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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일문일답]이동걸 "현대重, 손배訴 제기하길…韓, EU에 좌지우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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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 자국 이기주의 따른 결정…상당히 유감"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부애리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27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한국이 (EU의 결정에) 좌지우지되어야 하는 존재, 따라가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현대중공업이 손해배상 소송과 불승인 결정 취소 소송을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 심사 중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도 현대중공업이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고객의 90%가 한국 국적이다. EU가 반대할 이유가 있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온라인 상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EU 경쟁당국의 불승인 결정은) 철저히 자국 이기주의에 따른 결정으로 상당히 유감스럽다. 공정한 판단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이 회장과 기자단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불발 이후 대책은
-기업결합 불승인에 대해선 여러 이유·사정으로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 달라. 아직 유럽연합(EU)의 결정문도 공개되지 않았고, 공개 여부가 여러가지 다른 이익과 관계되는 문제도 있다. 앞으로 한, 두 달 정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 컨설팅이 끝날 때 까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추후 기회가 있으면 자세히 설명하겠다.

▲지난 2019년도 합병을 추진할 당시엔 기업결합심사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1, 2위 조선사인 만큼 기업결합심사의 중요성은 당연히 인지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경쟁당국이 기업결합심사를 할 땐 단순히 과거 시장 점유율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대체 공급자의 존재, 시장 상황, 피인수 기업체의 존속 가능성도 염두에 돈다. 조선시장의 경우 양사 외에 다른 공급자도 있고, 발주처가 우위에 있는 시장임을 고려할 때 (해외) 경쟁당국 설득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중국과 싱가포르는 조건없는 승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EU의 이번 불승인 결정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우리 조선산업은 '코리안 리그'라고 불릴 정도로 조선 3사가 붕어빵 처럼 똑같이 경쟁하는 체제다. 외국 선사 입장에서 보면 3사가 똑같이 경쟁하니 선가가 깎인다. 액화천연가스(LNG)선도 마찬가지다. 그런 측면에서 EU의 소비자, 선주, 경쟁당국은 저가경쟁에 따른 낮은 선가와 고가의 특허권을 감안했을 때 현재 상황을 유지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철저히 자국 이기주의에 따른 결정이다. 공정한 판단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지난 3년간 양사 합병에 따른 독과점 우려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던 것은 아닌가
-특정한 지역과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묻는 것이 아닌가 한다. 독과점 우려 대응과 관련해선 산은이 제대로 조치해 왔다.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양사의 독과점을 우려하며 LNG 부문 매각 또는 축소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조선시장은 입찰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크게 변동하는 시장이어서 이것(현재 상황)만으론 독과점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면밀히 판단해 심사대응에 만전을 기했고, 산은도 이번 거래가 우리 조선산업에 갖는 중요한 역할을 감안해 EU 공정위원장과 화상회의를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관련해서 국내에선 양사 통합시 대우조선해양 측 협력사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있었지만, 앞서 밝혔던 양사 협력사의 기존 거래를 유지시키겠다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합병이 불발됐으면 좋겠단 유인에서 나오는 맹렬한 비판들이 있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주체로서, 산은은 2대 주주로서 필요하다면 양 측이 '각서'까지 쓸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3년간 인수합병(M&A)이 진행되며 경쟁력과 재무상태가 악화됐단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간) 대우조선해양에 악영향이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합병을 추진하는 기간 중 (회사가 보여온) 여러 행태를 보면 나름대로 현상유지 또는 그 이상을 해 왔다는 판단이다. 취임 시엔 준(準) 국영기업의 멘털리티를 갖고 원가율이 100%를 상회하는 저가수주가 많았으나, 지난 3년간 산은의 견제 등으로 과도한 덤핑 수주 등은 줄었다고 본다. 또 지난 2018년엔 대우조선해양이 노동조합과 이면합의를 통해 한 달 치 월급을 (더) 가져간 적이 있는데, 이를 문책처리 하기도 했다. 지난 3년은 대우조선해양 노사에 경각심을 지속적으로 주는 기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공적자금 회수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오히려 거래(양사 통합)를 성사시킴으로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자금 확충이 발생, 산은이 지원했던 여신 회수도 함께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양사의 합병은 (여신을) 가장 많이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으나 아쉽게도 실패해 당분간은 회수가 힘들지 않을까 한다. 어떻게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을 회복시킬 것인가에 매진토록 하겠다.

