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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미얀마 유혈쿠데타 주도 흘라잉…군부 틀어쥔 채 권력·축재 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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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1년] 군부 1인자 민 아웅 흘라잉 누구?

군부 정권서 총사령관으로 두각

2017년 로힝야족 갈등·학살 주도

수치 정권 타격 노리다 불발되자

총선 민심 뒤집고 시민들에 총구

아들·며느리 동원해 이권 등 독점


한겨레

26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총리실에서 훈 센 총리(왼쪽)가 미얀마 쿠데타 군정의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함께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훈 센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 7~8일 자신의 미얀마 방문 이후 발생한 폭력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휴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촉구했다. 캄보디아 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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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미얀마를 전격 방문한 훈 센 캄보디아 총리와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총사령관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전세계에 공개됐다. 지난해 2월1일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던 합법 정부를 전복한 ‘미얀마의 1인자’ 민 아웅 흘라잉이 처음 외국 정상과 회담에 나선 순간이었다. 두 정상은 이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미얀마가 지난해 4월 합의한 △폭력행위의 즉각 정지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내 ‘모든 관계자’에 대한 면담 허용 등 5개 항목의 이행을 이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정상은 26일에도 화상 회담을 여는 등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미얀마 쿠데타가 발생한 지 1년이 다가오면서, 여전히 짙은 베일에 싸인 민 아웅 흘라잉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56년 7월에 태어난 민 아웅 흘라잉은 2002년 미얀마 북부 샨주의 지역 사령관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0년 군부 정권 때 합동참모총장직을 수행하며 당시 군의 1인자였던 탄 슈웨 국가평화발전평의회(SPDC) 의장의 후임자로 지목됐다. 이어 2011년 테인 세인 과도정권에서 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되며 현재까지 이어지는 정치적 야욕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그는 2017년 8월 서북부 라카인 지역에서 발생한 로힝야족과 미얀마인의 충돌로 발생한 살인 사건을 불교도(미얀마)와 무슬림(로힝야) 간의 종교적·종족적인 갈등으로 증폭시킨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얀마군은 이 사태를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학살을 일으켰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은 민 아웅 흘라잉이 아닌 수치 국가고문에게 집중됐다. 결국, 2019년 12월 국제사법재판소에 피고로 출두하면서 ‘평화’를 상징했던 수치의 신화가 상처 입게 된다. 지금 와 돌아보면, 수치 정권에 타격을 주기 위한 군부의 철저한 노림수였다.

수치 고문은 국제적으로 큰 비난을 받았지만, 국내적으로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출두해 수모를 감당하는 모습을 보이며 책임 있는 지지자로서 비치게 된다. 그 결과 2020년 11월 총선에서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은 83%의 높은 지지율로 압승을 거뒀다. 민 아웅 흘라잉은 더 이상 정권 장악을 위한 야욕을 참지 못하고 쿠데타를 결심하게 된다. 군부는 쿠데타 직후 1년 뒤 총선을 치르고 민정 이양을 하겠다고 했지만, 며칠 뒤 준비 기간은 2년6개월 연장돼, 총선은 2023년 8월에나 치를 수 있다. 미얀마의 ‘신군부’ 민 아웅 흘라잉의 독재를 향한 행보가 시작된 것이었다.

민 아웅 흘라잉은 권력은 물론 재산에 대해서도 엄청난 야욕을 가졌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아들 아웅 피애 손(36)은 양곤의 심장이라 불리는 슈웨다곤 사원 근처에서 고급 갤러리 식당 겸 미술 전시관, 서부 유명 해안가에 고급 리조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 건설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약품 회사를 설립해 모든 수입 약품의 허가 업무 독점 대행을 맡고 있다. 며느리인 묘 야더나 타이크는 양곤 밍갈라돈 지역 내 부동산 회사를 설립해 부지 개발 사업을 하고 있고, 딸인 킨 티리 테 몬(37)과 함께 연예기획사를 설립해 영화 사업도 독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군부는 최근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을 해산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조 민 툰 군 대변인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27일치)과 한 인터뷰에서 결정은 선거관리위원회가 하는 것이지만 “총선 때까지 민족민주동맹을 해산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를 두고 미얀마 군부가 수치 고문만 제거하면 당 자체는 큰 위협이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양곤/천기홍 부산외국어대 미얀마어과 특임교수,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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