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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2심서 뒤집힌 윤석열 장모 판결…1심과 무엇이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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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최씨 부동산 거래 경험 등 들어 ‘유죄’

2심은 “최씨는 병원 설립 몰랐다”며 ‘무죄’


한겨레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요양급여를 타간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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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요양병원 개설·요양급여 편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76)씨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25일 원심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최씨가 동업자들과 공모해 불법 요양병원 설립·운영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봤지만, 2심은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것이다.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재판부에 따라 판단이 갈린 셈이다.

최씨는 2020년 11월 의료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씨는 동업자들로부터 ‘병원 사업을 하려는데 2억원을 투자하면 5억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 2012년 9월 2억원을 투자해 병원 건물 일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요양병원 운영에 관여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천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병원 개설을 위해 2012년 11월 의료재단 설립 허가를 받을 때 이사장으로 등재됐다. 재단은 동업자와 최씨의 이름 일부를 따서 ‘승은의료재단’으로 이름을 지었다. 최씨의 동업자들은 2016~2017년 모두 같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당시 최씨는 기소되지 않았다가 2020년 4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고발로 뒤늦게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최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최씨는 ‘동업자에게 2억원을 빌려주는 것이었지, 내가 요양병원 건물 매수인이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병원 운영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많은 최씨가 계약 내용도 파악하지 못한 채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 서명했을 리 없고, 윤 후보의 손윗동서이자 최씨의 큰사위인 유아무개씨가 이 병원 행정원장으로 재직한 점에 비춰보면 병원 운영에도 최씨가 깊이 관여한 게 맞다고 봤다. 유씨는 병원 설립 직후인 2013년 2월~5월까지 행정원장으로 재직하며 직원 면접 등을 봤다고 한다. 1심은 이를 토대로 “최씨가 병원 운영에 관여할 생각으로 사위 유씨에게 개설 시점부터 병원에서 근무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2013년 7월 병원에서 손을 떼며 동업자 주아무개씨에게 “병원 운영에 관해 최씨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책임면제각서를 받아낸 행위를 두고서도 1심은 “오히려 최씨가 이 사건 의료재단 및 병원의 설립운영에 관여했다는 점을 추단케 한다”며 유죄의 증거로 사용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모두 다른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는 최씨가 불법 요양병원 개설 및 운영을 동업자들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동업자인 주씨와 구아무개씨의 경우 요양병원 설립을 사전에 계획하고 병원 수익을 5대 5로 나눈다는 약정을 맺은 상태였으나, 최씨는 이들과 동업계약을 맺지도 않았고 이들이 수익을 나눠 갖기로 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최씨는 이 사건 계약 당일 계약 당사자가 누구고, 계약의 구체적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한 채 계약 체결 현장으로 갔다”며 “최씨가 비의료인에 대한 의료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법인을 개설해 요양병원을 운영하기로 공모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은 또 최씨의 사위 유씨가 행정원장으로서 직원 채용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씨가 사위를 통해 병원 운영에 관여한 건 아니라고 봤다. 병원 자금 집행, 직원 채용 등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한 사람은 동업자이고, 사위 유씨의 근무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씨가 사위를 통해 병원을 운영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씨가 형사책임을 피하기 위해 주씨로부터 책임면제각서를 받은 것을 놓고서도 “주씨가 여러 사람에게 자금을 편취하는 행각을 보고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 봐 염려돼 책임면제각서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1심 판결이 2심에서 완전히 뒤집히면서 항소심 재판장인 윤강열 부장판사가 윤 후보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재판부 교체를 요구하는 ‘기피’신청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소유지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소유지를 했고 재판부의 공정한 판단을 구했다”며 “항소심 판결은 중요한 사실관계를 간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상고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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