▲유사한 M&A 추진시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조선업은 (기업결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기에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EU가 과도하게 자국 이기주의에 경도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대중공업이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불승인 취소소송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그들의 결정을 받아들이지만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했으면 좋겠다.

▲M&A 무산에 따른 플랜B는
-이 부분은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기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곤란하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던지 대규모 영업손실, 대내 여건 급속 변화 등등 많은 상황변화가 있어 이를 점검해야 하고, 또 구체적인 경영 컨설팅 결과를 보고 대우조선해양의 강점과 약점을 확인하면서 준비해 나가겠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조선 3사는 완전한 붕어빵이다. 모든 부분에서 같은 구조로 똑같이 경쟁한다. 공급은 과잉이고 수요는 적다. LNG선에 대해서도 환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LNG선이 흥행하면서 모두 살아날 것처럼 생각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다. LNG선 한 척을 수주하면 프랑스 GTT사에 5%의 특허권료를 주고, 여기에 비용을 제하면 영업이익률은 1~2% 미만이다. 이제는 강재값까지 올라 엄청난 적자를 본다.
-산업재편은 필요한 데 양사 합병이 무산됐으니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이론적인 얘기지만 조선 3사가 각자의 생산력(Capacity)을 3분의 1씩 줄여 실질적으로 전체 규모를 축소, 과잉경쟁을 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다만 이는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이 있을테니 거의 불가능하다.
-또 다른 하나는 3사가 알아서 특화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멸이 된다. 약 2년 전 어느 일본계 은행의 글로벌 영업 총 책임자와 업무협의 차 만난 자리에서 "일본 3대 금융지주사가 각기 다른 글로벌 전략을 갖고 있는데, 3사가 만나 조정하는 것이냐"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책임자는 "조정(cordination)은 하지 않지만 '소통(communication)'은 한다"라고 표현했다. 담합 문제가 있으니 그런 표현을 쓴 듯 하다. 우리도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
-정책당국은 싫어할 수 도 있는 얘기지만 앞으로 원가율이 90%를 넘는 수주에 대해선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하지 않는 방안은 어떨까 한다. 건설업도 그렇고 조선업도 그렇지만 원가율이 90%를 넘어서면 적자가 나기 십상이다. 적자수주는 곧 국부유출이다. 산업재편 없이 3사 체제론 상당 기간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해 주면 좋겠는데 그것도 어렵다면 RG 발급 제한 등의 수단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외 매각 가능성은
-해외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이 군함 등 특수선을 만들고 있고, 우리 고유의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해외매각은 불가능하다. 국내에서 원매자를 찾아야 한다. 세부방안은 3월 컨설팅이 완료되면 말씀드리겠다. 일단 채권단 금융지원은 연장을 해 둔 상태여서 올해 영업까지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1~2년까진 지금까지 받아놓은 것으로 버틸 수 있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매각 방식과 관련해 구주매각 보단 뉴 머니 유입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될 수 있는 신주발행 방식으로 추진해보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잠재적 부실과 그 규모를 놓고 볼 때 구주를 인수하고 신규 자금까지 넣어 인수 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국내에 몇 없다고 본다. 또 그렇게 신주 발행 방식으로 투자를 유치하면, 산은도 2대 주주로서 건전한 주인을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있으리라 본다.

