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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NFT 시장 잡아라”… 카드사, 가상사업 선점 경쟁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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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업에 목 마른 카드사들이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에 다소 늦게나마 진출하기 위해 잰걸음을 딛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NFT 특성상, 지금껏 카드사가 쌓아온 결제 관련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카드는 블록체인 전문 기업 블로코XYZ와 리브메이트 서비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MOU를 통해 블로코XYZ는 블록체인 및 NFT 관련 기술을 활용한 소셜미디어 서비스 연동 솔루션을 KB국민카드에 지원할 예정이다.

KB국민카드는 “NFT 서비스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차원에서 활용하려는 시도도 검토하고 있다”며 “마이데이터 플랫폼인 리브메이트를 통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미술 작가를 위한 기회의 장을 NFT를 통해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고 전했다.

IT 업계를 포함한 산업계 전반이 지난해 내내 NFT에 열광했지만, 카드업계에서 NFT는 수수료 재산정 문제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논란에 밀려 비교적 언급되는 횟수가 적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주요 카드사 대표들은 신년사나 새해 사업 계획에서 거듭 NFT를 강조하면서 이 시장에 어떻게든 진입하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조선비즈

NFT 매매 흐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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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권 KB국민카드 신임 사장은 올 초 처음 언론에 나서는 자리에서 NFT를 새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이 신임 사장은 “메타버스, NFT 등 새로운 기술과 가상 자산과 중앙은행 발행가상자산(CBDC) 등 카드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래 화폐 구조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미래 금융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카드는 카드업계에서는 NFT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곳으로 꼽힌다. 지난 3일부터는 금융 플랫폼 앱 ‘신한플레이’에서 ‘마이(My) NFT’라는 상용 서비스를 이미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신한카드를 사용하는 금융 소비자가 사진 같은 디지털 이미지를 NFT 자산으로 만들어 신한플레이 앱에 저장하고 원할 때 꺼내볼 수 있는 서비스다. NFT 자산을 처음 만들거나 거래할 때는 ‘월렛’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계좌를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 만들어야 하는데, 신한카드는 이 과정을 간소하게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마이 NFT에서 만든 자산을 다른 사람과 사고팔거나 교환할 수는 없다. 일단 나만의 NFT를 만들고, 조회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수준이다. 초기 단계지만 의외로 반응은 나쁘지 않다. 출시 일주일 만에 이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은 2927명으로, 총 1만6300건의 NFT 자산이 만들어졌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NFT를 활용하는 다른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계속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번개장터(중고 거래 플랫폼)와 함께 한정판 스니커즈 등 가치 있는 물품의 정품 보증서를 NFT로 만들어 거래에 활용하도록 하는 2단계 서비스를 구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주 계열 카드사에 비하면 몸집이 작은 BC카드 역시 NFT 활용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주 수입원인 카드 결제망 사업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BC카드는 지난해 11월 임직원을 대상으로 ‘NFT 거래 플랫폼’ 관련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BC카드가 현재 관련 서비스를 최종 점검하는 단계에 있고, 올해 초 본격적인 NFT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BC카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계획은 없다”며 “현재 다양한 분야로 접목 가능성을 두고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국내 카드사들이 NFT에 집중하는 이유는 기존 결제 시장의 의지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만큼 가파른 성장성 때문이다. NFT 조사기관 논펀저블(NonFungible)에 따르면 NFT 거래액은 2019년 6200만달러(약 740억원)에서 2020년 2억5000만달러(약 2990억원)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1분기 거래량은 20억달러(2조3900억원)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131배 증가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관련 시장 규모는 100억달러(약 11조94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 시장에서 초기에 얼마나 빨리 고정 수요층을 자사 플랫폼에 흡수할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게임 플랫폼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초기에는 이를 선점하는 효과가 중요하고 초기에 2~3개의 주도적인 플랫폼이 급속한 성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카드사 같은) 전통적인 금융기관도 가상자산 시장 등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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