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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특파원스페셜]"세뱃돈 겁나 고향 못 가요"…中 춘제 또 다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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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 최대 명절 분위기 썰렁

세뱃돈 부담 호소, 한달 월급도 부족

'동고서저' 지역별로 최대 10배 격차

젊은층 불경기·취업난에 이중고 호소

모바일 결제 확산, 귀성 포기 무소용

아주경제

중국의 춘제 풍습 중 하나인 야쑤이첸.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일종의 세뱃돈이다. 과거에는 벽사의 의미를 담아 붉은색 줄로 꿴 엽전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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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음력 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다만 명절 분위기는 예년만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오미크론 변이 상륙 등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방역 당국과 각 지방정부가 '현지에서 명절 보내기(就地過年)'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는 탓이다.

이번 춘제 연휴기간 중 귀성객 규모는 연인원 12억명 정도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전염병 바이러스만큼이나 춘제를 맞는 중국 성인 남녀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건 '야쑤이첸(壓歲錢)'이라고 불리는 세뱃돈 부담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적 환경에 전반적인 소득 수준도 높아지다 보니 세뱃돈 액수는 갈수록 천정부지다.

젊은 층 중에는 한 달 월급보다 많은 세뱃돈 지출이 두려워 아예 귀향을 포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매년 춘제 때마다 아이들과 부모 세대의 희비 쌍곡선이 교차하는 중국의 세뱃돈 문화에 대해 들여다보자.

◆호두·대추가 세뱃돈인 시절도…개혁개방 뒤 급등

중국도 한국처럼 설날에 연배가 높은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있다.

예전 중국인들은 섣달그믐에 쑤이(祟)라는 요괴의 손이 닿은 아이는 병에 시달린다고 믿어, 요괴가 싫어하는 엽전(돈)을 아이 머리맡에 두곤 했다.

이를 쑤이를 억누르는(壓) 돈이라 야쑤이첸(壓祟錢)으로 부르다가 이후 나이를 의미하는 같은 발음의 '쑤이(歲)'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렀다는 게 대체적인 유래다.

거슬러 올라가면 한나라 때부터 야쑤이첸에 관한 언급이 등장하지만, 대중적으로 보편화된 건 명·청대부터다.

과거에는 귀신을 쫓는 벽사의 의미가 담긴 붉은색 줄로 엽전을 꿰어 아이 목에 걸어줬지만, 20세기 들어 붉은색 봉투에 담아 건네기 시작했다. 세뱃돈을 '훙바오(紅包)'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세뱃돈 액수나 전달하는 방식 등의 변천사 역시 흥미롭다.

지난 2017년 관영 신화통신 보도 내용에 따르면 1949년 신중국 수립 직후에는 대부분의 가정이 빈곤해 호두나 대추 등으로 세뱃돈을 대신했다.

1960년대에는 1~2펀(分·100분의 1위안), 1970년대에는 1~2마오(毛·10분의 1위안) 정도가 일반적인 세뱃돈 액수였다.

1978년 시작된 개혁·개방은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급격히 오르는 계기가 됐다.

신화통신은 "1980년대부터 위안 단위의 세뱃돈이 등장했다"며 "1990년대 10~20위안, 2000년대 100~200위안 등으로 액수가 점차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받는 세뱃돈의 절반가량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화통신은 "상하이의 경우 조부모 세대가 50%, 부모 세대가 20%, 기타 가족이 30% 등의 순이었고 베이징은 각각 40%와 15%, 45%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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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의 한 초등학생이 춘제를 앞두고 붉은색 종이를 오려 각종 형상을 만드는 전통 종이 공예 젠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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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푸젠성 66만원 '큰 손'…티베트는 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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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춘제 연휴가 끝난 직후 중국중앙방송(CCTV) 인터넷판은 재테크 플랫폼 와차이가 빅데이터 조사 결과 내놓은 '전국 세뱃돈 지도'를 소개한 바 있다.

중국 각지의 평균적인 세뱃돈 지출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대만과 마주 보고 있는 남부의 푸젠성이 3500위안(약 66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 대졸 신입사원 초임(4000위안 안팎)과 맞먹는 액수다.

푸젠성 중부의 푸톈현의 경우 1만2000위안(약 227만원)에 달했다.

베이징은 2900위안이었다. 저장성 3100위안, 상하이 1600위안, 장쑤성 1000위안 등 경제력이 발달한 동부 연안 지역이 대체적으로 높았다.

반면 베트남과 국경이 맞닿은 광시좡족자치구와 최서단의 시짱(티베트)자치구, 중서부의 칭하이성, 북부의 네이멍구자치구 등은 300위안에 불과했다.

이 밖에 동북 3성(헤이룽장·지린·랴오닝성)과 서부의 신장위구르자치구, 최남단인 하이난성 등은 500위안 정도였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갈수록 낙후한 지역이 많은 중국의 경제 지도와 일맥상통하는 조사 결과다.

1인당 연간 가처분소득에서 세뱃돈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의 경우 충칭이 13.93%로 가장 높았다.

상하이(9.98%)와 광저우(9.62%), 톈진(9.38%) 등 대도시들도 가처분소득의 10% 정도를 세뱃돈 주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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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때도 각종 이유로 귀성을 못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모바일로 훙바오를 보내는 게 새로운 유행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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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취업난에 세뱃돈 부담 가중

수년 전부터 춘제가 임박하면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회자되는 유행어가 쿵구이족(恐歸族)이다.

말 그대로 각종 스트레스 때문에 귀성을 꺼리는 중국 젊은이들을 일컫는다.

쿵구이족을 자임하게 되는 이유 중 업무 피로와 짧은 연휴, 비싼 교통비, 결혼 독촉 등과 함께 거론되는 게 세뱃돈 부담이다.

5년차 직장인 쉬궈궈(徐果果)씨는 기자에게 춘제 때 고향에 안 간 지 3년째라며 한숨을 쉬었다.

쉬씨는 "취업을 한 뒤부터 명절에 집에 가려면 각종 선물 준비와 함께 조카들에게 줄 세뱃돈도 챙겨야 한다"며 "세뱃돈 액수가 점점 올라 이젠 수십 위안을 넣은 봉투를 줘도 별로 기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친구들도 많다"며 "고향 가기 겁난다는 얘기가 도처에서 들린다"고 귀띔했다.

귀성을 포기해도 걱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위챗 등 모바일 플랫폼으로 야쑤이첸이나 훙바오를 지급하는 세태가 보편화했기 때문이다.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디(迪)씨는 "일 핑계를 대고 고향에 안 가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며 "결국 위챗으로 훙바오를 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월급이 적다 보니 돈을 주는 입장에서도 눈치가 보인다"며 "매년 춘제 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더 속상해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베이징=이재호 특파원 qingq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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