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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돈바스 국경 통해 침공” vs “푸틴, 결국은 외교적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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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 정말 침공할까

미국과 서방, 러시아 간의 외교적 노력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자 간의 첨예한 대립 속에 누구도 먼저 양보 않고 점점 위협 수위만 높여가는 ‘치킨게임’ 국면으로 사태가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은 침공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또 침공이 이뤄지면 언제쯤일지로 넘어가고 있다.

조선일보

러시아, 출격 대기중인 폭격기 공개… 미국은 초강력 제재 경고 - 지난 24일(현지 시각) 러시아 공군의 투폴레프(Tu)-95 전략폭격기가 볼가강 인근 공군기지에서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침공 위협으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25일“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인공지능(AI)과 퀀텀 컴퓨팅, 항공우주 등 분야에 타격을 주기 위해 (초강력) 수출 통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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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은 24일(현지 시각) 러시아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유럽 정상들과 통화 후 “모든 유럽 지도자들과 (러시아 대응 방안에 대해) 완전한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말했다. EU 회원국 외무장관도 때맞춰 “EU 회원국은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는 러시아에 엄청난 결과와 가혹한 대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또 중국 화웨이에 가했던 것과 유사한 초강력 금수(禁輸) 조치를 러시아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5일 “미국 소프트웨어, 기술, 장비를 이용한 제품의 수출 통제를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고려해 왔다”며 “푸틴의 경제 산업화 열망에 타격을 주고 그에게 중요한 인공지능(AI), 퀀텀 컴퓨팅, 국방, 항공우주나 다른 핵심 영역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일부 외국에서 생산한 제품도 미국 수출 통제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혀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미국과 EU는 필요하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폐쇄도 강행하겠단 입장이다. 금융에서 에너지, 첨단 산업까지 러시아 경제 전체에 걸친 제재를 공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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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력한 군사적 조치도 예고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은 유럽의 안보 환경이 악화되는 경우 신속하게 유럽에 추가 파병을 할 것”이라며 “(5일 내에 도착이 가능하게) 미 본토의 병력 8500명에게 파병 준비 태세를 갖추게 했다”고 밝혔다. 나토도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직접 나서 “동부 유럽에 전투 부대를 추가 배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불(不)가입 약속과 안보 보장 없이는 병력 철수를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여가는 중이다. 러시아 발트함대는 이날 20여 척의 군함과 지원함을 해상 훈련 명분으로 발진시켰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벨라루스 국경 쪽으로도 벨라루스와의 연합 군사훈련을 위한 러시아군이 속속 도착 중”이라고 전했다.

서방에 대한 비난도 한층 거세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이 ‘러시아가 곧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란 허위 정보를 확산하고, 나토는 이를 빌미로 동유럽 주둔군과 전력을 증강해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토의 군사 활동 강화는 러시아군에 의해 좌시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침공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강윤희 국민대 교수(국제학부)는 25일 “러시아 침공 가능성이 51%, 외교적 타결 가능성이 49%”라고 분석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협상이 안 되면 손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반군을 부추겨 무력 충돌을 일으킨 후, 사태를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북쪽에 위치한 러시아 동맹국 벨라루스에 파견된 러시아군이 진격해 들어가는 방안도 거론된다.

반면 고재남 유라시아정책연구원 원장은 “여전히 변수가 많지만, 침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51%”라고 했다. 그는 “푸틴도 서방의 반응에 대응하는 식으로 시작했을 것”이라며 “나토와 러시아 전면전은 심각해지면 핵전쟁으로 커질 수 있기에 군사 행동보단 외교적으로 해결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타티야나 카스투예바-장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 러시아 센터장도 “전쟁을 벌이기엔 푸틴 대통령이 잃을 게 너무 많다”고 했다.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시기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는 2월 20일 이후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가 중국의 ‘잔치’에 재를 뿌릴 행위는 안 할 것이란 예측이다.

서방과 러시아는 그러나 아직 외교적 해결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외교정책 보좌관들이 독일⋅프랑스의 중재로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4자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도 조만간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긴장 해소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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