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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달라진 '설 식탁' 풍경…"명절 상차림 호텔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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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물가 30만원 육박하자 "사 먹는 게 낫다"

특급호텔 명절 차림상 매년 '성장세'

뉴스1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플라자 호텔' 종가 전통 차례상.(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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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설날 식탁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치솟는 밥상 물가에 차라리 '사 먹는 게 낫다'는 인식 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특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위생관념 제고로 특급호텔 명절 차례상 판매가 늘고 있다. 방역·위생 관리 시스템을 갖춘 특급호텔에서 전문가가 조리한 상차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호텔서 사 먹는 명절 상차림

25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서울 코엑스에 따르면 현재(24일 기준)까지 올해 차례상 판매량은 지난 추석 대비 약 150% 증가했다. 어적·육적·도미전 등 호텔 셰프의 9가지 차례 음식으로 구성되며 호텔 직원이 직접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6인분의 차례상의 가격은 '79만원'이지만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호텔 측은 이달 27일까지 예약을 진행 중인 만큼 최종 판매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인터컨티넨탈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추석 상차림을 처음 선보인 이후 이번 설이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새 먹거리로 명절 상차림을 강화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두 모여 명절 음식을 준비하기 어려워진 데다 위생 관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호텔 상차림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더 플라자 서울' 호텔의 명절 투고 상품도 순항 중이다. 전국의 12종가 종부와 호텔 셰프가 함께 준비한 상차림 메뉴는 지난 2020년 첫 출시 이후 매출이 6배 이상 늘었다.

가격은 11만원부터 45만원까지 다양하다. 비대면 수령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해 '드라이브 스루'로 받을 수 있다. 더 플라자 서울 관계자는 "이번 설 매출은 끝나야 집계가 가능하다"면서도 "올해 관련 문의가 매우 많다"고 전했다.

롯데호텔 서울도 2월 2일까지 드라이브 스루로 구매 가능한 '패밀리 개더링'을 판매한다. 가격대는 16만원부터 35만원까지다. 롯데호텔 월드는 갈비찜·잡채·전복초 등으로 구성된 설음식을 3단 도시락에 담은 '딜라이트 박스'를 판매 중이다. 딜라이트 박스는 지난해 명절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일찌감치 판매가 조기 마감된 상품이다. 올해는 생산량을 더욱 늘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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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밥상물가 영향?…사먹는 명절 음식 인기, 왜?

이른바 '사 먹는 차례상'이 주목받기 시작한 데는 단순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기존 명절 상차림은 쓰레기 배출을 야기할 뿐 아니라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많아지면서 대부분의 가정에서 상차림을 간소화하거나 사먹는 경우가 늘었다.

'결혼 2년차' 김지희씨(31)도 "시어머니가 지난해 설 명절부터 차례상을 차리지 않겠다며 '폭탄선언'을 했다"고 했다. 며느리들에게 고생을 대물림하기 싫다는 시어머니의 결단이었다.

김씨는 "시부모님과 형님네 가족이 모여도 여섯 명이다. 옛날만큼 차례를 지내는 인원이 많지 않고 누구 하나가 고생하기보다는 함께 즐겁게 지내는 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며 "작년부터는 호텔 차림 상이나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통해 명절 음식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만만치 않은 밥상 물가도 한몫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 구매 비용은 평균 6~7인 기준 전통시장에서 21만원, 대형마트에서 27만원가량이 들기 때문이다.

치솟는 밥상물가에 '사 먹는 추석 차례상'이 크게 비싸지 않다고 느끼는 소비자도 많아지고 있다. 직접 장을 보고 요리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오히려 사먹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도 나온다. 게다가 호텔 셰프가 만든 프리미엄 전문 차례상인 만큼 사 먹는 상차림 중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예컨대 굴비구이·갈비찜·전복초 등으로 구성된 플라자호텔의 종가 전통 차례상(4인용)은 33만원이다. 6인용으로 구성된 더블 행복 패키지(6인용)도 45만원이다. 설음식을 3단 도시락에 담은 롯데호텔 월드의 '딜라이트 박스'도 28만원으로 평균 설 차례상 구매 비용인 20만~30만원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가족이 모여 명절을 지내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호텔에서 판매하는 4~6인용 상차림 구매가 늘고 있다"며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밥상물가·인건비를 고려해 '사먹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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