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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양자 토론만 하겠다"는 윤석열에 가로막힌 대통령 정책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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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이재명과 양자 토론" 요구
국민의힘 이용호 "옹졸한 제안" 쓴소리
한국일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정치 분야 공약을 발표한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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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TV 정책토론은 설 연휴 민심을 가를 분수령이다. 대선후보들의 집권 비전을 확인하는 검증의 장이기도 하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설 연휴에 TV토론을 하겠다"고 공언만 해놓고, 27일까지 날짜도, 방식도 확정하지 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심상정 정의당·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31일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까지 포함해 4자 토론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법원이 26일 "여러 대선후보들에게 방송 토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자 토론을 불허한 데 따른 것이다.

마지막 열쇠를 쥔 윤 후보가 27일 "이 후보와 양자 토론을 하겠다"고 돌연 제안하면서 협의가 꼬였다. 민주당이 "31일 양자, 4자 토론을 모두 하자"며 다시 공을 던졌지만, 국민의힘은 "하루에 토론 두 개를 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표 계산'에 정책 검증이 가로막힌 셈이다.

윤석열 "1대 1 토론하자" 제안에 이재명 "1대 1, 4자 두 탕"


윤 후보는 26일 "어떤 토론 형식이든 상관없다"고 했으나, 하루 만에 '다자 토론 무용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SBS 인터뷰에서 "맞수(양자) 토론을 하면 상대방과 다른 점 등이 부각되는데 4인, 8인 토론을 하면 (유권자들에게) 남는 게 없다"며 "기왕이면 양자 토론을 먼저 하고, 기회가 되면 4자 토론을 하자"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TV토론 실무협상단장은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31일 양자 토론을 하자"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법원은 26일 "양자 토론은 유권자의 알 권리와 나머지 대선후보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했지만, 국민의힘은 "방송사 초청 토론이 아닌, 대선후보들의 합의에 따른 토론 개최는 괜찮다"는 논리를 댔다. 토론 장소로 방송사가 아닌 "국회 혹은 제3의 장소"를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자 토론에서 이 후보의 도덕성과 말 바꾸기를 정조준한다는 게 그간 국민의힘의 전략이었다. 국민의힘은 다자 토론에서 윤 후보가 집중 공격을 받아 실언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심 후보와 안 후보는 '이재명, 윤석열 모두 문제다'라는 식의 양비론을 펼 것이기 때문에 대장동 의혹 등의 논점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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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광주시 서구 광주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을 방문, 이용섭 광주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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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의 정책토론 능력을 자신하는 민주당은 통 큰 모습을 보이려는 듯 윤 후보의 요구를 수용했다. "31일에 양자와 4자 토론 '두 탕'을 뛰겠다"고 했다. 추격자 입장인 이 후보는 유불리를 따질 처지가 아니기도 하다.

그러나 윤 후보는 4자 토론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TV토론 실무협상단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양자 토론과 4자 토론을 하루에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에 진성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양자 토론 주제와 방식에 대해서만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다시 양자 토론을 수용한다고 해도 토론 개최 전망은 불투명하다. 심 후보와 안 후보가 양자 토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다시 내는 등 강력히 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경전만 벌이다 설 연휴 정책 토론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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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본행사에 앞서 간담회에 참석한 각당 대선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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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서도 "양자 토론, 옹졸한 제안" 비판


심 후보와 안 후보는 양자 토론을 주장하는 윤 후보를 비판했다. 심 후보는 "군색한 꼼수로 양자 토론으로 도망가지 말라. 민주주의마저 부정하는 게 윤석열의 공정이냐"고 꼬집었다. 안 후보도 "윤 후보에게 민주 리더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국민이 심판하실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의 양자 토론 고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국민의힘에서도 나왔다. 이용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방송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양자 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것은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토론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이는 옹졸한 제안"이라고 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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