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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추적단불꽃' 박지현, 민주당 선대위 합류···"대선에 2030 여성 목소리 내겠다" [스팟+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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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스팟+터뷰]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해 볼 만한 인물을 짧지만 깊이 있게 신속하게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경향신문

n번방 성착취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씨(26)가 27일 국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씨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여성위원회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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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가 27일 n번방 성착취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대학생 기자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씨(26)를 영입했다. 박씨는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회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합류한다.

박 위원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은 2030 여성들에게는 특히 배제됐다고 여겨지는 선거”라면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엄벌에 더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20대 여성 유권자들이 왜 배제됐다고 느끼는지를 옆에서 들어주시면 좋겠다”고 쓴소리했다. 2030세대 표심을 끌어올릴 방안으로는 “민주당이 그동안 해왔던 잘못들을 철저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언급하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 위원장은 2019년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에 잠입해 n번방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추적단 불꽃에서는 ‘불’이라는 활동명으로 활동해왔다. 그가 세상에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위원장을 이날 국회에서 만났다.

-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한 계기는.

“지난해 말 권인숙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제안받고 고민 끝에 합류했다. 이번 선거는 2030 여성들이 배제됐다고 여겨지는 선거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를 올린 것을 보고,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청년으로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엄벌에 더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합류했다.”

- 20대 여성의 목소리가 배제된 대선이라고 보는 이유는.

“윤 후보는 여가부 폐지를, 이 후보는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내걸었다. 남성들을 위한 공약밖에 없다고 느끼는 2030 여성들이 많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여성 참정권이 사라졌냐’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우리 목소리를 더 응집해서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후보도 2030 여성 표심을 잡아야 이번 선거에 승산이 있다. 20대 여성 중에 윤 후보는 뽑기 싫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을 믿기 어렵다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뽑자니 윤 후보가 당선되면 안 된다고 고민한다. 민주당이 앞으로 어떻게 하는가에 2030 여성 지지율이 올라갈지 여부가 달렸다.”

- 왜 정의당이 아니라 민주당인가.

“정의당에는 제가 아니어도 저 같은 목소리를 내주실 분들이 계신다. 민주당에는 20대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낼 사람이 거의 없다.”

- 정치에 나서면 이미지가 안 좋을 수도 있는데.

“맞다. (추적단) 불꽃활동할 때 악플로 ‘이러다 정치한다고 또 까불겠네’라는 말을 들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정치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내가 굳이 저 세계에 들어가야 하는지 계속 고민했지만, 세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면 여성 청년 정치인으로서 내가 정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 민주당에서 무엇을 하고 싶나.

“이 시대에 극심한 젠더 갈등을 해소하는 일들을 해보고 싶다. 불법 촬영물 유포라는 사회 문제에 같이 목소리 내고 가해자 엄벌에 힘을 합치고 싶다. 국회에서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지만, 현실에서 피해자들은 일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느끼지 못한다. 심리상담 지원도 부족하고 가해자 수사도 원활하지 않다. 제가 모니터링하는 텔레그램방 중에 다수의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회원수 30만명이 넘는 방들이 있다. 그곳에 국내 피해자의 불법 촬영 영상물들이 올라오지만, 해외 서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n번방 방지법으로 막을 수가 없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던 사람으로서 이 후보 공약에서 불법 촬영물 유포에 대한 해외 공조수사의 필요성을 보완하고 싶다.”

- 윤 후보는 n번방 방지법을 검열이라고 했다.

“n번방 방지법은 불법촬영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이다. 검열의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서 말을 함부로 내뱉은 게 아닌가 싶다. 고양이 영상도 검열된다는 얘기가 있어서 별의별 영상을 다 보내봤으나 실제 검열되는 건 없다. 게다가 사적 대화는 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대선 후보가 잘못된 발언으로 국민에게 혼란을 줬다.”

- 젠더 문제에 대해 이재명 후보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늘 선대위 여성위원회가 젠더폭력공약 언박싱 토크콘서트를 여는데, 후보가 참석하지 않아 아쉽다. 같이 참석해 주셨어야 한다. 20대 여성 유권자들이 왜 배제됐다고 느끼는지를 옆에서 들어주시면 좋겠다. 20대 여성은 50대 남성이 겪지 못하는 일들을 느끼고 있다. 하다못해 공중화장실을 갈 때도 불안감을 느끼는데, 왜 그들이 그런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지 같이 고민해주셨으면 좋겠다.”

- 이 후보는 살인 사건을 데이트폭력 사건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 사회에 잘못된 용어들이 많다. 불법촬영을 ‘몰래카메라’라고, 성착취물을 ‘음란물’이라고 말해왔다. 지금은 그런 용어들을 감수성을 갖고 변화시키는 과도기다. 용어 하나를 잡아서 후보를 공격하기보다는, 앞으로는 그런 용어를 지양해야 한다는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 민주당 소속 안희정 전 충남지사·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은 어떻게 봤나.

“2030 여성들의 표심이 안희정, 박원순 사건으로 많이 떠났다. 저도 박 전 시장 사건이 터졌을 때 엄청 힘들었다. 박 전 시장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다. 여성 인권에 대해 같이 목소리 내온 여성 의원들이 왜 박 전 시장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명명했을까 많이 생각했다. 믿고 의지해온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을 너무 인정하기 힘들어서 믿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런 용어를 선택한 게 아닐까. 민주당은 앞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약속드려야 한다.”

- 2030 표심을 끌어올릴 방안은.

“저부터 알려지지 않은 젠더폭력 관련 공약을 더 알려나가겠다. 민주당이 그동안 해왔던 잘못들을 철저히 반성하는 모습도 보여드려야 한다.”

-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과는 달리 이 후보는 그런 선언을 한 적이 없다.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라고 잘못 주장하는 남성들이 너무 많으니 이 후보도 조심하는 것 같아 아쉽다.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불합리한 것들을 함께 해결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데, 행복이 침해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 후보가 ‘제가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가겠다’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 앞으로 각오는.

“엄청나게 많은 고민과 숙고를 거쳐서 여기 왔다. 제가 모니터링하던 텔레그램방에 제 사진이 올라올 것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다. 피해자가 더이상 숨지 않고 일상을 회복하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싸우겠다.”

김윤나영·박광연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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