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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희망대출이 고문대출로… 시행 첫날 엉망진창 “종일 폰만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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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도 못 하고 온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본인인증만 100번도 넘게 시도했고, 콜센터에 전화도 수차례 걸었어요. 희망대출이 아니라, 이거 완전 ‘고문대출’입니다.


중·고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대출 상품인 ‘희망대출플러스’ 신청이 시작된 첫날,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이 먹통이 되거나 접속 지연되는 오류가 속출했다. 정부는 혼잡 방지를 위해 신청 첫 3주간 요일별 출생연도 끝자리 5부제를 운영했으나, 여전히 앱이 접속 폭주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는 중·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희망대출플러스 신청 접수를 전날 오전 9시부터 받기 시작했다. 신청 대상은 ▲중신용자(나이스평가정보 개인신용 평점 745~919점·옛 신용등급 2~5등급) ▲고신용자(나이스 기준 920점 이상·옛 신용등급 1등급)로, 5부제 운영에 따라 첫날의 경우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인 이들이 신청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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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대출플러스’ 첫날인 지난 24일 각종 오류가 발생한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의 모습. /독자 제공



대부분 시중은행 앱에서는 신청 창구가 오픈되자마자 오류 현상이 잇따랐다. 특히 NH농협은행의 경우 ‘통신 상황에 따라 최대 1분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다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거나 ‘전산 시스템 사정으로 서비스가 불가하다’, ‘현재 비대면 대출 심사 오류로 대출 진행이 원활하지 않아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란 문구가 뜨는 현상이 오후까지도 계속됐다.

농협은행에서 진행이 막힌 이용자들이 부랴부랴 다른 은행 앱을 깔아 신청을 진행해 봤지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세청 ‘홈택스’·행정안전부 ‘정부24′에서 정보를 긁어오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신용보증서 신청 오류, 신용평가사인 KCB(코리아크레딧뷰로) 거래량 증가로 인한 장애 등 다양한 오류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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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NH농협은행의 애플리케이션(앱)인 NH스마트뱅킹에 '희망대출플러스' 신청자가 몰리면서 전산 오류가 빚어진 모습.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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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신청 메뉴가 앱마다 친절하게 안내되지 않았다는 점도 혼란을 키웠다. 가령 KB국민·우리·IBK기업은행은 별도의 기업뱅킹 앱을 깔아야 희망대출 신청이 가능했다. 반면 농협·하나은행 등은 평소 개인 금융 거래를 위해 쓰는 모바일 뱅킹 앱에 신청 탭이 마련돼 있었는데, 이마저 찾기 어려운 곳에 숨겨져 있었다.

이날 대출 신청을 시도한 자영업자 최모(35)씨는 “그야말로 대출 신청 과정이 ‘산 넘어 산’이었다”며 “하루종일 휴대폰만 붙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상공인 김모(50)씨는 “다수가 이용하는 정부 지원 상품이라면 메인 화면에 신청 방법에 대한 안내문을 띄우는 등의 조처를 해줬을 법도 한데, 꼭꼭 숨겨져 있으니 오죽하면 소상공인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신청 탭을 찾는 팁을 공유할 정도였다”며 “나이 든 사람들은 대출도 받지 말라는 말이냐”라고 토로했다.

대형 금융사들이 저마다 ‘디지털화’를 역점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서버 안정성마저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매번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금융위원회·여신금융협회가 ‘카드 포인트 통합 서비스’를 오픈했지만, 3시간 만에 먹통이 되는 일이 빚어졌다. 또 같은 달 코로나 소상공인 대출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신한은행 등 앱에 오류 메시지와 함께 접속 지연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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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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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날 공급을 시작한 희망대출플러스는 코로나 방역 대책 등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 신용도에 따라 연 1~1.5%의 초저금리로 최대 1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중신용자의 경우 지역신용보증재단의 특례보증을 통해 사업자별 1000만원 한도로 5년(1년 거치·4년 분할상환)간 지원하고, 금리는 최초 1년간 연 1%, 2~5년차는 협약금리(CD금리+1.7%포인트)가 적용된다.

고신용자는 시중은행에서 이차보전(시중금리와 정책금리 차이만큼을 신용보증기금이 보전해주는 것) 방식으로 지원되는데, 고정금리 연 1.5%에 최대 1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대출 기간은 1년으로, 이후엔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조건으로 연장 가능하다.

두 프로그램 모두 국세·지방세 체납, 금융기관 연체, 휴·폐업 중인 사업체와 보증·대출 제한업종의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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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대출플러스는 14개에 달하는 대부분의 은행 지점(SC제일·수협·광주·제주·전북은 대면만 수행)에서 대면 신청·접수가 가능하다.

비대면 채널의 경우 중신용자는 9개사(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경남·대구·부산은행), 고신용자는 8개사(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경남·부산은행)의 앱에 마련돼 있다. 다음 달 11일까지 첫 3주간은 5부제가 적용되는데, 월요일은 출생연도 끝자리 1·6, 화요일은 2·7, 수요일은 3·8, 목요일은 4·9, 금요일은 5·0 등이 대상이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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