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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인터뷰①] 현정완PD "'피의게임' 유럽판 나온다…강제 시즌2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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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게임' 현정완 PD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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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지상파 방송사 MBC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공동 제작한 '피의 게임'이 유럽에 포맷을 수출했다. 시즌2 제작에 초록불이 켜진 것이다.

현정완 PD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판권을 확보한 MBC가 바니제이 그룹과 계약을 통해 유럽 9개국 독일·프랑스·이태리·핀란드·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벨기에·네덜란드과 포맷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피의 게임'은 게임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이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심리전을 펼치며 최대 상금 3억 원을 두고 경쟁하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예능으로, 아나운서 박지민, 전 야구선수 정근우, 래퍼 퀸와사비(김소희), UDT 출신 덱스(김진영), 유튜버 박재일, 경찰 이태균, 한의사 최연승 등 참가자 10명이 한집에서 생활하며 대결한다.

이날 현정완 PD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장르는 아니었기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가볍게 즐기기보다 소수가 깊게 즐기는 장르"라며 "웨이브 유료 가입자 지표가 좋게 나와서 만족한다"고 했다.

이어 "'피의 게임' 시즌2는 제 의사와 상관없이 가야 할 거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저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피의 게임'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와 지상파 방송사 MBC가 공동 제작한 콘텐츠다. 총 12회로 매주 월요일 오후 MBC에서 방송됐으며, 첫 화와 마지막 화를 제외한 모든 회차를 본 방송보다 이틀 먼저 웨이브에서 공개됐다.

이후 웨이브 신규 가입 견인 점유율은 약 16%에 달했고, 시청 시간도 2.5배 이상 증가했다. 현정완 PD는 "MBC 내에 이례적으로 TF팀이 꾸려졌다. 작가, 편성 등 업무를 분담해 다양한 지표를 분석해주며 도와주는 신선한 경험을 했다"며 "시청률보다 화제성 지표를 더 신경 썼다"고 했다.

웹툰 IP 최초 웹 예능 '머니게임' 제작자 진용진이 크리에이터로 연출에 참여했다. 매운맛 지상파 예능으로 꼽히며 '오징어게임'과 겹쳐진다는 반응도 나왔다.

현 PD는 진용진과 인연을 묻자 자신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기획을 계속 냈는데 채택이 안 됐다. 그러다가 우연히 휴가 때 '머니게임' 출연자 모집 공고를 보고 서바이벌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 먼저 메일로 연락을 했다. 진용진이 '와서 기획회의 하는 것도 보시고 하세요' 해서 만나게 됐다. 이후 '머니게임' 제작을 도왔다고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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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게임' 기획 과정에서 진용진과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됐다. 이름만 빌리는 '얼굴마담'은 아니었다. 회의를 통해 의견도 교환했다. 저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일해온 사람이고 진용진은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온 사람이라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TV 베이스가 아닌 다른 시선으로 콘텐츠를 바라보는 눈이 필요했다."

현 PD는 "작업하고 결정하는 방식이 궁금했다. 내가 방송국 PD라서 어려운 마음은 전혀 없고, 재미있는 거 만드는 사람들에 호기심이 있다"고 했다.

소위 '방송국 물'을 먹은 현정완 PD는 '머니게임'의 유연한 편성에 놀랐다고 했다.

"지상파 예능은 재미있는 장면을 빨리 보여주려다 앞선 회차를 불가피하게 편집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 '머니게임'은 금, 토, 일요일 연속해서 3회차를 내버리더라. 방송사 편성 방식에 익숙한 나로서는 신선했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느낀 바를 지상파 방송 테두리에서 적용할 수 있을까. 현 PD는 "깨달았다는 것 자체로 소중하다"며 "기존 방송의 문법 안에서 습관처럼 결정하던 것들이 있다. 스튜디오 녹화면 오프닝하고 소개하고. 예능이니까 자막도 넣고 음악을 깔고. 그런 구조를 점검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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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MBC에서 OTT 시장 확장과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진 변화를 마주하는 소회도 전했다.

"OTT로 콘텐츠를 시청하면 일부 건너뛰고 보고 싶은 걸 볼 수 있다. 재미없는 걸 넘기면서 보지 않나. 예전에는 리모컨을 쥔 사람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이제 개인 태블릿 PC, 휴대전화 등 다양한 형태로 시청하는 사람들도 고려해야 한다. 연출자로서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이전 시청률 논리에 따르면 '피의 게임'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거다. 몇 년 전만 해도 3040 여성 타깃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물론 콘텐츠 경쟁은 심해지고 예전만큼 방송사의 힘은 약해졌지만, 신기하게 또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하하."

일각에서는 지상파 방송사가 자극적 웹 콘텐츠의 범람 속 품위를 지켜주길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 PD는 "다양한 콘텐츠 창작자를 존중하면서 다양한 길을 모색하면 좋겠다. 기존에는 힘들었지만, OTT 길이 열리면서 나 같은 길을 가는 사람에게도 문이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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