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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전문가 "20만" 쏟아진다는데 정부 "3만"…닮은꼴 호주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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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의 위력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 기록을 쓰고 있다. 26일 사상 첫 1만명대에 진입한 데 이어 27일 환자가 1만5000명에 육박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7일 브리핑에서 “오미크론의 높은 전파력에 따라 상당 기간 확진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신규 환자는 1만4518명으로 집계됐는데 지난 24일(7512명)과 비교하면 1.9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우려했던 ‘더블링(2배로 뛰는 것)’ 현상이 사흘 간격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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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저녁 서울 신촌기차역 주차장에서 마련된 서대문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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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세의 정점을 두고 정부와 전문가 예측은 엇갈린다. 정부는 3만명대로, 민간 전문가들은 최대 20만명대로 내다본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5일 “10만∼20만명 (예측은) 아주 비관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것”이라며 “정부와 같이 일하는 분들은 3만명 정도에서 피크(정점)를 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보건당국 예측도 “(다음 달) 하루 2만~3만명이나 그 이상”(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정도다.

그러나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26일 내놓은 예측 보고서에서 현재 유행 수준이 이어질 경우 (감염재생산지수 1.54) 당장 1주 뒤 2만753명까지 환자가 치솟을 거로 봤다. 앞으로 2주 뒤 예상되는 확진자는 4만1554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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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광주광역시 북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한 시민이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스스로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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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질병청 전문가 초청 특집 브리핑에서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모형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약 1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번 주에 지난주와 비교해 100% 가까이 확진자가 증가한 상황이고 이 정도의 증가 속도가 당분간은 유지될 것”이라면서다. 정 교수는 이런 정점까지 앞으로 한 달에서 두 달 정도(5~8주)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3월 하루 20만명’(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을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런 예측에도 델타 변이 유행 때처럼 확진자 규모에 연동돼 중환자, 사망자가 급격히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오미크론 치명률(0.16%)은 델타의 5분의 1 수준이다. 질병청이 최근 오미크론 우세지역에서 1월 첫째 주(1월 2~8일)까지 발생한 환자의 중증도를 분석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증화율은 전남 0.39%, 광주 0.45%, 평택 1.1% 정도로 전국 평균(1.57%)보다 낮고, 치명률도 전국(0.65%)보다 오미크론이 퍼진 전남(0.39%), 광주(0.33%), 평택(0%) 등이 낮다.

델타 유행 때와 달리 고령층 추가접종률이 높고 병상이 두 배로 확보돼 있다는 점도 정부가 안정적 대응을 자신하는 근거다. 정은경 청장은 “최근 영국 조사에서 3차 접종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입원 예방 효과를 4~6개월까지 80~85% 유지한다고 보고했다”며 “3차 접종률이 높은 50대, 60세 이상에서 발생률이 낮아지면서 위중증 환자도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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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5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경기도 오산시 한국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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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1월 1일 1083개였던 중증 병상을 4차 대유행을 거치며 2294개(26일 기준)까지 두배 이상으로 늘렸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26일 기준 18.3%로 1900명 가까운 중증 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남아 있다. 손영래 반장은 “확진자가 증가하더라도 중증, 중등증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엄격한 방역과 높은 접종률, 낮은 감염 등 한국과 유사한 호주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호주는 코로나19 사태 초반 국경을 폐쇄하는 등의 엄격한 봉쇄 조치를 통해 감염자 발생을 최대한 차단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감염자가 40만명 정도로 인구 대비 1.5% 수준에 불과했다. 접종 완료율도 약 80%로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와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그런데 최근 오미크론 확산으로 하루 감염자가 최대 17만5271명(12일)까지 치솟았다. 입원 환자는 5000명, 중환자실(ICU) 입원 환자는 400명 안팎으로 발생했고 사망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치인 91명(26일)을 기록했다. 델타 유행 때 최고치(10월 27일, 27명)의 3.4배 정도다.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 감염 규모가 크게 늘었지만 사망자는 기존 유행과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수준으로 발생한 것과 차이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오미크론 유행 이후 확진자가 10배 증가한 프랑스에서는 사망자는 이전보다 2배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백신 접종 이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사망자가 30%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역시 직전 유행보다 사망자가 더 적게 나왔다.

정재훈 교수는 “호주의 상황과 우리나라가 유사하게 갈 가능성이 있다”며 “급증하는 환자와 중환자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부스터샷(추가접종) 접종률이 호주의 두 배 가량 높은 점이 상황을 달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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