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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선수들 열정에 힘 난다…올림픽 즐기는 새 영웅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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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동계올림픽 D-8 ◆

매일경제

대한민국 선수단장을 맡은 윤홍근 제너시스 BBQ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문정동 사옥에서 올림픽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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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남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열기가 좀처럼 타오르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3일간 조사한 베이징동계올림픽 관심도는 32%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71%)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한국 선수단의 목표도 마찬가지로 크게 낮아졌다.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1~2개를 확보해 종합 15위 정도를 목표로 내건 상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선수단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인 선수단장까지 맡은 윤홍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67)의 머릿속도 복잡할 것 같다.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성공시키며 '치킨왕'으로 잘 알려졌지만 올림픽을 잘 마치는 일은 사업 못지않게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제너시스BBQ그룹 본사 회장실에서 만난 윤 회장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그는 "한국인의 투혼은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다고 말해주는 선수들 덕에 같이 힘을 내고 있다"며 "사기 떨어뜨리지 말라고 항의 아닌 항의를 하는 선수들을 보면 내심 더 높은 목표도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왔는데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은 모습이다.

▷전라남도 순천 출신으로 어린 시절 겨울이 되면 섬진강 줄기에서 얼음판을 지치는 것이 일상이었다. 앉는 썰매는 좀 심심해서 나무 깎고 철사를 엮어서 나름대로 목제 스케이트를 만들고는 했다. 진짜 스케이트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군 생활을 강원도 인제 원통 천도리에서 하며 그 꿈을 이뤘다. 그 동네가 소양강 상류 쪽인데 겨울이면 영하 25도까지 떨어지고 3월 말까지도 얼음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부대별로 스케이트 시합도 하고 대표 선수로 나가고 그랬으니 나름대로 동계 스포츠에 관심이 컸다.

―많은 악재 속에 휩싸여 있던 대한빙상경기연맹을 맡았고, 최근에는 선수단장까지 책임지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관리 단체로 지정됐다가 불과 1년 전에 해제됐다. 당시 관리위원장었던 김홍식 현 상임부회장이 차라리 나처럼 관계가 없는 사람이 회장을 맡아야 한다며 부탁해왔는데 1년가량을 고사하다가 결국 받아들였다. 와서 보니 대학을 가는 문제, 올림픽 출전 문제, 장비와 경기복 선정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더라. 자신의 인생이 0.0 몇 초에 걸린 것이니 파벌이 생기고 경쟁을 하는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공정성이 첫 번째가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빙상계 문화 등을 바꿔가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 경영과 스포츠단체 운영에서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고객이든 국민이든 감동과 만족을 줘야 하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기업은 전적으로 경영자 판단에 따라 움직이고, 스포츠는 사적이 아닌 공적인 영역에 가깝다고 본다. 스포츠가 국민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려면 공정한 스포츠맨십이 기업 이상으로 필요하다. 기업은 경영자가 구성원들의 반대를 꺾고 새로 나가야 할 길도 있지만 스포츠는 구성원들의 말을 다양하게 들어봐야 한다. 많은 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하고 자율적으로 가되 회장은 방패막이 역할을 해줘야 성공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올림픽 준비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코로나19 문제는 물론 우리와 경쟁 종목이 겹치는 중국의 홈에서 열리는 대회이고, 대한빙상경기연맹 내부 문제까지 있으니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던 부분이 있다. 하지만 진천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잘할 자신이 있다는 선수들 항의를 들으니 참 이렇게 듣기 좋고 뿌듯한 항의가 있나 싶더라.

―구체적으로는 어떤 지원을 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발표한 방역 지침인 플레이북을 철저히 준수하고 선수들을 도우려 하는데 AD카드(중국 입국 비자이자 선수촌·경기장 출입증)가 정말 적게 나와 현장에서 어려운 부분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식사 등 기본적인 것부터 챙기고 있다. 호텔을 정해 자체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방법을 중국 측과 협의해서 최근 허락을 얻었고, 마침 우리가 직접 생산하는 삼계탕 등 가정간편식(HMR)도 1100명분을 보내 둔 상태다. 또 국내에서 올림픽 열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 선수들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하루 1000마리씩, 총 1만5000마리 이상 치킨을 쏴 선수들을 응원해달라고 할 계획이다. MZ세대도 치킨은 좋아하지 않겠는가(웃음).

―포상도 크게 늘렸다고 들었다.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는 지난 대회보다 2배로 늘려 포상금 1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선수들의 영광은 결코 혼자 만든 것이 아니기에 코치와 스태프 포상도 늘렸다. 하지만 선수들 기량보다도 감동을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해 김연경 등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이 도쿄올림픽에서 큰 화제가 되지 않았는가. 선수들에게 말하는 것이 첫 번째는 다치지 말아라, 두 번째는 기회 날리지 않도록 위생에 신경 써라, 세 번째로는 자신을 위해 즐기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이들이라면 설령 메달을 따지 못해도 내가 CF 모델로라도 발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단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외에도 피겨 차준환, 스노보드 이상호, 컬링 '팀 킴' 등 새로운 영웅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많이 있다.

―선수단장으로서, 또 빙상경기연맹 회장으로서 올림픽 이후의 계획이 있다면.

▷그동안 선수들 육성이 도제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편차가 크고, 훈련 여건도 썩 좋지 못했다. 새로운 빙상장 준비를 위해 체육회에 건의하고 안산시와도 빙상장 건립은 물론 그곳에서 선수들 숙식까지 가능하도록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부모의 정성으로 선수를 키우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렇게 일상을 희생하며 할 일이 아니고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게 맞는다. 나는 어차피 기업인이니 효율성을 찾는 모습을 한국빙상경기연맹에도 이식하고 싶다. 한국에 유치한 2023년 국제빙상연맹(ISU) 세계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2024년 강원 동계유스올림픽까지 잘 치러내겠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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