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IT일감도 나누라 정부지침에…기업들 "자율이라는데 눈치 보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김수현 기자] [공정위·과기정통부, 'IT서비스 일감개방 자율준수기준' 공개

정부 "목표치 없다"지만…업계선 "사실상 규제" 볼멘 소리]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의 IT서비스 일감을 나누는 '일감개방 자율준수기준'을 마련했다. IT 일감 나눔의 기본 원칙을 정했을 뿐 강제성이 없는 자율조항이라고는 하지만, IT 서비스 업계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반발하고 있다 .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공정위는 27일 오후 일감개방 자율준수기준 등을 소개하고, 이 기준의 활용을 독려하기 위해 9개 대기업 소속 주요 발주기업 및 IT서비스 기업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기업집단에선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텔레콤·LG전자·롯데쇼핑·이마트·CJ이엔엠·두산중공업·태광산업이 참석했다.


"대기업 IT서비스 일감, 비계열사에도 개방"…공정위 기준마련

대기업집단의 IT서비스 내부거래 비중이 2020년 기준 63.1%에 달하는 등 계열사에 편중돼 있고 재하도급 비중 역시 높은 만큼, 이를 기업집단 밖의 독립·중소 기업에도 공정하게 개방하자는 게 공정위가 기준을 마련한 취지다. 공정위는 "기업들은 자율준수기준의 목적과 기본원칙 등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각 기업의 사업 여건에 맞게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율기준은 △절차적 정당성 보장 △일감 나누기 확대 △거래효율성 및 전문성 제고 △공정거래를 통한 상생 △거래과정 객관성·투명성 확보 등을 5가지를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발주기업과 IT서비스 기업에 권고되는 세부기준도 함께 마련했다. 발주기업은 신규 일감 발주 또는 계열사와의 계약을 갱신할 때, 거래 상대방 선정 과정에서 '합리적 고려와 비교'를 거치도록 했다. 특히 △수의 계약보다는 가급적 경쟁입찰을 고려하고 △비계열회사의 거래조건을 차별하지 않으며 △발주지침 등을 통해 발주업무 처리의 적정성을 내부 검토하도록 했다.

머니투데이

발주기업 세부기준 . /사진=과기정통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IT서비스 기업의 경우 △자체적인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실질적 역할 없이 하도급을 통해 거래단계만 추가하는 거래방식은 지양하며 △협력회사들과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하도록 권고하도록 했다.

특히 공정위는 IT서비스 일감개방 자율준수기준에 동참한 기업엔 올해부터 공정거래 협약 이행평가에서 가점을 준다. 과기정통부는 IT서비스 일감 개방에 따른 실제 계약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용 표준계약서'를 활용하도록 권고했으며, 이를 활용해 공공소프트웨어(SW)사업에 입찰하는 기업에는 '소프트웨어 기술성 평가'에서 가점을 주고 있다.


"자율기준…불이익 없다" 강조했지만..

공정위는 이날 간담회에서 자율준수기준을 위반하는 기업에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벌써부터 자율준수기준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에 이은 또 다른 규제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가점이나 인센티브 부여 등이 강제성을 띈다는 주장에도 그렇지 않음을 강조했다. 공정위는 일감개방을 많이 한 IT서비스 기업에는 평가가 좋으면 직권조사가 면제되는 등의 혜택이 있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 가산점(최대 5점)을 주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조건 평가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일감 개방 자율준수기준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기업이라면 추가로 자료를 제출해 가점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안낸다고 해서 감점이 되거나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계약 대상을 중소, 중견기업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내용 자체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업계 "구내식당도 아니고 IT를…'눈치' 볼 수밖에"

그럼에도 업계에선 '자율 조항'이 현실에서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일감개방을 자율에 맡겼지만, '가점' 또는 '인센티브' 조항이 존재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눈치보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IT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구내식당도 아니고 IT서비스는 기업의 핵심적인 정보와 연관돼 있는데, 이를 '개방'의 대상으로 다루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반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공공 소프트웨어의 대기업 참여 제한까지도 백번 양보해서 '먹거리'를 나눠 상생하자는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쳐도, 각 기업의 일감까지 굳이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것인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선 '내부거래 비중을 얼마나 줄이는 것이 목표냐'는 기업 쪽 질문이 나왔는데, 공정위는 '명확한 목표 수치는 없다'고 답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무조건 다 조정하라거나 몇 % 이하로 떨어뜨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 시스템에 연계해 구축해야 효율적인 경우, 보안 유지가 필요한 경우, 긴급하게 유지보수가 필요한 경우 등 이 같은 예외는 모두 인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자율이라지만, 어느 기업이 정부 요구에 잘 부응하는지 서로서로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