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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현 방역정책 비판하며 “보완” 목청…장기 전략·대안은 부족 [2022 대선 공약 탐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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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공공의료

[경향신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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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디지털 역학조사·시간 단축형 검사 제안…새로운 전략은 아냐
윤석열 공약 기조 ‘대통령 오판이 부른 참사’…뾰족한 대안 없이 모호
안철수 ‘국민참여형 방역’ 등 주장…심상정, 정부 ‘거리 두기’ 정책 비판
각 후보, 자영업 지원·공공의료 확충 밝혀…구체적 재정 확보 방안 필요

코로나19 대응은 차기 정부에서도 최우선 현안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대확산 속에 방역과 사회경제의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방역전략은 현재로서는 거리 두기와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등 현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한 반대 혹은 보완 입장을 밝히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행 상황이 급변하고, 방역기조를 갑자기 크게 바꾸면 혼란이 커져 장기적 전략을 제시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후보들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상시적 재난이 될 것이라 보고 ‘공공의료 확충’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공약을 내놨다. 다만 공공병원 확충 등은 현 정부도 추진했으나 번번이 ‘재정의 벽’에 부딪혔던 만큼 구체적인 재정 확보 및 실행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 방역전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현 정부 정책의 골간을 유지한 ‘합리적 개선’을 내세운다. 거리 두기와 관련해서는 “3차 접종자에 한해서는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자”고 했다. 방역패스와 관련해서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며 “다만 ‘식당은 갈 수 있는데 왜 마트는 못 가지’란 합리적 의문은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임박하자 지난 21일 당 차원에서 긴급대응회의를 열고 ‘이재명표 디지털 방역으로의 전환’을 정부에 건의했다. 디지털 기반의 역학조사, 시간 단축형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을 제안했다. 다만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며 이미 방역당국이 검토 중인 사항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코로나19 시국을 “대통령 오판이 부른 참사”라고 규정한다. 그의 공약 기조도 대체로 이 규정에 맞춰져 있다. 방역패스와 거리 두기 등 정부가 발표하는 방역정책을 건건이 비판하면서 ‘비과학적 방역패스 철회’ ‘9시 영업제한 철회’ ‘아동·청소년 강제적 백신 접종 반대’ 등의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는 “모든 방역은 오로지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안이 뾰족하지는 않다. 실내 면적과 천장 높이를 반영한 방역패스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저마다 다른 면적·높이를 어떻게 분류하고 관리할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영업제한에 대해서도 오후 9시는 안 되고 오후 10시는 괜찮은지, 아동·청소년 백신 접종률 제고 방안은 무엇인지 등이 모호한 지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의사 안철수’를 내세우며 “방역은 정치가 아닌 과학”이라고 강조한다. 방역패스를 두고 “문재인표 백신패스에 반대한다”면서도, “백신패스를 도입하면 영업제한은 안 해도 된다”며 필요하다는 입장은 명확히 했다. 오미크론 확산에 대비해 입국을 한시적으로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개인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진자 동선과 겹치는지 파악하는 ‘국민참여형 방역’이나 ‘먹는 치료제 제약사와 생산특허사용협약 체결’을 제안하는 등 구체성을 띤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방역정책이 바뀔 때마다 정부에 비판적 입장을 내고 있다. 심 후보는 지난달 정부의 거리 두기 강화 지침 발표 이후 “거리 두기는 만능 방패가 아니다. 국민들에게 다시 통제방역을 요구하려면 대통령께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병상과 의료인력 등의 확충을 더디게 해 거리 두기를 다시 강화한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또 재택치료가 어려운 주거 취약 확진자를 방치한다고도 비판했다. 심 후보는 방역패스와 관련해선 “페널티가 아니라 인센티브 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소년 방역패스’에 대해 법원이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선 “학습권 침해라는 판결로 타당한 지적”이라고 했다. 다만 심 후보도 정부 책임론을 펴지만, 단기적으로 정책 대안을 명확히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 민생지원

코로나19로 직접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도 주요 공약에 포함돼 있다. 이 후보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코로나19 지원은 방역과 ‘동시에’ 피해를 입은 ‘모두에게’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연체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 중 회생 가능성이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채무를 일부 매입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집합금지·영업제한이 이뤄질 경우 소상공인의 임대료를 정부와 임대인이 조금씩 나눠 부담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는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임차상인에 대한 계약해지·갱신거절·강제퇴거를 금지하고, 반대로 임대계약·가맹계약·대리점계약 등의 해지권은 보장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거리 두기 등 방역조치 때문에 손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책으로 ‘50조원+α 지원’이 잘 알려져 있다. 임대인, 임차인, 정부가 임대료를 3분의 1씩 부담한다는 ‘임대료 나눔제’도 제안했다. 임대인이 임대료 3분의 1을 깎아주면, 그중 20%를 세액공제하고 나머지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세액공제 등으로 보전하는 방식이다.

안 후보는 특별법을 제정해 ‘코로나19 특별회계’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 후보의 ‘100조 지원’, 윤 후보의 ‘50조 지원’에 대해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현 정부의 코로나19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이 부족하다고 비판해왔다. 심 후보는 “보상 비율은 100%, 대상은 손실을 입은 모든 자영업자를 포괄해야 한다”며 고위험 자영업 가구의 부채 이자를 탕감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선 대규모 예산 편성이 필요한데, 당장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두고 후보들이 갑론을박 중이다.

■ 공공의료

이 후보는 성남시의료원 건립 운동을 주도한 이력이 있는 만큼 공공의료 확충에 관해선 입장이 명료하다. 이 후보는 ‘공공의료 확충 공약’을 발표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대한민국 공공의료 체제 대전환의 기회로 삼겠다. 소를 잃었다 해도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했다. 공약 내용을 보면 70개 중진료권별 공공병원 1개 이상 확보, 국립대병원 신축·증축, 보건소 확충, 국립보건의료전문대 설립, 지역 의대 신설, 의대 증원, 전 국민 주치의제 시행 등이다. 일부는 현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과제이기도 하다.

윤 후보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더 큰 의료적 재앙이 닥치더라도 중환자실·응급실이 부족해 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며 피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공약했다. 음압병실·중환자실·응급실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사용량에 상관없이 공공정책 수가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중증외상센터·분만실·신생아실·노인성 질환 치료시설에도 공공정책 수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공공병원을 지어 팬데믹에 대응하기엔 시간이 많이 걸리니 민간병원에 공공지원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이 역시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과 맥을 같이하고 공공병원 자체가 적기 때문에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안 후보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 기부금을 활용해 4차 병원으로 ‘국가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건립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의료 취약지부터 공공병원을 설치하고, 기존 공공병원에 시설·인력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안 후보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이 심각하다며 정신건강 의료비 90%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정신건강 국가책임제’를 공약했다.

심 후보는 1년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 전 국민 주치의 제도 등을 골자로 한 ‘심상정케어’를 공약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70개 중진료권별 책임의료기관 지정, 감염병전문병원 즉시 설립 등을 약속했다. 특별히 보건의료 인력의 확충 및 근무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심 후보는 “보건의료 인력 확충, 공공의료 강화,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은 더 이상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새로운 정부 구성 5년 이내에 추진할 주 4일 로드맵 시범사업에서 보건의료 분야가 반드시 우선적으로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중에 지역별 의료자원 편차로 환자들이 먼 거리를 이동해 치료를 받는 등 문제를 겪었는데, 대선 후보들이 공공의료 확충 뜻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전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을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못한 데 대한 검토를 진행해 재정 확보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향미·허남설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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