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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화려한 바이오 IPO에 가린 수십억 스톡옵션 '세금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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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전후 스톡옵션 행사 시점 따른 세금 차이 '미미' "스톡옵션은 근로 보상…로또 보다 높은 세금 불합리" [비즈니스워치] 권미란 기자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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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바이오 업종이 '꿈의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공개(IPO) 후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상장 이전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받았던 임직원들이 이를 행사, 수십억원에 달하는 급여를 받으면서다. 그러나 정작 바이오기업 직원들은 스톡옵션에 부가되는 높은 세금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자기회사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몇 년 사이 IPO를 진행한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임직원들이 이전에 부여받은 스톡옵션 행사가 잇따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면서 올해부터 벤처기업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세제혜택 규모가 늘어났다. 기존에 스톡옵션 행사이익 3000만원 내에서 비과세가 적용됐지만 올해부터는 5000만원으로 상향됐다. 하지만 바이오기업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이익 대부분이 5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10억원 이상 스톡옵션 과세율 최대 45%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 프롬바이오, 셀리드, HK이노엔 등 제약바이오 기업 13곳과 의료기기업체 5곳이 상장에 성공했다. IPO 대어로 꼽혔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안재용 사장, 사내이사인 김훈 최고기술책임자(CTO), 미등기임원 1명 등 3명이 각 10만9260주, 또 다른 미등기임원 1명이 21만8490주의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모두 지난 2018년 12월 11일 스톡옵션을 부여받았고 행사기간은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오는 2028년 12월 11일까지다. 앞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약 6년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들의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주당 9154원이다. 지난 21일 주가 18만5000원으로 계산해보면 안 사장 등 3명은 약 192억원, 21만8490주를 보유하고 있는 미등기임원 1명은 384억원의 스톡옵션 행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금액을 모두 얻게 되는 건 아니다. 어마어마한 세금이 기다리고 있다.

*행사이익=(스톡옵션 행사시점 주가-스톡옵션 부여시점 가격)*주식 수

재직 중에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근로소득으로 적용돼 과세표준에 따라 세율이 매겨진다. 안 사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가정했을 때 192억원 중 비과세 5000만원을 공제해도 10억원 초과금액의 45% 세금이 붙어 약 80억원이 넘는 세금으로 내야 한다. 문제는 스톡옵션 행사 후 해당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어도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스톡옵션 행사 직후 주식을 바로 처분하면 된다. 하지만 스톡옵션 행사시점보다 주식 매매 시점에 주가가 하락해도 세금은 스톡옵션 행사시점으로 부과된다.

예를 들어 행사가격 1000원, 현재 주가 1만원에 10만주를 스톡옵션으로 행사했다면 행사이익은 9억원이다. 그러나 주식을 매매할 당시 주가가 8000원으로 떨어졌다면 실제 스톡옵션으로 얻은 이익은 7억원이다. 하지만 세금은 스톡옵션 행사시점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행사이익 9억원 기준으로 부과된 3억4000여만원을 내야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는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퇴사 후 '기타소득', 원천징수 22%에 종합과세까지

퇴사 후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과거 지난 2020년 상장한 에스케이바이오팜 역시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70여명이 줄지어 퇴사한 바 있다. 퇴사한 후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로또 당첨시 부과되는 세금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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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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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사실과는 좀 다르다. 종합과세되지 않는 2000만원 이하의 이자배당소득을 받을 때는 완납적 원천징수에 해당돼 22%의 세금만 떼지만 2000만원을 넘길 경우 22%의 원천징수에 종합소득세까지 내야 한다. 종합소득세는 이자, 배당, 부동산임대, 사업, 근로, 연금, 기타소득 중 비과세소득과 분리과세 소득을 제외한 소득을 합산한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종합소득세율은 근로소득세율과 마찬가지로 과세표준에 따라 초과금액분의 6~45% 세율이 적용되고 여기에 누진공제액을 차감해준다. 근로소득이나 기타소득이나 세금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근로소득으로 과세되면 근로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기타소득보다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스톡옵션, 근로에 대한 보상…로또보다 높은 세금 불합리"

스톡옵션은 지난 1998년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기업의 우수인재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외부에서 거액의 스톡옵션은 선망과 시기의 대상이지만 실제로는 불안감과 위기를 이겨낸 보상이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여타 바이오기업들은 경영체계가 잡히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신약 연구개발은 연속성이 중요한 만큼 스톡옵션으로 직원들이 퇴사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셈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스톡옵션은 힘든 시기에 주어지고 받는다고 해서 바로 행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오랜 시간 참고 위기를 겪은 데 대한 보상이자 성과급인데 어떻게 힘들이지 않고 수십억원을 받는 로또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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