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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도대체 바닥이 어디인가"…코스피 2600선 방어도 아슬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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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준發 자산시장 충격 ◆

매일경제

미국 연방준비제도발 긴축 우려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증시가 급락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94.75포인트(3.50%) 하락한 2614.49로 마감됐다. [이충우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본격적인 '긴축의 시대'를 예고하자 뉴욕증시에 이어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2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50% 하락해 2614.49로 마감했다. 일본과 중화권 등 아시아 증시를 통틀어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 하락세 역시 외국인 매도세가 주도했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하루 만에 1조714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8월 13일(2조6989억원 순매도) 이후 가장 큰 매도세다. 이날 기관투자자가 1조8477억원 순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과 개인(1393억원 순매도)에게 밀리면서 지수 방어에 실패했다. 외국인들이 연일 '셀 코리아'에 나선 가운데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전날보다 5.1원 떨어진 1202.8원에 마감해 1200 장벽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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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아시아 증시도 낙폭이 두드러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3.11% 떨어져 코스피 뒤를 이었다. 중국에서는 본토 증시에 상장된 300개 대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CSI300지수가 1.96% 하락하면서 전 고점(작년 2월 10일 5907.72) 대비 20% 넘게 떨어진 결과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한국인들이 투자처로 선호해온 홍콩 증시에서 항셍지수 역시 1.99% 하락했다. 앞서 26일 미국에서는 FOMC 정례회의 후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수준에 따라 올해 4회 이상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을 열어둔 데다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규모를 밝히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금리 인상을 할 여지가 꽤 많다"고 밝혔다. 앞서 월가에서는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올해 4번, 많게는 최대 7번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해왔다.

시장 불안 요소가 되고 있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에 대해서는 "현재 연준의 보유자산이 상당히 크다"며 "이를 상당히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양적긴축 일정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 규모가 작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에 대해 "실물경제가 중요하며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며 상승하던 뉴욕증시는 방향을 틀고 미끄러졌다.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0.38% 하락한 3만4168.09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15% 밀린 4349.93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장 막판에 간신히 반전해 0.02% 오른 1만3542.12로 거래를 마쳤다. 채권금리는 급등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1.776%에서 거래를 시작했고, 파월 의장이 매파 본색을 드러내자 한때 1.869%까지 치솟았다.

뉴욕증시가 흔들리자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눈에 띄게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27일 본지가 한국예탁결제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20억9488만달러(약 2조5187억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줄었다. 2020년 대비 지난해 1월 같은 기간엔 5억5119만달러에서 35억8054만달러로 6배 이상 급증한 바 있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투자 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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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매일경제가 한국예탁결제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1~25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 금액 역시 125억4237만달러(약 15조79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무제한에 가까운 양적완화 정책을 펴면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진 지난해 1월 1~25일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 금액과 순매수 금액이 직전 연도 같은 기간보다 651%, 550% 폭증했던 점과 대비되는 수치다. 이달 20일(현지시간) 나스닥종합주가지수가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하는 등 하락세가 짙어진 탓으로 보인다.

뉴욕증시에서 1월은 통상 상승장인 경우가 많고 매수세가 커지곤 한다. 다만 올해는 이미 변동장세가 예고된 가운데 갈수록 시장 분위기가 어두워지고 있다. 직전 연도 11~12월 연휴 기간 '산타랠리'를 잇는 다음해 1월은 기업들 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어닝 시즌'이다. 이 때문에 호실적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을 사들이지만 올해는 인플레이션 탓에 '미국 중앙은행' 연준의 매파(긴축 선호) 정책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돌면서 증시 변동폭이 커진 상태다.

26일을 기준으로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 이후 나스닥종합주가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14.47%, 9.31%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된 100개의 우량 기술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나스닥100지수도 같은 기간 14.11% 떨어졌다. 성장주로도 통하는 기술주 주가는 그간 '고평가'라는 지적과 2000년대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연준이 긴축 움직임을 보인 결과 채권시장에서 '시중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0% 선을 향해 치솟고 이에 따라 기술기업 비용 압박이 커졌다.

다만 한국 투자자들이 매수세를 줄이면서도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진 미국 기술주와 더불어 고위험 투자 상품인 기술주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올해 1월 1~25일 기준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을 보면 S&P500지수 추종 ETF 두 종목을 제외하고는 8개 종목이 모두 기술주다. 기술주 8개 종목 중 4개는 기술주 3배 레버리지 고위험 상장지수상품(ETP)이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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