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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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5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3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 종로구, 경기 안성, 청주 상당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도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의원 제명은 신속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지율 답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쇄신 노력을 국민 앞에 보이겠다는 의도다. 야당은 “위선적 기자회견”이라고 혹평했다.

송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의 고단함을 해결하고 내일의 불안을 덜어 달라는 국민의 간절한 소망과 기대에 민주당은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뼈아픈 부동산정책 실패와 인사 검증 실패에도 국민께 제때, 제대로 사죄드리지 않았다. 스스로의 잘못에 엄격하지도 못했다”고 사과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송 대표는 당내에서 커지는 ‘586세대’ 용퇴론과 관련해 “(586은) 민주화와 사회 변화에 헌신했다”면서도 “우리가 원한 건 더 나은 세상이지 기득권이 아니다. 선배가 된 우리는 다시 광야로 나설 때”라고 했다. 당내 정당혁신추진위원회가 제시한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조항의 제도화 추진도 약속했다.

종로, 안성, 청주 상당 지역구 무공천을 두고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의 뜻을 받아 책임정치라는 정도를 지키겠다”고 했다. 거론된 지역은 각각 이낙연 전 대표와 이규민·정정순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이 전 대표는 자진 사퇴, 이·정 전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윤미향(왼쪽부터), 이상직, 박덕흠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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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대표는 아울러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서 제명 건의를 의결한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의원의 제명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출신인 윤·이 의원은 각각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횡령·배임 혐의로 물의를 빚고 현재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박 의원은 가족 명의 건설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일감을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이 있다.

야당은 반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한테 “대장동 특검 수용조차 없는 송 대표의 위선적 기자회견에 저희들이 그들의 프레임에 갇힐 필요가 없다”고 공지했다.

◆宋, 86 용퇴론·4연임 금지 총대… 당내선 쇄신안 이견 분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5일 전방위적 쇄신안을 발표한 것은 30% 중반대에서 답보 상태인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회심의 한 방’격으로 해석된다. 대선 분수령으로 꼽히는 설 연휴를 앞두고 최대한 절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일부 쇄신안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 전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또 지지율이 떨어지는 국면에서 나온 혁신안인 만큼 진정성을 의심받아 판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86 용퇴론’ 불출마로 화답한 송영길

송 대표의 이날 회견은 최근 당 안팎에서 불거지는 ‘86 용퇴론’에 대한 화답이다. 지난주부터 민주당 내부에서는 ‘86 용퇴론’이 거론됐다. ‘86그룹’이란 1960년대생 중 1980년대 학생운동 세력으로 정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일컫는다. 송 대표뿐 아니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우상호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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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용퇴론’을 거론하는 이들은 ‘86그룹’이 현재 민주당 주류 기득권으로 올라섰고, 이제는 정치개혁과 세대교체를 위해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3일 ‘86세대’ 중 한 명인 김종민 의원이 유사한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고, 전날 이 후보 최측근 ‘7인회’ 의원들이 집권하더라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송 대표가 직접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의 발표는 다른 ‘86그룹’ 의원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 의원은 이날 SNS에 “지난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과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약속했다. 다만 일부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소위 86은 송 대표 혼자가 아니고 ‘그룹화’돼 있는데 이런 중요한 결단을 홀로 불쑥 발표해 버려 아쉽다”며 “저렇게 던지는 것은 초조해 보이는 모습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2020년 총선 당시 위성정당 창당을 반성하며 송 대표의 쇄신 행보에 힘을 보탰다. 이 후보는 수도권 순회 닷새째인 이날 남양주, 구리에서 행한 즉석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하지만 우리는 정도로 가겠다고 해야 했는데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따라 했다. 180석이나 줬는데 국민 기대를 채워 드리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또 의정부 선거운동에서는 “민주당이 변하려고 국민 기대치에 맞추려고 처절하게 몸부림친다”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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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무공천’ 두고도 당내 이견 분분

서울 종로, 경기 안성, 충북 청주 상당 재·보궐선거 무공천 결정에 대해 당내 일부 반발이 나왔다. 안성과 청주는 선거법 위반으로 치러지는 곳이라 무공천 결정에 동의하지만, 종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정치적 결단을 해서 보궐선거를 치르는 곳이라 성격이 다르다는 논리다. 당초 민주당은 이번 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사안을 논의하려고 했는데 다른 일정 때문에 최고위가 연기됐다. 그런 와중에 이날 아침 송 대표가 종로 무공천을 발표했다. 이어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의 반발이 있었지만,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대표의 결단을 받아들여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의결되진 않아서 당내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를 잘 설득해서 최근 이 후보와 합동 유세도 다니는데 종로를 선거법 위반 지역과 동일시해 버리면 불필요한 당내 갈등을 일으키는 건 아닐지 염려된다”고 했다.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제한’ 추진을 두고 초선 중심의 당 혁신그룹은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장경태 의원 등 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는 이날 “정치교체 기득권 타파를 위한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단체장과 의회는 성격이 다른데 3선 초과를 막는 게 능사는 아니지 않으냐”라며 “중진 의원 중에 다선 의원이라는 이유로 비리나 구태의 모습이 없는데도 무조건 새 인물로 교체하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상직·윤미향·박덕흠 의원에 대해 윤리위 제명을 서두르겠다고 한 것을 두고도 “진작 했어야 할 일을 지지율에 떠밀려 한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지지율이 떨어진 국면에서 이러한 발표를 한 것에 대해 절박함이 묻어나오긴 하지만 진정성이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며 “되레 여당이 정말 현재 선거가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배민영·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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