▲현재까지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는 얼마인가. 추가 지원 가능성은 있나
-현재까지 투입된 공적자금은 0원이다. 전부 산은 자체 자금을 투입했다. 현재까지 투입된 자금은 약 4조2000억원이며, 산은은 이 중 2조6000억원을 부담했다. 아울러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한 추가 자금 지원은 없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 본계약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제3의 기관에 의한 검증을 요구했는데 이를 포함한 향후 계획은
-회생계획안 동의 여부와 사업계획상의 타당성은 전혀 다른 얘기다. 제3기관의 검증은 제가 요구했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까지 (에디슨모터스로부터) 제3기관에 의한 검증에 대해선 일체의 내용을 듣지 못했다.

▲쌍용차 회생계획안과 관련해 산은이 중점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무엇인가
-인수대금을 통해 쌍용차의 채무를 어떻게 변제하느냐를 중점적으로 보겠다.

▲HMM의 관리상황은 어떤가. 지분매각 계획은 있나.
-HMM은 상황정리가 다 됐고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이젠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단독 관리체제다. 남은 문제는 산은이 갖고 있는 지분인데, 현재 해진공과 산은읜 합산지분이 70%에 달해 매각이 불가능하다. 주인 찾기가 원활한 수준까지 지분을 낮춰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시장 여건을 보면서 원활한 M&A에 필요한 만큼을 초과한 지분은 단계적인 매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합산지분이 70-%라면 30~35% 가량은 단계적으로 매각하고 30~40% 수준만 남겨놔야 매각이 가능할 것이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불승인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나
-명확한 차이가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고객의 90%가 한국 국적이다. EU가 반대할 이유가 있을까 한다. 차제에 한국이 일방적으로 좌지우지되고 (EU의 결정에) 따라가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현대중공업이 M&A 건으로 손해배상 소송과 불승인 취소소송을 제기, (EU와) 세게 법적 다툼을 했으면 좋겠다.
-항공시장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시장이다. 우리의 10배, 20배가 넘는 수준의 자금지원이 진행됐는데, EU가 만약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반대할 요량이면 자국 기업에 투입된 공적자금도 회수해 모두 도산시켜야 한다. 본인들은 수 십 조원을 투입해 자국 항공사를 유지시키면서 우리 건은 반대해선 되겠는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만간 심사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최종 결론이 내려지면 대한항공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겠으나 공정위, 외교부 등 범 정부 차원에서 제발 도와줬으면 좋겠다. 해외 기업결합에 대한민국 정부처럼 이렇게 손놓고 앉아있는 예가 어디있나. 일례로 EU에서 빅테크 규제를 하려고 했더니, 미국 경쟁당국은 개입해 (빅테크를) 변론해주기까지 하지않나. 우리 경쟁당국의 적극적인 도움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공약했는데.
-오늘 '도시의 승리'라는 책을 가져왔다. 이 책은 약 2년 전에 읽었는데, 도시가 왜 중요하고 어떻게 재생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를 담고 있다. 저는 약 2년여 전인 지난 2019년 '산은의 지방이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금융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5년간의 경험을 되돌아 보면 산은이 금융경제 수도인 서울에서 전체를 아우르며 전국의 균형적인 발전을 추진하는게 좋다고 본다.
-이런데도 산은 이전 문제가 지속 거론되는 것은 산업과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측면에서 기인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산업이나 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르니 은행만 가져오면 된다고 보고, 금융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 모르니 산은이 가면 금융이 융성할 것이라 생각하는듯 하다. 산업은행이 하는 일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듯 하다. 산업은행이 엄청난 재정자금 뿌리는 기관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산은은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지를 고민한다.
-특히 지역 정치인들이 이런 주장을 내놓는데, 말이 마차 앞에 있어야 끌지 마차를 말 앞에 놓으면 끌리겠는가. 옮겨봐야 득보다 실이 크다. 소탐대실이라 할 수 있다. '조그마한 이익은 나(지역)의 것, 큰 비용은 너(국민)의 것'과 같은 인식은 국가를 운용하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부산·울산·경남지역의 태도를 보면, 구조조정을 빨리 진행하고 새 살이 돋을 수 있게 해야 하는데 헌 기업에 계속 돈을 살리는 것을 도시재생과 지역개발의 핵심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성과는 없고 돈은 많이 들고 비효율만 난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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