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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뇌물 혐의’ 김학의 무죄…사업가 증언 신빙성 불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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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심서 뇌물 혐의 무죄 선고

한겨레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가운데)이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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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건넨 의혹이 이는 사업가 최아무개씨의 진술을 재판부가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씨 진술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은 이 사건 핵심 쟁점이었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박연욱)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27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증인에 대한 회유, 압박 등이 없었다는 사정을 명확히 해명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사업가 최씨로부터 2003~2011년 49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1억3천여만원의 뇌물을 받고 강원도 원주 별장과 오피스텔 등에서 13차례 성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당초 검찰은 ‘별장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2013년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으나,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권고에 따라 2019년 6월에서야 그를 기소했다. 이후 1·2심은 김 전 차관의 성폭행 혐의 등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물을 수 없다며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는 ‘면소’ 판결을 했다. 김 전 차관이 최씨로부터 4300만원을 받은 혐의는 2심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전 차관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씨가 1심에서 했던 진술을 뒤집고, 2심에선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최씨의 법정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최씨가 검사와 ‘사전면담’하는 과정에서 증언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전면담이란 증인이 법정에 나와 증언하기 전, 검사가 검찰 쪽 증인을 만나 질문할 내용을 미리 설명해주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다.

대법원은 “검사가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사람을 특별한 사정없이 소환해 면담하고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경우, 검사가 증인을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으로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돼야 그의 법정진술을 믿을 수 있다”며 “검사가 증인신문 전 면담에서 최씨의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최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말 최씨를 증인으로 불러 검사의 회유가 있었는지 등을 비공개 신문했고, 이날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유도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최씨와 검사의 사전면담 과정에서 검사가 재판장 허가 없이 최씨에게 진술조서를 보여준 것을 두고 “증인 입장에서는 법정에서도 진술조서 내용에 따라 진술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증인신문 녹취서 원본은 법원에 있으니 그 내용을 확인하려면 법원에서 열람하면 되는데도 검사가 증인 사전면담 과정에서 이를 제시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비록 최씨는 파기환송심에서 증인으로 나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사전면담을 했다”고 증언했지만, 재판부는 △최씨가 사전면담 당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뚜렷하게 진술하지 못해 검사의 회유·압박이 있었는지가 해명되지 않았고 △검사가 증인 사전면담 과정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지 않아 회유가 없었다는 검찰의 주장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최씨의 진술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만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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