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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박은정 “기록 8500쪽 검토하느라…” 검사들 “성남FC 사건 뭉개기 실토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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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성남지청장은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재수사를 가로막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팀의 검토 의견에 대해 수사 기록을 사본한 뒤 직접 28권, 8500여 쪽을 면밀히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검찰 내부에선 “지청장이 1개 사건의 수사 기록 8500쪽을 검토하느라 사건 처리가 늦어졌다는 건 전례가 없는 변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선일보

박은정(사법연수원 29기) 성남지청장이 2020년 법무부 감찰담당관 재직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타당성을 검토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진술 마친 뒤 정부과천청사를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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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청장은 이날 성남지청을 통해 “수사 기록을 면멸히 검토했고 지휘 사항 등을 서면으로 정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검토 결과) 수사팀과 견해 차이가 있어 각각의 검토의견을 그대로 기재해 상급 검찰청에 보고를 준비하던 중 차장검사가 사직했다”고 했다.

박 지청장 해명의 요지는 ‘8500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꼼꼼히 읽어보느라 사건 처리가 늦어졌으며 수사를 뭉갰다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성남지청 수사팀은 작년 9월 이후 재수사 필요성을 박 지청장에게 수차례 보고했으나, 박 지청장은 번번이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 4개월에 걸쳐 사실상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성남지청 박하영 차장검사는 지난 25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사건 주임검사인 허모 검사도 ‘항의성’으로 연가를 내고 일정 기간 출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선 “박 지청장이 말도 안되는 변명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고위급 검찰 간부는 “지청장이 수사 기록 8500쪽을 직접 복사해 검토한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통상 지청장 등 일선 검찰청 기관장은 수사 기록 요약 보고서를 보고 받은 이후 이를 검토한 뒤 추가 사항을 재보고 받는다”고 했다. 한 부장검사는 “지청 단위라도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방대하고, 한 사건의 수사 기록만 해도 수천 쪽에 달하는데 지청장이 매일 수사 기록만 읽느라 다른 일은 돌보지도 못한다는 소리”라며 “이재명 후보 의혹 앞에만 다가서면 전례를 뒤집는 수사 기법이 새로 탄생한다”고 했다. 다른 검사는 “박 지청장이 지침도 내리지 않고 수사 기록 검토만 한다는 건 그 시간 만큼 수사팀의 수사가 지연됐다는 것”이라며 “사건 뭉개기를 스스로 자인한 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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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탄천로 성남FC 주경기장의 모습.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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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재명 후보가 2015~2017년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성남FC 구단주를 맡았을 때 6개 기업으로부터 성남FC 후원금 및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원을 받고 해당 기업들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2018년 6월 야당이 이 후보를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고발했고 3년 3개월간 수사를 끌어오던 경찰은 작년 9월 무혐의로 사건을 불송치했다. 이에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제기, 사건을 송치받은 성남지청이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박 지청장이 이를 뭉갰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박 지청장은 지난해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있으면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중징계를 주도하는 등 대표적인 친정권 검사로 꼽힌다. 박 지청장의 남편은 역시 친정권 검사로 분류되는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이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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