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박은정 갈등설' 성남 차장검사…'사노라면' 부르며 떠난 이유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수원지검 성남지청 청사의 모습. 최모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하영(48·사법연수원 31기)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25일 돌연 직접 부른 노래 ‘사노라면’과 함께 사직의 글을 공개해 검찰 내 파문이 일고 있다. 박 차장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제기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처리를 놓고 박은정 성남지청장과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가 검찰 내에 퍼지면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차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e-PROS)’ 게시판에 올린 사직 인사글에서 “예전에 생각했던 것에 비하여 조금, 아주 조금 일찍 떠나게 되었습니다”라며 “더 근무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으려 노력해 보았지만…이리 저리 생각을 해 보고 대응도 해 보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라고 썼다.

박 차장검사는 이어 “꼭 공유하고 싶은 노래가 있다”며 들국화의 ‘사노라면’ 1절을 직접 부른 음성 파일도 함께 올렸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 밝은 날도 오겠지 / 흐린 날도 날이 새면 / 해가 뜨지 않더냐 /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데 /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 내일은 해가 뜬다 / 내일은 해가 뜬다 / 내일은 해가 뜬다 / 내일은 해가 뜬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친여(親與) 성향으로 분류되는 박은정(50·29기) 성남지청장과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였던 2018년 6월 바른미래당이 고발한 성남FC 후원금 강요 의혹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빚은 게 박 차장검사의 사직 배경이라고 전했다. 해당 사건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일 때 성남시 정자동 일대 두산건설·네이버·농협·분당차병원 등 여러 기업에 건축 관련 인허가를 내주는 대신 성남시장이 구단주인 성남FC에 광고비 명목으로 160여억원을 내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경기분당경찰서는 지난해 9월 제삼자뇌물제공(형법 130조) 혐의로 고발된 이 후보에 대해 3년 3개월여의 수사 끝에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했다. 그러나 고발인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같은 해 10월 성남지청에 사건이 송치됐다. 이후 성남지청 형사1부(부장 김윤후)가 이 사건을 배당받아 검토해 왔지만, 재수사 결정은 물론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도 없이 사건을 뭉갰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박 차장검사는 형사1부 수사팀과 마찬가지로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박 지청장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수개월에 걸쳐 수사를 막았다는 게 사직 배경을 둘러싼 갈등설의 요지다.

이에 대한 중앙일보의 질의에 박 차장검사는 “관례에 따라 인사 글을 올렸다는 부분 외에 특별히 더 확인해드릴 내용이 없다”고만 답변했다. 박 차장검사의 사직 인사와 음성 파일을 접한 검사들은 “서글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법조인은 “갈등설이 사실이라면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며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수사기관과 소속 공무원이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면 국가 사법시스템이 붕괴한다”고 말했다.

박 지청장은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재직하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징계를 주도해 친정부 성향 검사로 분류됐다. 당시 대검 형사부장을 지낸 이종근(53·28기) 서울서부지검장의 배우자이기도 하다. 중앙일보는 이날 박 지청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그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날 밤 입장문을 내고 “성남지청은 성남지청 수사과 수사기록과 경찰 수사기록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검토 중”이라며 “수사종결을 지시하였다거나 보완수사요구를 막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