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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view] 파월발 ‘긴축’ 공포, 코스피 2700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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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공포가 시장을 집어삼켰다.”

27일 금융시장에 대한 한 증시 전문가의 말이다. 미국에서 날아든 매(통화 긴축)의 발톱이 국내 금융시장을 할퀴며 ‘검은 목요일’의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코스피는 3.5% 급락하며 2610선으로 주저앉았고, 코스닥 지수도 3.7% 하락했다. 원화값과 채권 가격도 동반 추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5%(94.75포인트) 내린 2614.49에 장을 마쳤다. 2020년 11월 30일(2591.34) 이후 14개월 만의 최저치다. 지난 21일부터 5거래일간 하락폭만 8.7%(248.19포인트)에 달했다. 코스닥 지수도 날개 없는 추락을 했다. 전날보다 3.73% 하락한 849.23에 마감했다. 2020년 11월 17일(839.47) 이후 최저다.

지수를 끌어내린 건 외국인 투자자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6300억원어치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개인도 168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기관이 연기금(1조2200억원)을 중심으로 1조8000억원어치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의 주식 투매는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달러당 1202.8원으로, 전날보다 5.1원 떨어졌다(환율 상승). 2020년 7월 20일(1203.2원) 이후 1년6개월 만에 가장 낮다.

채권시장도 ‘검은 목요일’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61%포인트 오른 연 2.217%로 마감했다. 2018년 6월 14일(2.227%) 이후 3년7개월 만의 최고치다. 국채 금리 상승은 채권값 하락을 의미한다.

‘충격’의 방아쇠를 당긴 건 미국발 긴축 공포다.

미국 기준금리 올해 최대 7차례 인상, 연말 2% 될 수도

중앙일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6일(현지 시간) 기자회견 하는 모습이 뉴욕증권거래소 화면으로 중계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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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26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 연방금리를 현 수준(0.00~0.25%)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지표 개선과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조만간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은 좀 더 나갔다. 파월은 “오는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여건이 마련되면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3월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2018년 12월 이후 첫 금리 인상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1월 금리 인상’까지 시나리오에 넣고 있던 시장은 놀라지 않았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마무리되는 3월 금리 인상 예고는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었다. 뉴욕 증시도 안도하며 정례회의 전후로 나스닥은 한때 2%대 급등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작심한 ‘인플레 파이터’ 파월의 발언에 시장이 흔들렸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가능하고, 조기 양적 긴축에 돌입할 수 있다는 그의 발언에 투자심리가 요동쳤다. 물가와 고용 수준에 대한 발언도 긴축에 가속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나스닥은 보합세로, 다우(-0.38%)와 S&P500(-0.15%)은 하락 마감했다. 이어 27일 일본 닛케이(-3.11%)와 중국 상하이(-1.78%)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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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준금리


앞으로 FOMC 회의를 열 때마다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겸손하고 민첩할(humble and nimble) 필요가 있다”며 “향후 데이터와 전망 변화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혀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올해 FOMC 회의는 3월, 5월, 6월, 7월, 9월, 11월, 12월까지 총 일곱 번 열릴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 매번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미국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 연 2%에 이르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월 의장이 팬데믹 이후 가장 매파적인 기자회견에서 분명한 (긴축) 신호를 보냈다”며 Fed가 올해 예정된 7차례 FOMC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올해 금리 인상이 4회 이상일 가능성이 커졌고, 향후 시장은 연내 6~7회 인상을 반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파월이 짙은 매파 본색을 드러낸 건 커지는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보고 있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위험이 있다”며 “장기적인 경기 확장을 위해 물가 안정에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전년 동월 대비)는 7.0% 급등하는 등 인플레이션 흐름이 심상치 않다.

한편 이날 국내 증시에 입성한 LG에너지솔루션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 이후 상한가)에는 실패했으나 공모가보다 70% 가까이 상승한 가격에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스피 시가총액 118조2000억원으로 단숨에 2위로 올라섰고, 그룹 합산 시총에서도 LG가 SK를 제치고 2위가 됐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시초가 59만7000원보다 15.41% 내린 5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30만원)보다는 68.3% 올랐다.

국내 증시와 관련해 증권가는 “증시의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긴축 가속화로 시장에 두려움이 커진 상황이라 주가가 5%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황의영·김연주 기자,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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