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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귄희진의 세계는] 러시아는 정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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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차가 러시아 국영 철도를 통해 벨라루스로 이동하고 있다 [벨라루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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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포위해 오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북쪽 국경을 접하는 벨라루스에 러시아군의 병력이 집결했습니다.

자주포와 장갑차 같은 러시아 군사 장비가 러시아 국영 철도에 실려 벨라루스로 이동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쪽을 제외한 북쪽과 동쪽에서 러시아군에 포위된 셈이 됐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같은 슬라브계 국가인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벨라루스도 같은 민족이어서 결국 통합해야 될 대상으로 보고 있죠.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부정 의혹 등으로 EU의 제재를 받게 되면서 러시아와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군대가 들어온 이유가 '연합훈련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훈련의 초점은 '서방 병력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서방 국가들도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무기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캐나다는 특수부대를 파견했습니다.

스페인도 나토 해군에 합류한다며 흑해에 군함을 파견했습니다.

미국은 대사관 직원의 가족들에게는 출국을 명령했고 자국민들에게는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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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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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그러면 언제 공격을 단행할까?>

미국은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상황을 진단하고 있습니다.

일단 발발하면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거라는 이 전쟁을 러시아는 정말 시작할까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상당히 치밀하고 계산적인 사람인데, 특히 군사 행동을 할 때는 더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왔습니다.

확실한 승산이 있고, 그래서 전쟁의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설 때만 행동했죠.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했을 때를 볼까요.

조지아는 당시 나토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서 푸틴은 이걸 막아야 했습니다.

러시아보다 조지아의 군사력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약했고, 게다가 조지아는 나토 회원국도 아니었으니 푸틴의 계산으로는 침공해도 별다른 출혈이 없을 거란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남오세티야에 대한 조지아의 공격이 발화점이 돼서 전쟁을 감행했고 서방은 이걸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병합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러시아계가 주류인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러시아가 군사행동을 하기 아주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나토 회원국이 아니죠.

푸틴은 군사 행동을 하더라도 나토나 미국이 절대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고, 이런 여러 계산이 서자 역시 행동을 개시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크림 반도 병합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저지하면서 새로 들어선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권을 타격하는 완벽한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미국 등 서방은 '사후 규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과거 사례로 미뤄보면, 러시아 입장에서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순간이 오면, 러시아가 군사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은 급상승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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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제재'하겠다는 엄포의 효과는?>

그렇다면 러시아로서는 전쟁을 하면 안될 비용 혹은 대가를 지금 따져봐야겠죠.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전례 없는 경제 제재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직 개통도 하지 않은 노드스트림2 가스관을 제재한다고 하고 있는데, 러시아에서 독일로 바로 이어지는 노드스트림2를 통한 가스 판매를 막아 러시아의 돈줄을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문제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타격을 받으면 정작 고통받는 게 유럽의 동맹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겨울을 보내고 있는 유럽은 러시아가 보내주는 천연가스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가스관을 제재하는 건 러시아보다는 유럽의 미국 동맹들을 더 아프게 할 겁니다.

러시아와 유럽의 경제가 얽혀있다보니 제재에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동참을 꺼리고 있습니다.

유럽과 러시아의 교역 규모는 미국의 80%에 이를 정도로 양 측의 경제는 이미 동조화된 상태인데 미국이 경제제재를 하면 러시아만 고통스럽지는 않겠죠.

게다가 제재가 역효과도 있습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꼼짝없이 지켜봤던 서방은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해왔는데, 그 결과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가 급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러시아는 제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산업구조를 재편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경제 구조가 오히려 발전하는, 미국으로선 원치 않는 결과도 나왔다고 합니다.

게다가 제재를 겪다 보면 내성도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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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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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러시아의 밀월>

미국은 그래서 러시아를 국제금융망에서 퇴출해서 아예 무역을 못하게 할 거라고 압박하고 있는데, 이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러시아는 자체 결제망을 정비하며 대비해 왔는데, 아예 거대 경제권인 중국과 결제망을 통합하겠다며 자신들만의 새로운 결제망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자체 결제망이 생기는 건 미국이 원하는 제재 효과의 반대겠죠.

최근엔 국제결제망에서 러시아를 차단하는 방안이 더 이상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보도도 독일에서 나왔습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미국은 나토회원국인 발트 3국에 파병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고 미군에 유럽 파병 '대비' 명령도 내려졌지만, 직접적 군사 개입은 미국이 선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대만이라는 중국과의 최전선을 두고 또 다른 전선을 유럽에 만드는 것도 부담이지만, 최근 러시아는 세계 최강 극초음속미사일인 '치르콘'을 미국의 앞마당인 쿠바 쪽 남미에 배치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되면 미국은 엄청난 안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등의 나토가입 방지를 확약하고, 러시아 인접국에서 중거리 미사일을 빼내라는 압박을 러시아는 이런 식으로도 하는 거죠.

그러니 미국으로선 군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러시아를 주저앉힐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푸틴은 어떤 계산을 하고 있을까요.

권희진 기자(heeji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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