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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12만원 구찌 가방' 들고 명품 수선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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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12만원 구찌 가방' 들고 명품 수선집 가보니

밀착카메라팀은 지난주 서울의 이른바 '짝퉁거리'를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각종 명품 브랜드 제품과 흡사하게 만든 가품을 종류별로 파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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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시장'에서 판매되는 각종 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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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명품백 단돈 13만원" 단속 비웃는 '짝퉁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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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선 의뢰 100개 중 10개는 가품"

이런 가품을 자주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울 강남의 40년 넘은 명품 수선집을 운영하는 이경한 대표입니다. 이 대표의 수선집엔 각종 명품 가방이 빼곡하게 진열돼있습니다. 모두 손님들이 맡기고 간 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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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수선집을 운영하는 이경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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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수선 의뢰가 들어오면 100개 중 10개는 가품이라고 합니다. 이 대표는 "가품을 들고 온 손님 대부분 모르고 계신다"며 "선물 받았거나, 누가 줬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의도치 않게 가품을 워낙 많이 본다며, 이 대표는 한 눈에 가품을 알아본다고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취재진이 가방 하나를 건넸습니다. 밀착카메라팀이 지난주 취재한 서울의 '짝퉁거리'에서 실제 판매되는 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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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구한 가품을 자세히 보는 이경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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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눈으로 볼 땐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실제 구찌 매장에서 정품을 샀다면 315만원이지만, 가품 시장에선 12~13만원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 눈으로 구별 어려운 '가짜' 샤넬

가방을 보자마자 이 대표는 "퀄리티가 낮다"고 했습니다. 봉제선, 가죽, 장식, 안감 소재 모두 차이가 크게 난다는 겁니다. 가품의 경우 생산 단가를 많이 낮춰야 해 당연히 질이 떨어지는데, 이 제품은 그중에서도 특히 많이 티가 난다는 겁니다.

루이비통의 가품 카드지갑도 건네봤는데, 이 대표는 만져보기도 전에 진품과 다른 점을 설명했습니다. 로고의 위치가 달랐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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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시장에서 판매하는 가품 루이비통 카드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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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취재진에게 가방 두 개를 꺼내 보였습니다. 샤넬의 가장 대표적인 디자인 가방이었습니다. 만져도 보고, 열어도 보고, 들어도 봤지만, 여느 샤넬 가방과 차이를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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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품 샤넬 가방 체인에 자석을 갖다 대자 붙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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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 샤넬 가방은 체인에 자석이 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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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자석을 건네 체인에 갖다 대보니, 가품과 진품의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가품 제품은 체인이 자석에 딸려 붙는데, 진품은 붙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는 "진품은 비싼 알루미늄, 니켈 합금을 쓰는데 가품은 값싼 철을 쓰는 차이"라고 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나사 모양도 달랐고, 안감의 재질도 달랐습니다. 이 샤넬 가품 가방들은 주인이 없는 것들이라고 했습니다. 수선을 맡기러 온 손님들이 가품인걸 알게 되자 "그냥 버려주세요" 했다는군요.

■ 명품값 고공행진에 '리폼' 요청 많아져

이 대표는 원칙적으로 가품은 수선 의뢰를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가방"이라고 꼭 해달라고 하는 손님들도 많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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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 요청이 들어온 가방들이 진열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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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첫 선물이라든가, 선물해 준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든가 다양한 사연이 있어요. 들고 다니진 않더라도 유품이라 보관만 하기 위해 수선이라도 해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가품 시장도 점점 발전하고, 그 수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온라인 사이트,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 제품과 똑같다고 강조하며 다양한 가품을 팔고 있지요.

동시에 명품은 그 몸값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 디올은 지난주 대표 제품인 레이디백, 북토트 등의 가격을 최대 20% 인상했습니다. 레이디 디올 미디엄 백은 하루아침에 650만원에서 760만원이 됐습니다. 지난해 4차례나 제품 가격을 올린 샤넬은 이번 달에 또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이 대표는 명품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리폼 수요가 늘었다고 말합니다. 돈 주고 새 가방을 사기엔 부담스러우니, 내가 가진 가방을 다른 디자인으로 바꿔 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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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명품의 가치는 인정한다면서도 "이 가격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비싼 경우도 있다"며 "브랜드가 과하게 부풀려졌단 생각도 든다"고 했습니다.

■ "이게 제일 똑같다"며 사고 팔리는 가품

취재진이 사흘간 동대문 가품시장을 찾았을 때, 밤늦게까지 많은 손님이 계속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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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의 '짝퉁거리'. 노란 천막이 일렬로 펼쳐져 있다.




친구 사이로 보이는 젊은 손님들은 "이건 너무 티 난다", "이 프라다가 예쁘다"며 신중하게 지갑을 골랐고, 부부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진짜 루이비통이라고 생각하고 입을게"라며 서로 옷을 골라줬습니다.

상인들은 얼마나 진품과 똑같은지 정품의 사진을 보여주며 홍보했고, "여기밖에 없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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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관리하는 서울 중구청은 매주 1회 이상 단속에 나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판매자를 적발하고, 가품은 압수한다는 겁니다. 단속 실적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몇 년째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단속하더라도 뭔가 이익이 있거나 그렇기 때문에 계속 영업을 하겠죠. 우리가 365일 지킬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인원 세 명으로."

■ 보도 이후 한 상인이 보내온 메일

지난주 밀착카메라 보도가 나간 뒤, 기자에게 메일이 한 통 왔습니다. 지방의 한 시장에서 옷을 파는 상인인데, 옆 가게에서 명품 가품을 대놓고 팔아 속상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거리낌 없는 모습에 제보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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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법원은 상표권 침해 범행은 상표권자의 신뢰를 훼손하고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중한 범죄라고 보고 있습니다. 상표법 위반 행위는 징역 7년 이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흥미로운 구경거리일 수 있지만, 엄연히 불법의 현장입니다.

이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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