 에스파의 뮤직비디오에서 '광야'의 위치로 묘사되기도 한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사람이 느낄 정도의 건물 진동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소재인 해당 건물의 입주사 직원들은 유리창이 깨지고 누수가 발생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에 시공사 DL이앤씨는 점검에 나섰다. 그 결과 23일 '건물 내 특정활동에 의한 진동'을 원인으로 짚고,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상시 계측에 들어갔다.

건물 점검에 참여한 박홍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점검결과 이번에 발생한 진동과 건물의 구조적인 안정성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건물 내부의 특정 활동에 의해 발생한 진동으로 추정되며, 진동의 수준은 건물의 안전에는 영향이 없는 미세진동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진동에 대한 지속적 계측을 통해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공진 현상'이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단순한 '건물 내부의 특정 활동'으로 30층 이상의 거대한 건물을 흔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전점검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건물 진동의 주요 외부 요인인 지진과 바람에 의한 진동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서는 "지진, 발파 등에 의한 지진동은 건물 지하 지진계 등에서 계측결과를 확인한바 검출되지 않았으며, 민원발생 시점에 서울지역의 최대풍속은 초속 2.8m로 건물에 진동을 일으킬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진 현상은 한 물체에 고유진동수와 같은 진동수를 가지는 힘이 가해질 때, 진폭이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물체의 구성과 모양에 따라서, 각 물체는 제각기 다른 진동 특성을 지닌다. 이중 고유진동수에서는 진폭이 더 커진다. 그네를 밀어줄 때 그네의 움직임과 같은 박자로 밀어주면 엇박자로 밀어주는 것보다 더 높이 올라가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같은 에너지의 진동을 물체에 가하더라도 다른 진동수에서는 물체의 진동이 금방 사라지지만, 고유진동수에서는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전달받아 크게 진동한다.

오페라 소프라노 가수나 고주파 발생기를 이용해 유리잔을 깨뜨리는 것도 같은 원리다. 다른 진동수에서는 금방 진동이 감쇄되지만, 고유 진동수의 음파를 만난 유리는 점점 크게 진동하다가 버티지 못하고 깨지는 것이다.

이런 탓에 대형 기계설비, 건물을 설계할 때 공진으로 인한 파손을 막기 위한 고려가 설계 단계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우연히 건물 내부의 인간 활동으로 공진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2011년 7월 39층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건물에서 흔들림이 감지되면서 건물 입주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후 진행된 안전점검에서는 구조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 진동은 건물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진행된 단체 '태보'(태권도와 에어로빅을 결합한 운동) 활동으로 인한 공진현상으로 결론이 났다.

거꾸로 공진현상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려는 시도도 있다.

2020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전자재료연구단의 송현철 박사 연구팀이 스스로 고유진동수를 조절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자동 공진 튜닝 에너지 하베스터'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추를 이용해 주변 진동에 따라 고유진동수가 바뀌는 장치를 만들었다. 이렇게 고유진동수가 주변 진동에 따라 자동으로 바뀌면, 공진현상에 의해 더 크게 진동한다. 그 결과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에너지 수확 기술이라고도 불리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기존에는 버려졌던 에너지를 다시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배터리나 전원선 연결 없이 주변 에너지로 자가 발전하는 소자로 이용가능해 사물인터넷 시스템에서 전력소모가 적은 전자기기의 전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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